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가일아빠님 부탁하신 글입니다.

          
요한복음 19장 25절-27절은 다음과 같이 증거하고 있다.

예수의 십자가 곁에는 그 모친과 이모와 글로바의 아내 마리아와 막달라 마리아가 섰는지라 예수께서 그 모친과 사랑하시는 제자가 곁에 섰는 것을 보시고 그 모친께 말씀하시되 여자여 보소서 아들이니이다. 하시고 또 그 제자에게 이르시되 보라 네 어머니라 하신대 그때부터 그 제자가 자기 집에 모시니라.

십자가에서 돌아가시기 직전 예수님께서는 요한에게 자신의 어머니인 마리아를 '네 어머니'라 말씀하셨다. 말하지면 자신의 어머니를 제자인 요한에게 부탁한다는 유언이었다. 바로 그때부터 요한은 그 말슴에 복종하여 마리아를 자기 집에서 모셨다고 성경은 증거한다. 다시 말해 마리아를 봉양하는 도구로서의 삶에 충실했다는 의미이다.

전승에 의하면 마리아는 90세가 되기까지 장수했다고 한다. 이스라엘 여자들은 15세에서 18세 사이에 결혼하여 첫 아이를 낳았다. 마리아가 예수님을 낳았을 때에 그녀도 이 나이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예수님과 마리아의 나이 차는 많아야 18세밖에 되지 않는다. 예수님께서 33세에 돌아가셨으니, 그때 마리아의 나이는 50세 정도였음을 알 수 있다. 그 이후 마리아가 90세까지 살았다면 예수님의 승천 이후에 마리아는 40년이나 더 살았다. 만약 예수님께서 돌아가실 때 요한이 20대 중반의 열혈 청년이었다면, 요한은 무려 60대 중반, 아니 70 가까운 노인이 될 때까지 마리아를 모셨다는 계산이 나온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생각을 해 보라. 요한과 동창생인 다른 제자들은 세계 도처에서 초대교회의 영웅이 되어가고 있다. 더욱이 예수님께서 이 지상에 계실 동안 제자의 족보에 오르지도 못했던 바울이란 사람이, 자기도 예수님의 제자요 사도라며 세계를 누비고 다닌다. 그런데 요한이 하는 일이란 70노인이 되기까지 고작 남의 할머니 뒷바라지나 해 주는 일이다. 평소에 요한은 자기를 가리켜 스스로 '주께서 사랑하시는 제자'라 부를 정도로 자기 자신에 대해 긍지를 갖고 있던 사람이었다. 그런 만큼 누구보다도 더 큰 꿈과 야망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 할머니 앞에서 젊은 시절의 자기 꿈이 산산 조각 나버렸을 때에 그의 절망감이 얼마나 컸겠는가? 세계 도처에서 들려오는, 교인들 사이에서 영웅이 되어가는 동창생들의 소문을 들을 때마다 얼마나 그 자신이 처량했겠는가? 그러나 요한은 노인이 되기까지 마리아 봉양하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것은 그가 주인으로 모시는 주님의 명령이었고, 자신은 주님의 도구임을 한시도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것으로 요한의 인생이 끝나버렸던가? 아니다. 요한은 힘없고 연약한 한 여인을 40년 가까이 봉양하면서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삶으로 경험하였을 뿐만 아니라, 인생에 대한 더 깊은 통찰력을 가질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주님과 남모르는 은밀한 교제를 넓혀갈 수 있었다. 마침내 요한의 마리아에 대한 봉양이 끝났을 때 주님은 이미 노인이 된 요한으로 하여금 요한복음을 쓰게 하셨고, 요한 1서, 요한 2서, 요한 3서, 그리고 요한계시록까지 쓰게 하셨다. 그것은 끝까지 주님의 도구되기를 거부치 않았던 요한에 대한 주님의 상급이었다.

그러나 40년 동안 마리아를 모시면서 자기도 모르게 인생에 대한 통찰력, 사랑에 대한 이해, 주님과 남모르는 교제가 깊어지지 않았던들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요한이 쓴 요한복음을 통해 공관복음의 미스테리를 이해할 수 있고, 요한 서신을 통하여 하나님은 사랑 그 자체이심을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요한 계시록을 통하여는 우리의 미래를 예견할 수 있다. 요한의 '도구됨'이 이처럼 엄청난 열매의 발판이 된 것이다.

만약 그대가, 주님께서 그대에게 명령하시는 것이 무엇이든 주님의 도구되기를 단념치 않는다면 그대는 상상치도 못한 열매를 거두는 '진리의 사람'이 될 것이다.
이재철 저 새신자반(홍성사간)PP 67-69에서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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