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예화 이웃 사랑의 산실, 엘리베이터

첨부 1



          

고층 아파트의 엘리베이터는 밀물과 썰물처럼 아침에 사람들을 세상 바다로
밀려 보냈다가 저녁이면 받아 들입니다.
비단 모래 해변처럼 낭만이 뚝뚝 드는 곳은 아니라도 인정이 교차되고
남과 내가 공기를 썩어 마시는 곳입니다.

어느 새 입주한 지 3년이 다 되어 가는데 어느 집에 누가 사는지 잘 모릅니다.
연령충이 다양해 자주 썩일 일이 드뭅니다.
저는 어느 날부터 좋은 시나 짧은 글을 예쁘게 꾸며 엘리베이터에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붙이자마자 통째로 없어지기도 하고
컴퓨터에 댓 글을 달 듯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구러 1년이 흐른 어느 반상회 날,
사람들이 요즘에는 왜 글을 올리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그 대답은 다른 사람이 해 주었습니다.

어느 날 아침 자기 남편이 주례사를 쓰다가 나중에는 엘리베이터의 글을
만나게 되어 다급한 김에 통째로 뜯어 가게 되었는데 다시 붙일 수가 없었다고.........

그래서 그 글을 직원들 훈화에도 썼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이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무심결에 벽에 무엇이 붙었는지 챙기게 된다고....

베껴다 동창회 망년회 날 낭독하기도 했다고...
.최근에 이사 온 사람은 이 동네 참 멋진 동네라고,
정말 잘 이사 온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만 울 뻔했습니다.

며칠 전의 일입니다.
엘리베이터에 장미꽃 다발이 버려져 있었습니다.
밟히지 않게 모서리에 밀어 두었습니다.
그건 받아들여지지 않는 마음이니까요. 다시 보니 누군가가 세워 두었습니다.
쓰러진 마음을 일으켜 세운 게지요.

또 보니 거울 밑 손잡이에 꽂아 두었습니다.
흙이 묻지 않길 바라는 마음일 겁니다. 그리고 또 보니 화단에 꽂혔어요.
꽃은 꽃밭에 있어야 버림 받지 않을 것 같아서 겠지만
버려진 꽃다발은 버려진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저녁에 식구들이 모여 이야기를 모아보니
모두 우리 집 식구들의 다른 손길이었습니다.

서점의 독자가 아닌 이웃도 독자가 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어느 날 그 독자들과 설렁탕 데이를 만들어 설렁탕집에서
저녁을 함께 먹기로 했습니다.
행복은 우리가 만들어 나누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그들은 어디엔가 보내겠다고 귓속말로 공지하면 가방, 신발, 옷가지, 양말,
그릇, 안경 같은 것을 정성껏 손질하여 건네줍니다.
스스로 나눌 의지가 있어야 좋은 관계가 오래 지속되는 걸 그렇게 압니다.

이제 엘리베이터는 우리의 작은 사랑이 잉태되어 나고 자라는 태자리입니다.

< 오정순 / 주부편지 2003, 1월호 >

<embed src="/files/attach/images/197/041/047/26bc47a01c32e757cffb9c5a634ce9d9.gif" hidden=true loop=-1 volume=0>



이런 글도 찾아보세요!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퍼머링크

댓글 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