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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교도관과 소방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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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 대구 S교회에서 주일학교교사로 함께 일하던 H라는 형제 한분을 만났습니다. 열심으로 자신의 직분을 잘 감당하던 형제는 어느 날 교도관이 되어 의정부로 떠났지요. 갇힌자에게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고자 하는 소망으로 말이죠. 형제가 떠난지 몇달 후 편지를 받았는데,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것은 재소자의 눈도 제대로 못맞추던 초임 교도관의 모습을 그려놓았던 내용입니다.

그 후 5년 뒤에 저는 인천에서 소방관으로 재직하게 되었습니다. 119구급대원으로 지금까지 근무하고 있어요. 거리상으로는 형제가 사는 의정부가 두시간 남짓한 가까운 곳이지만 세월이 워낙 유수같아서, H형제를 가끔씩 생각만 하다가 결국 10년이라는 시간동안 만나질 못했답니다.

만나야 할 사람은 만나게 된다는 중국 속담이 있다지요. 결국 지난 2월에야 제가 의정부를 가게 되었습니다. 두시간 정도 되는 거리를 운전하여 가는 동안 참으로 많은 생각이 스쳐지나더군요. 함께 주일학교 학생들을 가르치던 일이며, 수련회 가서 재미 있었던 일 등등...초행길에 비까지 내려서 조바심이 났지만 H형제를 만난다는 기쁨으로 달려가는 길은 즐거움 그 자체였습니다.

드디어 형제의 집 현관에 도착하여 벨을 눌렀습니다. 귀에 익은 목소리가 저의 마음 한켠을 흥분시키더군요. 문이 열리고 우리는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따뜻한 손을 맞잡았지요. 10년이라는 시간동안 바뀐 것은 서로의 호칭이 집사님으로 바뀌었고, 지난 시절 가르치던 주일학교 학생들 보다 조금 어린 아들, 딸들을 둘씩 거느리고, 옆에는 생면부지인 자매들이 서 있다는 것일뿐 더도 덜도 아닌
그때 그 사람이었습니다.

우리는 함께 식사를 하고, 지난 시간동안 함께 하셨던 주님을 찬양할 만한 기억들을 더듬고 의정부 인근에 위치한 공원에 나들이도 갔습니다. 오가며 많은 대화를 나누었는데, 주로 서로의 직업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역시 H형제는 직업을 통하여 주님과 동행하는 신실한 크리스챤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119구급대원이 현장에서 겪는 여러가지 어려움과 교도관이 겪는 어려움에는 많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다른 점은 어쩌면 교도관이라는 직업이 더욱 힘들겠다고 느낀것과, H형제는 크리스챤으로서 지녀야 할 뚜렷한직업관이 있는데 반해 저는 그분에 비하면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누었던 대화들중 한가지만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저는 현장에서 구급대원으로 근무를 하며 가장 힘들고 어려운 점이 만취자 혹은 행려자입니다. 촌각을 다투는 응급한자들과 산적해 있는 행정업무 가운데 늘 피곤에 지쳐있고 심리적으로도 공황상태를 겪는 일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구급차를 자신의 개인 승용차처럼 이용하고자 하는 만취자들과 행려자들은 더더욱 스트레스를 받게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을 위해 구토물을 받아가며 상처를 싸매가며 이송해주는데도, 욕을 하고 시비를 거는 등 양심도 없고 고마움이란 더더욱 없는 모습을 볼때면 저도 모르게 거칠어지는 자신을 발견하곤 하지요.  

가만히 저의 말을 듣고 있던 H형제는 조용히 입을 열었습니다. 집사님, 예수님께서 열명의 문둥병자를 고쳐주셨던 일을 기억하시죠. 하나님이신 예수님께서 병을 고쳐주신 그 선한 일에도 다시 돌아와서 감사를 표했던 사람은 단 한명뿐이었습니다. 하물며 사람이 행하는 일에야 오죽하겠습니까? 그러면서 H형제도 자신이 겪는 어려움들에 관해 이야기 하였고, 자신을 피곤하게 하고 곤경에 빠지게 하는 사람에게도 순간순간 구원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노력하는  노력들과 그 의미들을 말해 주었습니다.

자정이 다 되어 돌아오는 늦은 시간 내내 '아 - 예수님...' 하는 고백이 맘에서 넘쳐 나왔습니다. 나의 처지와 여건만 늘 탓하고 불평하면서도 예수님의 마음을  한번 헤아려보지 않았던 저에게 회개의 영을 부어주시는 성령님의 깨닫게 하심이 너무나도 감사했습니다. 10년만의 만남 그 세월의 공백만큼 큰 은혜를 얻은것이지요.  이번 만남에서는 교도관에게서 소방관이 한수 배웠지만 이 다음 만남에서는 소방관이 한수 가르쳐 드리는 만남이 되기위해 열심으로 주님과 동행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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