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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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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겨울 고교 졸업 후 처음으로 봉화중앙교회의 예배에 참석하였습니다. 중앙교회에서 중고등부 시절을 지냈고 지금도 할머니와 큰아버지께서 은퇴 권사와 장로로 계시는 제게는 모교회나 다름이 없는 곳입니다. 대학 진학으로 객지 생활이 시작되었고 마침 직장 생활을 마친 아버지께서 낙향하시며 봉화제일교회로 나가시게 되어 자연스레 중앙교회로의 출입이 중단 되었습니다. 16년 만에 중앙교회를 찾게 된 것은 팔순이 지난 할머니께 손부의 첼로 연주를 들려 드리고 싶었고, 교회의 여러 어른들에게 까까머리 고등학생에서 이만큼 성장한 제 모습도 보이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그 동안 새로 건축한 웅장하고 아름다운 예배당을 찾으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짧지 않은 세월에 담임 목사님도 전도사님도 모두 처음 뵙는 분들이고 교인들도 낯선 분들이 많았습니다. 수요일 예배라 본당이 아닌 기도실에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모든 것이 낯설었지만 기도실에 놓인 장의자와 낡은 피아노만은 옛 예배당에서 옮겨 온 것임을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었습니다.

난생 처음 만져본 피아노가 바로 그것이었고 그것을 계기로 배우게 된 피아노가 고등부의 반주자로, 미션 스쿨인 고등학교의 채플 반주자로, 음악 선교단의 키보드 연주자로 그리고 오늘 음악교사, 성가대 지휘자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예배 중 아내의 첼로와 함께 제 짧은 피아노 솜씨로 하나님께 찬양을 드리며 짧은 인사말을 했습니다.

“모교회가 아름다운 예배당을 건축하고, 새로운 목사님과 은혜롭게 성장하고 있는 것을 보니 너무도 감격스럽습니다. 오늘 매서운 찬바람을 맞으니 옛 예배당 1층 기도실에 있던 커다란 톱밥 난로가 생각납니다. 성탄절 새벽송 후에 벌겋게 달아 오른 무쇠 난로 주위에 몰려 들어 꽁꽁 얼은 손과 발을 녹였었고 관리 집사님 눈치 봐가며 고구마도 구워 먹었습니다.

오늘 교회에 오면서 가장 뵙고 싶었던 분이 당시에 중고등부 성가대를 지휘 하셨던 임장로님이신데 투병 중이라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농사를 짓는, 음악공부는 한번도 한 적 없는 장로님이 합창을 시작할 때면 소프라노부터 베이스까지 모든 성부의 첫 음을 어찌나 정확하게 내어 주시던지 그것이 신기하기만 했었습니다. 좋은 음성으로 선창 하시며 박력 있는 동작으로 지휘를 하셨습니다.

제가 음악대학에 다니고 있을 때 우연히 길에서 뵌 적이 있습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고향 교회에 와서 봉사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씀이 항상 가슴에 남습니다. 저는 지금 부산에서2천명 교인들이 모이는 큰 교회에서 관현악단을 포함하여 백 명이 넘는 큰 규모의 성가대를 지휘하고 있습니다. 억대의 오르간과 유능한 반주자 그리고 최상의 지원 시스템이 갖추어진 상태에서 아무런 어려움 없이 지휘를 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많은 분들의 과분한 칭찬에 교만한 마음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때마다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농부였으나 늘 성실함과 기쁨으로 성가대를 지도했던 장로님을 떠올립니다. 나에게 그분과도 같은 그리스도를 향한 열정이 있는가? 자문해 보고는 합니다. 장로님의 쾌유를 빕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고향에 돌아와서 지역 교회를 섬기겠습니다.”

아내와 함께 즐겨 연주하는 갈라디아서 2장 20절 말씀을 2중주하였습니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산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신 것이라 이제 내가 육체 가운데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몸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

          
어느덧 제 눈에 눈물이 흘러내립니다. 할머니의 눈에도 큰어머니의 눈에도 교우들의 눈에도 눈물이 맺혀지고 있었습니다.

                             <성안교회 시온성가대 회보 지휘자 칼럼>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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