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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잊고 싶지만 잊을 수 없는 부끄러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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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사진

          
잊고 싶지만 잊을 수 없는 부끄러운 이야기

이십여년 전의 일입니다.
어느 날, 우연히 평소 알고 있었던 한 분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그날, 그분은 몰골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아니? 어쩐 일이세요?”
그분은 모른척하며 고개를 숙이고 지나치려 했습니다.
“저예요? 저 모르겠어요?”
그분과의 악연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그분은 제가 사드린 국밥 한그릇을 게눈 감추듯이 금방 비우셨습니다.
“바로 저기가 제가 자취하는 자췻방이거든요. 다음에 놀러오세요.”
그냥 인사로 한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며칠 후, 정말 그분이 오셨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그분은 한숨 편하게 주무시고 가셨습니다.
대신 저는 한 숨을 잘 수 없었지요.
막걸리 찌든 냄새와 몸을 씻지 않아 나는 퀘퀘한 냄새 때문에 견디지 못할 지경이었습니다.
거기다가 웬 코는 그렇게 드르렁거리며 고는지 말이지요.

그런데 문제는 다음날 생겼습니다.
그분은 조그만 가방 하나를 가지고 들어오셨습니다.
아예 눌러 앉을 생각이었던 모양입니다.
그 가방 안에는 때에 찌든 양말이며 옷가지들이 잔뜩 들어있었습니다.
그분은 저의 생활을 엉망으로 만들고 말았습니다.
이 때문에 그렇게 좋았던 집 주인 집사님의 눈치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분 도대체 누구세요? 통 불안해서 살 수가 있어야지요!”
“아마 좀 있다 가실 겁니다.”
저는 그 이상 대답해 드릴 수 없었습니다.

그분은 한 때 좋은 회사의 과장까지 하던 분인데
의처증 때문에 술을 마시게 되었고 그게 중독까지 되었던 것이고
가정은 깨지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 때 그분은 막노동판에서도 써주지 않을 정도가 되고 말았다고 합니다.

제가 그분을 내어 쫓지 못했던 것은 영혼을 사랑하는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그냥 마음이 약해서 나가달라고 말하지 못했을 뿐입니다.
그 때 저는 예배에 빠져 본 일은 거의 없었지만 신앙상태는 엉망이었지요.
뭐랄까 지금 생각해 보면 “뒤집지 않은 전병”이랄까?
신앙 따로, 삶 따로였던 것이었지요.
아니 그렇게까지 표현할 수도 없이 저의 삶은 그냥 엉망 그대로였습니다.
전에 한번도 곁길로 가본 일이 없던 저인지라
한번 타락해보고 싶은 생각까지 간절했던 때입니다.
그런데 그리스도 안에 있는 생명의 끄나풀이 그렇게 강한지 몰랐습니다.
아무리 타락하고 싶어도 어떤 한계 이상은 넘어갈 수 없음을 스스로 느끼고 있던 때였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제가 무슨 이웃에 대한 사랑까지 생각했겠습니까?

그런데 그게 거의 한달여를 지속되었던 것입니다.
저는 자취하면서 한번도 양말을 빨지 않고 자본적이 없고
집 주인으로부터 아가씨방보다 더 깨끗하다는 칭찬을 들었는데
저의 방은 이제 넝마주이의 방처럼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술에 찌든 냄새가 가득했고 이불은 아주 더러워졌습니다.
저는 그냥 다른 동료의 집에 가서 자고, 무슨 죄를 지은 양 슬슬 피해 다녔습니다.
그러다 드디어 저는 주인 집사님에게 말씀드렸습니다.
“제가 방을 옮기겠습니다. 집사님이 그 사람에게 말씀드려 주세요.”
자취하던 짐이라 간단하게 리어카 하나 빌려 짐을 동료의 집으로 옮겨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분은 그렇게 하여 그 집에서 쫓겨나게 된 것이고요.

그런데 그후 어느날이었습니다.
오늘과 같은 한 해의 마지막 때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날은 가느다란 눈발이 흩날리는, 정말 매섭게 추운 날이었습니다.
저는 어느 동료의 집에 가서 놀다가 밤이 되었는데,
우연히 창밖을 내다보았었습니다.
밖에는 으스름한 가로등불이 켜져 있었고, 흩날리는 가느다란 눈발은 그 불빛이 비취어 더욱 추워보였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그 밑을 잔뜩 웅크리고 벌벌 떨면서 한 사람이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분이었습니다.
그분은 아무런 목적지도 없이 그냥 걷고 있는 것이 분명했습니다.
얼마나 측은한 모습이었는지 당장 얼어 죽을 것만 같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것을 보고 그만 모른 척, 외면하고 말았습니다.

그 뒤로 그분을 한번도 만나지 못하였습니다.
그 추운 겨울밤, 어느 다리 밑에서 얼어 죽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세월이 이십여년이 흘렀는데, 추운 겨울만 되면 그때의 생각이 자꾸만 떠오릅니다.
눈발이 흩날리는 겨울이 되면 말입니다.

한 해가 저물어갑니다.
뒤돌아보면 저의 걸음, 걸음 그저 부끄러운 일들만이 가득합니다.
이 이야기는 저의 수많은 부끄러운 일들 가운데
잊고 싶지만 결코 잊을 수 없는 한가지 부끄러운 이야기입니다.

          
順天바람직한敎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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