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예화 조선일보 독자컬럼에 나온 글(못보신 분들을 위하여)

첨부 1




다음은 2002.11.26 자 조선일보 오피니언 독자컬럼에
사진과 함께 실린 제 컬럼입니다.

          

[독자칼럼] 수형인에 사랑의 흔적 남길 수 있다면

그의 편지를 받았다. 봉함엽서에 빼곡이 써 내려간 편지를 읽으며 청송은 이미 한 겨울로 접어들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시린 손으로 정성스럽게 편지를 쓰는 모습을 생각하니 이내 답장을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지금 10년 가까이 수형생활을 하고 있다. 젊은 날, 그의 젊음이 그렇게 갇혀(?) 있는 것이다. 그는 요즘 부쩍 희망을 가득 품고 있는 듯 싶었다. 편지 말미에 내게 물었다. 자신의 만기(滿期)가 2014년인데 그 안에 정년 퇴직은 하지는 않느냐고? 헤아려보니 공교롭게도 그의 만기와 나의 만기(?)가 일치했다. 그런데 왠지 정년이란 말이 뜨악하게 들려왔다.

문득 이쯤에서 나는 나 자신의 직장생활을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남은 10년, 결코 길지 않은 시간이라고 여겨진다. 20년 세월이 훌쩍 지나왔듯 10년 또한 그렇게 지나 갈 것이다. 그렇다면 직장 생활을 마치는 날, 내게 남는 것이 무엇일까? 그 흔적은 과연 아름다울 것인가?

언젠가 직장생활 초기였다. 내 생애 잊을 수 없는 책 한 권을 발견했었다. 그 책은 경남 거창고등학교에서 발간한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라는 소책자였다. 책 속에는 '직업 선택의 십계'가 나오는데, "월급이 적은 쪽을 택하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택하라. 앞을 다투어 모여드는 곳은 절대 가지 마라. 아무도 가지 않는 곳으로 가라. 장래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가라. 한 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로 가라...."등이 기억난다. 자기 미화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교도관이라는 내 직업이 그 기준에 얼마나 흡사하던지, 한참 갈등기에 명쾌한 해답을 얻기라도 한 듯 기뻤다.

그렇다. 나는 내 직업를 통하여 소외된 이들에게 조그마한 유익함이라도 주고 더러 티끌 만한 사랑의 흔적이라도 남긴다면 이 얼마나 가치있는 일인가? 비록 성공한 사람은 아닐지라도,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업은 아닐지라도... 직업의 가치는 그렇게 소명(召命)으로 여길 때 더욱 아름다운 것이다.

(崔基勳 영등포구치소 교도관)

교도관이 쓰는 민들레편지(독자가입 환영합니다)
http://column.daum.net/daman1004/

<embed src="/files/attach/images/197/614/047/e3db355efffd7c29e0b3e5736d80cc97.gif" 1oop=99>



이런 글도 찾아보세요!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퍼머링크

댓글 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