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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누가 불지르게 했나(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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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참사가 있을 때마다 목숨을 잃은 사람의 사연 중 안타깝지 않은 것은 없다. 유치원 졸업식에 가기 위해 들떠있던 꼬마와 어머니의 죽음, 교육대학 졸업을 앞둔 새내기 교사의 죽음, 대학입학을 앞두고 설레었을 고등학생의 죽음…. 이들의 죽음 앞에서 유족뿐만이 아니라 온 국민이 눈물을 참을 수 없었으리라.

하지만, 이러한 대형 참사의 충격과 아픔으로 온 나라가 회색빛인데 텔레비전만 켜면 나오는 뉴스 속보는 또 한번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대구 지하철에 불을 지른 사람은 지체장애인이었다. 뇌졸중으로 치료를 받던 중 신체 일부에 마비를 경험한 그는 사회에 대한 분노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약간의 정신적 질환도 앓았던 것 같다.

모든 방송사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구 지하철 참사의 원인을 한 개인에게 몰고 가는 경향이 너무 짙어 보인다. 물론 이 남자의 행동이 사건의 원인이었고 불특정한 다수를 향한 분노 역시 비뚤어진 가치관에서 나온 잘못된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대형 참사의 원인이 모두 이 남자의 행동으로 인한 것일까 방송사는 장애를 갖고 있던 한 남자의 행동을 용서받지 못할 파렴치한 행동으로 강조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왜 이런 큰 참사가 일어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다각적인 조사와 보도가 필요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유도 없이 죽었다. 분명 우리는 이들의 죽음이 억울하지 않도록 책임의 소재를 밝혀 온당한 처벌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하지만 좀더 냉정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불을 지른 그가 남긴 말은 ‘혼자 죽기 억울하다’는 것이었다. 무엇이 그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었으며 무엇이 그는 그토록 억울하였을까

지체 장애인의 대부분은 후천성 장애인이다. 태어날 때부터 갖는 장애가 아니라 비장애인으로 살다가 어떤 사고나 질환으로 인해 장애를 갖게 된 사람들의 심정은 어떠할까 특히 장애인에 대한 사회복지가 열악한 한국땅에서 말이다. 갑자기 일할 수 있는 자리를 잃게 되고 혼자 가고 싶은 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 자유도 빼앗긴다. 사람들의 시선은 부담스러워지고 일자리도 없는데 계속 받아야할 재활치료나 그 밖의 병원비는 너무 비싸다. 가족들은 점차 이 남자가 부담스러워졌을 것이다. 이 남자도 스스로 가족들에게 미안하고 자신의 삶이 가치 없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비장애인이었을 때의 자신의 모습을 회상하며 죽음을 결심하였을 것이다. 열심히 가족을 위해 나라를 위해 부지런히 살았던 내가 이렇게 초라한 신세가 될 수 있나 하고 생각하다보니 세상이 미워지고 혼자 죽기 억울했을 수도 있다. 이렇게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는 동안 복지정책은 그야말로 남의 나라 얘기였을 것이다. 많은 장애인들은 이러한 고통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다.

대구지하철 참사는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될 사건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혼자죽기 억울한 사람들이 없는 세상이, 그들을 다독여 줄 수 있는 세상이 하루빨리 와야 할 것이다.



김이미랑/특수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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