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고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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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 문명의 그물로 촘촘히 짜여진 거대한 도시들이
황량한 광야처럼
우리의 영혼을 둘러싸고 있는 오늘,
이 땅의 도심 곳곳을 화려하게 비추는
무수한 십자가의 불빛들이
장중한 폼페이 신전의 열주(列柱)들처럼
우리의 마음을 짓눌러 오는 이 때,
광야의 반석을 뚫고 솟아나는 샘물처럼,
짙은 어둠을 가르고 쏟아져 내리는
새벽 햇살의 첫 파장처럼,
정갈하고 순결한 계시를 기다리며
2년 반 전에 시작했던 '광야의 묵상'을
오늘로 접습니다.
이제, 입을 열기보다
귀를 열고자 합니다.
육체의 귀보다
마음의 귀를 열고,
"들을 귀 있는 자는 들을지어다"라고 말씀하시는
그분의 세미한 음성을 기다리고자 합니다.
그동안, 너무 많은 말을 했습니다.
너무 크게 외쳤습니다.
부끄럽습니다.
당초 1년의 기간을 정하고 시작했으나
뜻하지 않게 말이 길어졌습니다.
먼저 나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말들을
세상과 이웃을 향해서 던지기에 바빴습니다.
이제, 내 눈 밖에 펼쳐진 광야를 떠나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다시금 내 안의 거칠고 메마른 광야에로 돌아가려 합니다.
거기서, 내 영혼의 속살을 마구 찔러오는
새로운 묵상들을 마주 대하려 합니다.
그동안, 매우 고마웠습니다.
감당하기 어려운 성원과 격려를 보내주신 분들께
마음 깊이 감사 드립니다.
제 글로 불려(不慮)의 상처를 입으신 분들,
불유쾌한 느낌을 받으신 분들,
그리고 비판과 질책의 목소리로
저에게 자성(自省)의 겸허를 일깨워주신 분들께도
감사와 함께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
극동방송과 쉐어플라자(Shareplaza)의 배려에
더 할 수 없는 고마움을 간직한 채
이제 물러가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주님의 평강이 늘 함께 하시기를...
2002년 11월 29일 이우근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