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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로또 복권 샀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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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10년도 넘게 쓴 베개커버를 갈아 씌우며 생각했어.
'이젠 때가 안 지네. 고만 쓰고 버려야겠다.'
정말 그 생각 밖에 안 했거든.
그런데 낱말 하나가 떠오르는 거야.
.....................정직....................................
이 낱말을 내 맘에 동동 떠오르게 한 분이 누구겠어?
뭘 말씀하시려는지 내 맘은 금방 알았지.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주절주절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했어.
'집을 쬐끔만 큰 거로 바꾸고 싶구요,
베개 커버 같은 거 살 때 고민하지 않구요,
애들 교육시킬 돈 걱정 안 하구,
헬스를 할까 말까 갈등하지 않아도 되는
그 정도면 족하다고 생각해요.'
그 분이 아무 말씀도 안 하시니까 더 찔리데.
'통장에 돈 좀 넉넉히 들어있으면 더욱 좋구요,
주택 임대해서 월세가 한 1000만원? 정도 나오면 돈 걱정은 없겠죠.
꿈도 못 꾸나요, 뭐?'
나는 멋쩍게 웃었어.
요즘 내가 한 짓 땜에...
로또 복권을 한 장 샀었거든.
그거 사 놓고 기도도 했었지.
'하나님 아버지, 1등 당첨 되게 해주시면요
나는 요만큼 갖고요 아버지께 이마아안큼 드릴게요.'
'요만큼'이라고 한 액수가 좀 변할지는 모르지만,
'이마아안큼'은 진심이었어.
10000원짜리 세배 돈 받고
쓸 줄 몰라서 동전이랑 바꾸는 어린애처럼 말이지.  
추첨을 기다리는 며칠 동안 공중누각을 얼마나 지었다 헐었다 했게.

그 분은 그냥 잠잠히 계시는데
나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다가 결국은 할 말을 하고 말았어.
'.......맞아요, 바보 같은 짓이었어요.'
그런데 그걸 시인하자
갑자기 그동안 저지른 '바보 같은 짓'들이 내 앞에 줄을 서는 거야.
실패와 좌절의 보자기에 싸여있는 누추한 과거들.
그것은 대부분 '시작하자마자 그만 둔 일'들이야.
예수님을 통해 참 많은 자유와 강건함을 얻었지만
아직도 부자유한 부분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끈기 없음'이란다.
내가 뭔 일을 또 벌리면 남편은 대놓고 '얼마나 갈려구?' 그런다니까.
그래도 난 할말이 없어.
시작했다 금방 관둔 일이 워낙 부지기수라서.

나는 왜 무슨 일을 하면 끝장을 못 보는 걸까?
그리스도인, 아내, 엄마, 이 세 가지는 아직 잘 붙들고 있어서 다행이지만
내 목숨, 하마터면 이것도 포기할 뻔했었지.
날이면 날마다 죽을 생각만 했던 춥고 어두운 밤도 있었거든.
'끈기 없음'은 그제나 이제나 나의 치명적인 약점이야.
그 것 때문에 가슴 아픈 일들이 꽤 있었어.
그걸 이겨보려고 기도도 하고 노력도 해 봤지만 소용없었단다.

