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예화 *넌 아직도 나를 모르겠니

첨부 1


<embed src="/files/attach/images/197/229/046/e3908a6287155db929a6660fcc03ee75.gif">

1997년... 대학교를 졸업하고, 처음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내가 처음으로 맡은 아이들은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들, 세반이었다. 한반에 50명정도였고, 도합해서 150여명이었다. 정규수업 5시간, 특기적성수업(예전의 보충수업이다) 매일 1시간을 합치면, 하루에 한번, 혹은 2번정도, 아이들을 만날 정도로 아이들과 굉장히 가까워질 수 있었다.

정말 열심히 가르쳤다. 영어교과도, 성경공부도... 그리고, 정말 열심히 아이들을 사랑했었다. 아이들을 우리집에 초대해서 같이 이야기하고, 성경공부를 하곤 했었다. 나는 내가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사랑하는 만큼, 아이들도 나와 같은 관심과 사랑을 나에게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한 모든 아이들이 내 말을 순종하고 잘 들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몇 아이들의 반응은 나의 예상과 전혀 달랐다.

내가 담당했던 아이들 중에, 정이라는 아이가 있었다. 정이는 유명한(?) 아이였다. 숙제 안 해오고, 지각하고, 복장불량하고, 수업시간에 심하게 졸고, 선생님께 무례한 아이로 유명했다. 그런 정이와 모든 선생님들은 각 한번씩은 다 부딪혔었다. 마침내, 나에게도... 그 아이와 부딪힐 사건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해, 5월... 아이들에게 숙제를 내어주었는데, 정이가 당당하게 처음부터 해오지 않았다. 나는 정이의 손바닥을 때리고, 다시 한번 더 정이에게 기회를 주면서, 숙제를 해오라고 했다. 하지만, 정이는 그 다음에도 숙제를 해오지 않았고, 아예 날 찾아오지도 않았다. 내가 정이를 불러서, 왜 숙제를 안해왔는지 부드럽게 물어보아도 정이 특유의 남을 깔보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내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정이가 저렇게 하는 숨겨진 이유가 있을거야...' 라고 내 스스로를 위로하며, 대답도 잘하지 않는 정이에게, 왜 숙제를 해와야 하는지 다시한번 설명해주고, 한번더 기회를 주었다. 설마 해오겠지... 설마 안해올려구... 라고 생각하며... 기대해보았다.

그 다음날 정이에게 숙제를 제출하라고 했을 때, 정이는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으로 숙제를 해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순간, 속에서 무언가가 치밀어 오르면서, 정이 머리를 한 대 쥐어박고 싶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 <성령님... 제 마음을 주장해주세요!>라고 기도하며... 순간적인 욱하는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했다. 감정으로 대응하다보면 아이에게 큰 실수를 할 것 같아서, 우선 아이에게 교실로 돌아가라고 하고, 정이의 담임선생님께 찾아가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며, 정이가 어떤 아이인가 물어보았다.

그날... 나는 정이의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정이에 대한 아주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담임선생님에 따르면, 정이는 부모님으로부터 내팽개쳐진 아이였다. 정이가 워낙 유명(?)하다보니, 담임선생님께서 정이 부모님께 전화를 하니, 정이 부모님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 애는 우리도 포기했어요. 우리는 그 애랑 상관도 안해요. 다음부터는, 그 아이 일로 저희집에 전화하지마세요!> 참 난감했고, 무엇보다도 정이가 불쌍했다. 정이가 어찌했는지는 잘 모르지만, 우선... 부모님으로부터도 인정받지 못하고, 포기한 아이... 라는 말을 듣는... 정이가 너무나 가여웠다...♥

그래서... 나는 정이에게 한번더 기회를 주기로 했다. 여전히 <날 잡아잡수세요~>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정이에게 말했다. <정이야, 일주일후에 숙제를 내도록해. 그날, 선생님 수업이 저쪽 건물 어학실에서 있지? 그때 제출하도록 해! 그리고, 정이야, 명심해. 이번이 마지막이다. 나는 너에게 총 3번의 기회를 주었어. 네가 만약, 이번에도 숙제를 해오지 않는다면, 난 너에게 상당히 실망할거다. 내 손에서 해결되지 않으니, 난 다른 조치를 취해야되. 그건, 내가 너를 포기한다는 뜻이야. 제발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주기 바란다! 부탁한다!>

너무나 걱정이 되었다. 정이와 잘 지내고 싶었지만, 정이와 다른 아이들을 위해서, 공정하게 징계를 해야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정이와 내가 이번일로 인해서,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까... 특히, 부모님으로부터도 내팽개쳐진 정이가 이번 일로 인해서, 학교에도 더 적응치 못할까봐... 걱정이 되었다... 남은 일주일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도밖에 없었다. 내 마음의 고향~ 하나님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

