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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어등골 이야기 8* - 시발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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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 여섯 살을 갓 넘긴 희상이는 각 나라 언어에 관심이 대단합니다.
  눈만 뜨면 굿 모닝, 곤니찌와, 쎄세를 외칩니다.

  그런데 몇 주 전 주일예배를 마치고 돌아온 희상이가 웃는 얼굴로 누나인 지윤이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시발노마?"

  나는 내 귀를 의심했습니다.

  지윤이가 대꾸를 하지 않자 희상이는 더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시발노마?"

  나는 희상이에게 "어디서 그런 말을 배웠느냐?"며 목청을 높였습니다.
  그런데 희상이는 '아빠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듯, 눈만 깜박거리고 있다가 내 표정이 험해지고 목소리가 더 커지자 지레 겁을 먹고 눈물을 뚝뚝 흘렸습니다.

  옆에 있던 아내가 얼른 끼어들었습니다.

  "희상이, 그 말 누구한테서 배웠니?"
  "재현이 형…"

  "그래,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아니?"
  "중국언데 '밥 먹었냐?'는 뜻이라고 했어요…."

  "그랬어? 그건 희상이가 낮에 '니하우마'하면서 다니니까 재현이 형이 희상이를 놀려 줄려고 그런 모양인데, 그 말은 나쁜 말이야. 그래서 아빠가 야단치신거야."

  희상이는 내심 억울하다는 듯 눈물을 흘리면서 다시는 그 말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나서야 사면(?)되었습니다.


  사실 하나님은 우리 내면의 소리까지 다 들으시지만, 우리는 외면의 소리도 제대로 듣지 못할 때가 많고, 표현에는 더 서툴러서 고민할 때가 많습니다.

  언젠가 송명희 시인이 탄식처럼 쓴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한 번은 찬양콘서트에 초대 받아 갔는데, '그 이름' 등 자신이 작사한 찬양을 너댓곡 부른 후 인도자가 대뜸 "우리는 건강 진단을 해야 합니다. 누가 진짜 불쌍한 사람입니까? 이 찬양을 작사한 송명희 자매는 우리가 생각하기에 불쌍한 사람인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녀는 우리에게 진짜 불쌍한 사람이 누구인가 질문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너무너무 불쾌했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자신의 아픈 부분을 이용했다고 여겨졌기 때문이었습니다.

  또 한 번은 자신을 아껴주는 분들이 뜻을 모아 미국에 데려가 좋은 치료를 받게 해 주겠다고 제안했을 때, 가족을 떠나 있어야 된다는 불안감 때문에 순간적으로 "난 이대로가 좋아요. 주님이 만들어 놓으신 이대로 그냥 살겠어요!"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이 감전(感電)이라도 된 듯 부들부들 떨면서 목놓아 울어서 자신이 큰 잘못을 한 줄로만 생각했는데, 몇 달 후 우연히 듣게 된 라디오 방송를 통해 그 사건(?)을 전하는 설교자가 '그런 자매'도 만족하며 사는데 사지 멀쩡한 우리가 원망 불평하며 사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그리스도인이라는 사람들이 하나님의 은혜에는 도통 관심이 없고 단지 송명희 시인이 안고 있는 신체적인 약점이 자신들에게 없음을 인하여 감사하고 찬양하는 데 있었습니다.

  대개의 사람들은 자기 좋을대로 생각하고 말합니다. 그러다보니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사실 말은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해야 합니다. 그래서 말의 다른 이름은 '인격'입니다. 말을 통해 그 사람의 숨겨진 부분을 엿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것도 전부는 아닙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얼마든지 상황에 따라 마음에 없는 말을 할 수 있고, 또 말은 그럴싸한데 실제로는 하나님의 역사를 잘 드러내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아무리 말주변이 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기죽을 필요가 없고, 또 말 잘한다고 교만할 이유도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세상의 그 어떤 부와 명예, 지위도 넘보지 못한 우리네 마음자리에 주님을 향한 참된 고백 한 마디가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어제는 신대원 동창회가 있다는 연락을 받고 광양에 갔다가 오랜만에 강 선교사님을 만났습니다.

  점심을 먹으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에, 선교사님이 필리핀에 살고 있다는 말을 들은 희상이가 "필리핀 말로 '안녕하세요'가 뭐여요?"하고 물었습니다.
  선교사님이 "꾸무스타까(Kumustaka)"라고 일러주자 희상이는 종이에 얼른 받아 적었습니다.

  그리고는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줄곧 '꾸무스타까'를 되뇌었습니다.

  "어휴, 희상아. 이제 그만해."

  지윤이가 그만하라고 하자, 희상이의 반격이 이어졌습니다.

  "왜~애? 이 말은 선교사님이 가르쳐준 말이잖아? 이건 좋은 말이야….
   꾸무스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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