몇 년 전에 주님은 원인이 뭔지 내게 알려주셨어.
내적 치유 세미나에 가서 둘 째날 새벽에 세수하는 중이었는데
내 맘에 갑자기 말씀하시는 거야.
'어린 너는 부모의 관심을 끌려고 많이 애썼다.
이렇게 해 보고 안 되면 또 저렇게 해 보고......
그렇지만 너의 부모는 너를 돌 볼 줄을 몰랐지.
자꾸 방법을 바꿔보던 그것이 너의 성격이 돼 버렸다.'
'그럼 어떻게 해요? 나 죽을 때까지 이렇게 살아야 해요?'
'아니다. 이제는 내가 너를 칭찬하고 인정해 주마.'
나는 푸푸 세수를 하다 말고 거울을 보고 히히 웃었어.
그 해 여름에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우리 언니들과 여행을 하다가
기억에도 없는 나의 아기 때 일을 듣게 되었어.
6.25가 막 끝난 어려운 때라 먹고살기 바쁜 와중에
늦둥이 내가 태어났다는 거야.
우리 부모는 나를 돌볼 겨를이 없었고
나는 애정이 고파서 늘 칭얼거렸고, 엄마는 그런 나를 때려주고......
나 어릴 때 별명이 '찡찡보'였던 건 그래서였나봐.
기도 중에 하나님은 내가 아들이 아니라서
환영받지 못한 존재였다는 사실을 알게 해 주시며
영혼 깊은 곳에 있는 상처를 치유해 주신 적이 있었는데
하나님이 조명하셔서 알게 된 일들 모두가 사실이란 걸
언니들의 말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어.
전쟁 중에 우리 부모는 다 큰 자식을 둘이나 잃었고
군대에 징집된 아들은 전쟁이 끝나도 소식이 없고
하나 있는 어린 아들은 늘 골골 아팠으니
늦둥이 임신한 걸 알았을 때 얼마나 간절히 아들을 바랬겠어.
암튼 아주 어렸을 때 부모의 사랑을 받으려
이 방법 저 방법 써 보던 그것이 오늘날까지니
정말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단 말은 사실인가 봐.

그치만 난 신분이 바뀌었잖아.
이젠 마귀의 노예가 아니잖아.
그런데 어째서 내가 아직도 헤매고 살아야 하냔 말야.
난 그게 너무 화가 나.
물론 나한테지 뭐.
이제 마귀가 나한테 권리 주장을 못하게 됐는데
아직도 질질 끌려 다닌다면 그건 순전히 내 탓인 거야.
옛날엔 알지도 못하면서 하나님만 탓했지.

'끈기 없음'을 '끈기 강함'으로 되게 하는 데는 '의지'라는 에너지가 필요한데
이게 또 나한테 없는 거라.
의지가 약하도록 잘못 양육한 책임은 부모에게 있지만
이젠 부모님 탓도 안 해.
다 용서했어.
그 분들의 능력으로는 더 이상 어쩔 수 없었는 걸 뭐.
나도 자식 낳아 키워보니까 알겠어.

'바보 같은 짓들' 때문에 말이 길어졌네.
내가 진짜 말하고 싶은 건 이거야.
바보 같은 짓 하게 만드는 '미끼' 발견하다.
어떻게 발견했냐구?
그 분이 알려주셨지.
또 낱말이 떠올랐거든.
.............환상.............
내 앞에 누추한 보따리들을 줄 서게 하신 건
내 코 쭉 빠지라고 그러신 게 아니고
똑바로 보라는 거였어.
그 바보 같은 짓들이 죄다 환상에 속아서였다는 거.
복권 한 장 들고 공중누각을 지었다 헐었다 하는 것처럼.
생각만으로 그쳤으면 좋았으련만 저지른 일들이 너무 많았지.
난 그게 환상에 속아서인 줄 오늘 처음 알았네.

자, 그럼 이젠 어쩐다?
애정결핍이란 쓴 뿌리에서
의지 약함, 끈기 없음, 환상이란 나무가 자라나고
그 열매를 나도 먹고 남에게도 주는 건 알았는데......
주님한테 고쳐달라고 해야지.
다른 것도 많이 고쳐주셨는데, 이거라고 못 고치실 리가 없잖아.

나랑 비슷한 사람, 빨리 와요.
주님께 수술 받으러 함께 갑시다.
완벽한 주치의이신 우리 주님의 수술 칼은
십자가 위에서 흘리신 보혈이랍니다.
단 수술 받기 전에 조건이 있어요.
자기 증상이 병인 줄 알아야 해요.
그래야 고쳐달랄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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