매일 아침 새벽마다, 주님앞에 무릎꿇고, 기도했다. 당시 나는 약간 특이한(?) 방법으로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을 위해서 중보기도 하기 시작했다. 어디서 들은 기도방법도 아닌데, 언제부터인가 그렇게 기도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방법은 다름아닌... 내가 들어가는 반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나의 손으로 아이들 한명 한명을 안수하고, 쓰다듬어주며, 그 아이를 위해서 기도하는 것이다. 당시 내가 맡은 아이들은 고작 150여명밖에 안되었기에, 나는 모든 아이들의 이름과 상황을 어느 정도는 파악하고 있었기에, 아이가 앉은 분단과 줄을 다 외우고 있어서, 그런 기도가 가능했다. 아마, 내가 기도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본 사람이 있었다면, 좀 이상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무릎꿇고 앉아 눈을 감고 기도하면서, 양손을 이리저리 아래위로 움직이고 있으니까 말이다. 특별히 정이를 위해서 기도할때마다... 정이를 꼭 끌어안고, 안수하고, 쓰다듬으며, 강하고, 담대하게... 때로는 아픈 마음을 가지고 기도했었다. 하나님께서 내 기도를 들어주신다고 확신하며... 정이에 대해서... 하나님께 직고하기 시작했다~

하나님... 정이를 보호해주세요... 정이가 숙제를 해오도록 해주세요... 정이가 학교를 무사히 졸업하게 하시고, 사회에 악이 되는 아이가 아니라, 사회에 사랑을 전하는 아이가 되게 해주세요. 저로 인해서 상처받지 않게 하시고, 선생님들에 대해서, 어른들에 대해서 좋은 인상 가지게 해주세요. 정이곁에 선하고 신실한 사람들을 허락해주세요. 정이 마음속에 있는 분노와 자포자기, 반발심등을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로 깨끗이 치유해주세요.  예수님 영접하게 하시고, 교회다니게 해주세요... 선생님들과 주위 친구들, 가족들에게 사랑받는 아이가 되게 해주세요~ 하나님... 정이가 숙제해오게 하시고, 앞으로 졸업할 때까지, 숙제를 시간에 맞게 잘 제출하는 은혜를 허락해주세요~ 정이를 위해서, 또 나를 위해서 간절히 기도했다.

하루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나서... 마침내 일주일이 흘러, 정이와 약속한 그날이 되었다. 그날 아침... 마지막으로 기도를 하면서, 나는 이루말할 수 없는 평안을 맛보았다. 정이와의 일이 잘 해결될 것 만 같은 확신이 들었다. 하나님께서는 나의 기도를 들어주실거야... 아 기분좋아~ 룰루랄라 룰루랄라~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며, 출근을 했다.

정이와 약속한 수업시간이 되었다. 어학실 수업이었다. 수업시작 전에, 정이는 숙제를 제출하지 않았다. 내 마음이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정이는 가장 마지막으로 어학실에 들어왔다. <그래, 지금 숙제를 내겠지~> 이게 웬걸... 정이는 나에게 숙제를 내지 않고, 바로 자기자리에 앉아버렸다. 내 마음은 좀더 초조해졌다. 50분동안 정말 복잡한 마음으로 수업을 했다. <그래, 수업후에 정이가 숙제를 내겠지~> 라고 내마음을 추스리며 말이다.

그렇게, 어렵게 어렵게... 수업을 마쳤다. 모든 아이들이 서둘러서... 어학실을 빠져나가는 바람에... 정이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정이가 먼저 날 찾아오리라, 숙제를 들고 오리라... 생각하고, 평안히 헤드폰을 빼고, 테잎을 정리하고 있었다. 잠시후... 고개를 들어보니... 어학실에는 아무도... 아무도... 없었다. 뜨아~~~~~~~~ 너무 놀라서, 정이야~~~~~하고 복도까지 뛰어 나가서 불러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정말 아무도 없었다.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하나님 아버지... 하나님 아버지... 어떻게 된건가요... 저에게 확신의 마음을... 평안의 마음을 주셨잖아요... 그런데, 정이는... 정이는... 또다시... 제 말을 듣지않고... 저를 무시해버리네요... 어떻게 된건가요... 엉엉엉~ 그간... 저의 기도는 그럼 뭐였었나요??? 제가 허공을 치고 있었나요??? 아버지!!! 대답해주세요!!! 엉엉엉~ 엉엉엉~

... ... ...

