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예화 " 뭐야? 나보고 주례를...? "

첨부 1


          

몇 해 전의 일이다. 아침 일찍 출근해서 일과를 준비하고 있는데
젊은 남 여직원 두 사람이 조용히 들어와 내 눈치를 슬슬 살피더니 결혼하기로 했다고,
주례를 서 달란다.
'뭐...? 나보고 주례 서 달라고...?'
너무 놀라 말이 더 나오지 않아 그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세상에...
사람이 살아가면서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일을 겪게 되는 수가 가끔 있기는 하지만
평소 '내가 생각하고 있는 나'와 '남이 생각하고 있는 내'가 이렇게 다를 수가 있구나
생각하니 당혹스러워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보라고 피한 적이 있다.

그 후에 다른 곳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또 우리 직원이 총무과장과 함께 들어와 결혼 주례를 부탁했다.

"이 사람아, 뭘 보고 나한테 주례를 부탁하나?
학교 은사도 있고 지역 어른들도 많이 있는데...
그리고 나는 말을 더듬거리는 걸 잘 알잖아.
주례하다가 말이 막히면 사람들이 주례를 쳐다볼 것이고
그러면 나는 더 당황해서 말이 나오지 않아 끙끙거릴 건데,

내가 망신 당하는 것도 그렇지만
신랑 신부에게 일생 가장 귀한 날인데 결혼식이 뭐가 되느냐..."
간곡하게 사양하고 돌려보냈다.

그런데 이 친구, 두 번, 세 번, 네 번... 거듭 들어와 부탁하는데...
주위 사람들도 신랑이 저렇게 사정하니 한 번 서 주라고 해서 하는 수 없이
등이 떠밀려 나갔다.

사전에 원고를 정리해서 주례사를 몇 번이나 읽어 보았지만 영 자신이 없었다.
그래도 어쩌나 이미 일이 벌어진 걸...

불신자인 신랑 신부에게 '부모에게 효도하라고,
하나님께서 장수의 복을 약속하신 것이라는 말을 가장 강조하면서... '
드러나지 않게 성경 말씀을 인용하면서 권면 하였다.

그리고 혼인 서약은 교회에서 목사님이 주례하실 때 하시는 대로
사전에 원고를 준비하여 본인들의 입으로 서약하게 하였다.

그랬더니 그 결혼식에 참석한 이들은 본인들이 직접 서약하는 것이 아주 인상 깊었다고
그 후에 여러 차례 인사 들었고 그 서약문을 다른 주례자가 빌려 가기도 하였다.

나는 30년 전,
교회에서 중매해준 목사님이 주례하실 때 정신이 없어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
전혀 기억이 없는데 이들은 신혼 여행 다녀와서 내 주례사 요지를 반복하는 것이었다.

"부모에게 효도하라. 서로 사랑하라........."

그렇게 지방 도시와 서울에서 주례를 한 적이 있는데
두 가정 모두 아이들을 잘 키운다고 하면서 문안 전화가 올 적이면
살아가는 기쁨이 솔솔 전해진다





이런 글도 찾아보세요!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퍼머링크

댓글 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