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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어등골 이야기 14 - 아들의 눈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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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롤러브레이드를 타다 넘어져 팔이 부러지는 바람에 병원 신세를 지고 있던 희상이가 퇴원을 했습니다.

  퇴원하는 것이 못내 아쉬웠던지 "며칠 더 있다 퇴원하면 안돼요?" 하는 아들녀석이 얼마나 얄미웠는지 모릅니다. 생각같아서는 뒤통수를 한 대 쥐어박고 싶었지만 명색이 깁스(Gips)를 한 환잔데 그런 환자를 쥐어 박았다간 신문에 날 것 같아서 꾸∼욱 참았습니다.

  깁스를 한 탓에 어른 종아리만큼이나 굵어지고, 그것도 니은(ㄴ)자로 굳어진 팔을 가진 아들에게 옷을 입히는 일은 정말 특별한 경험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눈발이 희끗희끗 날리는 날씨도 날씨지만 병원의 스팀 덕분(?)에 감기에 걸린 아들을 위해, 아내는 눈물을 머금고 새로 산 내복의 왼팔부분을 가위로 싹둑 잘라낸 후 입혔습니다. 기분이 참 묘했습니다.

  그렇지만 내 머리 속에서는 끊임없이 '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 성탄 츄리 장식등처럼 깜박였습니다.
  '단단한 시멘트 바닥에 보호장비 하나 없이 꽈당 넘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한 팔만 부러져서 감사하고…뼈가 바삭바삭 부러지지 않고 댕강 부러져서 감사하고…연필을 쥐는 오른손이 아닌 왼손이 부러져서 감사하고…여름철이 아닌 겨울철에 부러져서 감사하고…깁스를 하고도 밝게 노는 아이를 보니 감사하고…일주일만에 퇴원해서 감사하고…평생 깁스하지 않고 한 두달만 하니까 감사하고…최근 들어 Y스포츠단에서 스케이트를 배운 뒤로 누나보다 롤러브레이드를 더 잘 탄다고 큰 소리 치던 희상이의 교만(?)한 마음을 조금은 겸손하게 할 수 있는 기회가 되겠다 싶어 감사하고……무엇보다도 희상이가 일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부모가 심어줄 수 없는 그 어떤 교육적 측면이 이 일로 인해 뼛 속 깊이 각인되었으리라 생각되어 감사하고….'

  그런데 문득 '희상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진 나는 넌즈시 물었습니다.
  "희상아, 희상이는 이 참에 뭘 느꼈어?"
  "……"
  "병원에 있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냐고∼오?"
  "…주사 맞을 때만 빼고는 다 좋았어요…이모들이 학용품도 사 주고…사탕이랑 과자도 많이 주니까 좋았어요."
  "…#&%$!…."

  그런 희상이가 집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엄마 아빠의 피로와 기분은 아랑곳 하지 않고 치킨이 먹고 싶다고 떼를 썼습니다. 나는 한 마디 쏴붙였습니다.

  "집에 오자마자 무슨 치킨타령이야…."
  "…치킨 먹고 싶단 말이예요…."
  "…이 녀석이 정말…"

  옆에 있던 아내가 나를 향해 눈을 한 번 찡긋하더니 치킨을 주문했습니다. 30분쯤 지나 치킨이 도착하자 정작 희상이는 몇 조각 먹지도 않고 물러나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눈을 부릅뜨며 말했습니다.

  "왜 안 먹어?…네가 먹고 싶다고 해서 시켰잖아!…"     
  이내 주눅이 든 표정으로 다시 치킨을 집어든 희상이는 눈물을 뚝뚝 흘렸습니다.

  사실 희상이가 집에 도착하자마자 뭔가를 찾는다는 것은 그 나름의 기쁨을 표현하는 수단이요 방법이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러한 희상이의 마음을 짓밟으려 했던 것입니다.

  내심 미안한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아무 말없이 서재로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희상이의 눈물 짓는 모습이 눈 앞에 계속 어른거려 거실로 다시 나왔습니다. 그 사이 희상이는 방에 들어가 자리에 누운 채 훌쩍이고 있었습니다.  

  "희상아…미안하다…아까는 아빠가 잘못했다…."
  "……(훌쩍훌쩍)"
  "…아빠는 희상이가 집에 돌아와서 참 기쁘다…사랑한다…."
  "……(엉엉)"

  나는 품을 파고 드는 아들을 가만 가만 다독거리며 속삭이듯 기도했습니다.

  "주님…감사합니다…우리 희상이…때론 울기도 하지만 결코 웃음을 잃지 않게 해 주소서…모든 것을 통해 겸손과 감사의 마음을 배우게 하소서…주님의 자녀이게 하소서…."

  그렇게 나란히 누워 있자니 희상이는 금세 잠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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