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예화 어떤 만남

첨부 1


          

   오래 전 광주C병원 중환자실에 근무할 때의 일입니다.

   어느 날, 기관지 천식으로 호흡 곤란 증세를 보이는 할머니 한 분이 입원했습니다.

   중환자실은 일반 병실과는 달리 면회 시간이 하루 세 번으로 제한되어 있어서, 환자도 환자지만 대기실에서 면회시간을 손 꼽아 기다리는 보호자들의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면회 시간만 되면 얼굴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은 반백(半白)의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만나러 오시곤 했습니다. 그 때마다 할아버지의 손에는 늘 무언가가 들려 있었습니다. 어느 때는 귤 한 개, 또 어느 땐 군밤 서너 개….

   할아버지는 옷차림새는 조금 허름했지만, 할아버지를 맞는 할머니는 새색시처럼 얼굴을 곧잘 붉히곤 했습니다.

   "…뭣허러 또 왔다요…피곤허실튼디…쪼까 쉬시제…."

   "아…그런 소리 말고…싸게 털고 일어나부러…."

   영화 속의 연인을 연상케 하는 다정한 그 모습을 지켜 보고 있던 나는 물었습니다.

   "두 분…결혼하신지는 몇 년이나 되셨어요?"

   예기치 못한 질문에 할머니가 손사래를 저으며 수줍게 웃는 사이, 할아버지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했습니다.

   "…거참…젊은 아가씨가 궁금헌 것도 많으이…실은…우리 만난 거이 얼매 안돼았어…인자 한 해 나머 돼갈 것이구만…."

   두 분은 양로원에서 생활하시는 분들이었습니다. 양로원에서 만나 서로의 말벗이 되어주고 의지가 되어 주었는데, 이를 귀하게 여긴 양로원 원장님의 배려와 주위 사람들의 격려 가운데 '부부의 인연'을 맺었던 것입니다.

   할아버지는 할머니에 대한 사랑으로 삼십 분 면회를 위한 예닐곱 시간의 기다림을 즐기는 듯 했습니다. 할아버지의 손에 들린 귤 하나, 군밤 서너 개는 할머니를 향한 할아버지의 사랑 그 자체였습니다.

   "…이따가 올라만…."

   면회 시간이 끝나갈 무렵, 또 오겠다는 말을 건네는 할아버지를 보면서 세상을 지탱하는 것은 물질이나 젊음이 아니라 만남을 통한 사랑임을 되새기는 내 가슴은 어느새 따뜻해졌습니다.
  


이런 글도 찾아보세요!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퍼머링크

댓글 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