하나님께서는 나의 불평어린 눈물과 원망의 기도에... 아무런 대답도 해주시지 않으셨다. 한참을 차가운 어학실 시멘트 바닥에 그렇게 앉아 있다가... 조용히... 힘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창문밖으로, 운동장이 보이고... 저멀리 고등학교 건물이 보였다.

저 건물속에... 정이가 지금 앉아있겠지... 정이는 자기 때문에, 내가 이렇게 울면서 애태우고 있다는 것을 알기나 할까... 정이는 지금 아무렇지 않다는 듯... 다음 수업을 듣고 있겠지... 정이가 저렇게 살면 안될텐데... 어쩌나... 하나님... 하나님... 하나님...

그런데, 그때 였다. 저 멀리서, 운동장 저 끝에서 점 하나가... 생기더니... 점점더 커져서, 내가 있는 이 건물쪽으로 가까이 오기 시작했다. 자세히 보니, 학생이었다. 한 학생이, 저 멀리있는 고등학교 건물의 엄청나게 많은 계단을 쏜살같이 내려와서는 어학실이 있는 이 건물쪽으로 부리나케 달려오고 있었다. 누군지 보기 위해서, 내 눈을 찡그려보았다... ... ... 그 학생은 다름아닌... 정이였다~

정이는 다음 수업이 시작되었는데도, 숨이 차서 헥헥 거리며... 어안이 벙벙한 내게로 다가왔다.
<정이야, 웬일이야???>
<선생님, 방석가지러 왔어요! 방석놔두고 갔어요!>
<뭐? 방석? 방석을 가지러, 다음 수업이 시작되었는데, 이 멀리까지 뛰어왔다는 거야??? 지금 수업하고 계신 선생님께서 뭐라고 하시겠니?>
<저도 지금 수업하고 계신 선생님께 야단맞을 거라는 생각을 했지만, 웬지... 방석을 가지러 지금 꼭 어학실에 가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언가가 절 이곳으로 이끄는 것 같았어요! 저도 제가 왜이러는지 모르겠어요!>


넌 아직도 나를 모르겠니...

          
난 너무나 놀랐다. 좀전의 상황과 너무도 다르기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일단 자기 방석을 찾은 정이는 그것을 자기 가슴에 꼭 안고는... 어안이 벙벙한 나를 보고 다음과 같은 이쁜 말을 남기고는, 다시 쏜살같이 멀리 떨어진 자기 교실로 뛰어가버렸다.
<선생님, 죄송해요. 숙제를 수업시간에 내야하는데, 조금 못한 부분이 있어서 제출하지 못했어요. 점심시간이면 다할 수 있어요. 정말 죄송해요~>


넌 아직도 나를 모르겠니...

          
성령님의 음성이 내 뇌리를 치고는... 그 다음 내 마음에 전율을 심어주시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있는 이 온 우주를 메아리쳐 주셨다.


넌 아직도 나를 모르겠니...


현주야, 넌 아직도 나를 모르겠니...
나의 미련한 것이 사람보다 지혜 있고 나의 약한 것이 사람보다 강하니라(고전1:25)나는 사람이 아니니, 거짓말하지 아니하고, 후회하지 않는단다. 내가 어찌 나의 말한 바를 행치 않으며 내가 한 말을 실행치 아니 하겠니(민23:19)... 현주야, 내가 나를 사랑하는 자들을 위하여 예비한 모든 것은 눈으로 보지 못하고 귀로도 듣지 못하고 사람의 마음으로도 생각지 못하는 것들이란다(고전2:9). 나는 네 입술의 구함을 거절치 아니할 것이며(시21:2), 나를 바라는 자는 수치를 당하지 아니할 것이며(시25:3), 나를 찾는 자들을 절대로 버리지 아니하리라(시9:10)


하나님 아버지 앞에서 불평과 원망을 토로했던 나의 모습이 너무나 부끄러우면서도, 한쪽으로는 물밀 듯이 찾아오는 그분에 대한 감사함... 으로 인해... 난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그분께 시편의 기자가 고백하였던 것처럼~ 고백할 수밖에 없었다.

하나님이 나를 위하여 보수하시고 민족들로 내게 복종케 하시도다(시18:47)

정이는 2년후 고등학교를 잘 졸업했고, 정이를 통한 그날의 사건은... 지금까지도 나에게 아주 큰 체험으로 남아있다. 기도가 응답되지 않을 때... 하나님께서 침묵하시는 것 같을 때... 특별히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낙망하고 포기하고 싶을 때... 그때마다... 정이를 통해서 허락해주셨던 하나님의 은혜를 추억하며 떠올려본다~


넌 아직도 나를 모르겠니...


이런 글도 찾아보세요!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퍼머링크

댓글 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