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예화 어등골 이야기 18 - "목사님, 저 합격했어요"

첨부 1


          

  지난 해 성탄절 전날이었습니다.

  "목사님…안녕하셨어요…그냥 성탄절도 되고 해서 안부나 여쭐려고 전화 드렸습니다."

  오래 전 전도사 시절 잠깐 섬기던 교회에서 만난 이후 이따금씩 근황을 알려오는 L형제였습니다. 지난 해 신대원을 졸업한 후 사역지를 얻지 못하고 있음을 들어 알고 있던 나는 불쑥 이렇게 물었습니다.

  "…지금 어딘고?…"

  그는 잠시 머뭇거리는 듯 하더니 말문을 열었습니다.

  "…학굡니다…청소년교육연구소에 나와 있습니다."

  "연구원으로 취직한 건가?"

  "그건 아니고요…학교에서 청소년을 위한 책을 만들고 있는데 돕고 있습니다……근데요. 목사님…저 공부를 계속하게 될 것 같애요…시험도 봤어요…전혀 생각도 안 했는데…떠밀려서…."

  "…떠밀려서?…"

  "…예…신학부 다닐 때 함께 공부했던 분 중에 건설회사를 운영하는 분이 있는데, 그 분이 얼마 전에 한 번 만나자고 그러시더라구요…그래서 만났는데…신대원을 졸업한 후의 저의 근황을 들은 그 분이 계속 공부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하시더라구요. 물론 학비는 다 대준다면서요…."

  "…그래…잘됐네…나도 그렇게 좀 떠밀어 줄 사람 어디 없나 몰라?…"(웃음)

  "아이…목사님, 놀리지 마십시오. 저는 아직도 확신이 서지 않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떠밀리는 것도 복이여…사실 우리가 지금 예수 믿고 있는 것도 어찌 생각하면 떠밀린 결과가 아니겠는가? 만일 우리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 둔다면 하나님 앞에서 제대로 살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하나님께서 떠밀어주니까 이만큼이라도 목회하는 거지, 어디 나 잘나서 목회하는 건가?……떠밀리는 거…그거 괜찮은 거야…그 속에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있거든…."

  "…그래요…목사님 말씀을 듣고 보니까 또 그런 것 같네요…그래도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그 분은 공부에만 전념하라고 하는데, 저는 현장목회와 병행하고 싶거든요…작년에 잠깐 어느 교회에서 청년부 사역을 했던 것이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요…."
  
  "…그래, 나도 그 때문에 여기까지 왔는지 몰라…그러고 보면 하나님이 형제를 참 사랑하시는 것 같애…형제는 그런 생각 안들어?…."

  "…그렇게 생각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돼요…제가 저를 너무 잘 알기 때문에…어떤 때는 불안할 때가 있어요…하나님께서는 사랑하시는 자를 징계하신다고 하셨는데…저에게는 오히려 너무 큰 것을 주시니까 두려워요…제가 원하는 것은 이게 아닌데…."

  "…그럴수도 있지…그래도 감사해……합격자 발표는 언제하고?"

  "오늘요…어쩌면 지금쯤 발표했을 것 같습니다. 조금 있다 확인해 봐야겠습니다."

  "그래……앞으로의 계획은?…"

  "저는 목회자가 되고 싶어요…양육하는 기쁨을 잊지 못하겠어요…작년에 잠깐 섬긴 교회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삼대일 정도 되었어요…제가 소아마비라 그런지 오히려 적응하기가 더 좋았는데, 어떤 청년 하나가 줄곧 저를 힘 들게 했었어요…근데 제가 그 교회 사임할 때 '그동안 신경 써 줘서 고마웠다. 좋은 전도사님을 만나서 기뻤다'고 쓴 편지를 주더라구요…그 순간 제 속에서 뜨거운 눈물이 솟더라구요……또 전에 어떤 목사님이  '목양의 기쁨을 아느냐?'고 물으셨어요…근데 생각할수록 참 어려워요…또 신대원을 졸업한 지 일년이 되도록 사역을 못하고 있어서 한편으론 하나님이 막으시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공부하는 것도 좋긴 한데…저는 목회자가 되고 싶어요."

  그의 음성은 어느새 촉촉히 젖어들고 있었습니다.

  "…형제…형제는 이미 목회자야…강단에 서야만 목회자는 아니지…어쨌든 중요한 것은 지금 형제의 마음 속에 목회자의 꿈과 비젼이 타오르고 있다는 것 아니겠어?…앞으로의 형제의 삶 속에 주님이 점점 더 크게 클로즈업 되길 바래…공부도 그런 목적을 갖고 하면 공부 자체도 목회 아니겠어?……어쩌면 형제의 말처럼 형제는 지금 떠밀리고 있는지도 몰라…근데 정말 하나님께서 형제를 떠밀고 계시다고 생각한다면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확실히 맡겨봐…그리고 열심히 배워서 나같은 사람 팍팍 좀 밀어줘…."

  "참, 목사님도…목사님이 저를 밀어주셔야죠!" 그는 펄쩍 뛰었습니다.

  "나중에 잘되면 모른 척이나 하지 말라고(웃음)…하여튼 돕는 분을 통해 떠밀어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잘 기억하고, 나중에 기회가 되면 도움이 필요한 그 누군가를 형제가 또 밀어주면 되지 않겠어?…형제,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하나님께서 지금 형제가 있어야 할 자리를 준비하고 계실 거야…."

  "…예…"

  그리고 전화를 끊은 지 10여분만에 다시 전화를 건 그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대한 기대와 설레임으로 짐짓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목사님, 저 합격했어요!"


  

<embed src="/files/attach/images/197/320/047/6387d7beb254e3d8699f265699b2071d.gif" loop="-1" hidden=true>

이런 글도 찾아보세요!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퍼머링크

댓글 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