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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생각하게 만드는 작은 수필 한 편 - 수첩을 정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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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을 정리하며

수첩을 정리했다.
전화번호가 적힌 어린 애 손바닥만한 작은 수첩을 10년 가까이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애용하였는데 이제 그만 표지가 낡아서 떨어져 나가고 더 이상 쓸 수 있는 여백도 없는 터라 나는 그만한 새 수첩을 어렵사리 장만하여 어제와 오늘 옮겨 쓰는 작업을 서둘렀던 것이다.

하기야 요즘처럼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정보화 시대에 그 흔한 휴대폰 하나  만으로 수 백 명의 정보를 입력할 수 있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을 텐데도 나는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고 있으니 시대에 뒤진 꼴이긴 하지만 나름대로 작은 수첩의 매력 또한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

한 사람 한 사람 이름과 전화번호를 옮겨 적으며 그에 대한 추억이 오롯이 솟아나고 있었다. 친척과 친구와 지인(知人)으로 대별되는 이름들에는 참 그리운 이름들이 많았다. 그렇지만 어느 새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이름들도 있었다. 그래서 이제는 어쩔 수 없이 이름을 지워야하는데... 한참을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구나  편지로 교제하다가 출소하여 다시 연락을 주고받던 형제들의 이름을 지울 때는 남다른 감회가 있었다.

지금은 어디서 무얼 할까? 아마 꿋꿋하게 온갖 어려움을 잘 참아내며 잘 살고 있을 거야?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반면 또다시 범죄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이렇게 추운 날 십 오척 담장 안에 머무는 신세가 되지는 않았는지? 하는 우려로 깊은 한숨으로 내쉬기도 했다. 그러기에 그 이름을 지우기에 앞서 나는 짧게나마 속 깊은 기도를 드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 형제들이 부디 잘 되기를, 주님의 도우심으로 넉넉히 승리하는 인생의 주인공이 되기를, 정말 간절히 기도했다. 그러면서 그 작은 수첩을 아주 버리지는 않기로 마음먹었다. 손때묻은 그 작은 수첩을 서랍 한 쪽에 고이 간직할 것이다. 왜냐하면 아직 그리운 이름들이 그 곳에 남아 있으므로... 언제든 다시 연락이 오면 오히려 그 이름이 더 반가울 것이므로...

그리고 이제 나는 새 수첩의 여백을 늘릴 것이다. 어쩌면 내게 다시 반가운 목소리로 '잘 지내고 있습니다!'라고... 소식을 전해올지 모르는 일이기에, 그 애틋한 꿈으로 새 수첩의 여백을 채우고 싶은 것이다.
그렇다. 사람이 산다는 것은 만나는 일이고 만남은 곧 사랑이고 보면 우리네 삶은 그 만큼 꿈으로 가득 찰 수 있는 것이다. 새 수첩의 표지에다 제목을 붙인다면 나는 아마 이런 제목을 붙이고 싶다.  
모든 만남은 사랑으로!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을 그리운 이름으로!

독자가입 환영 http://column.daum.net/daman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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