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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어등골 이야기 27 - 십원의 교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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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일 낮예배를 드리고 점심을 먹은 뒤, 성도들과 함께 꽃밭 정리며 나뭇가지 치는 일을 했습니다.

   나는 영화 '가위손'에 나오는 주인공이나 된 것처럼 커다란 전지(剪枝)가위를 들고 한참을 설치다가 제풀에 지쳐 슬그머니 꽃밭 한 쪽에 쪼그려 앉았습니다.    

   잠시 숨을 돌리고 나서, 옆에 있던 호미로 땅을 깔짝깔짝 파헤쳤습니다. 그런데 흙 속에 동그란 물체 하나가 눈에 띠었습니다. 흙을 털고 보니 녹이 잔뜩 슨 십원짜리 동전이었습니다. 동전을 시멘트 바닥에 놓고 발바닥으로 비벼대자 '1970'이라는 숫자가 선명하게 드러났습니다.

   1970…, 나의 초등학교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그때만해도 십원짜리 하나만 있어도 남부러울 게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부럽다는 듯이 바라보는 동네 친구들에게 사탕 하나씩 나눠주고 단숨에 골목대장 행세를 할 수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정말 십원의 위력이 대단했던 시절이었습니다.

   '이 동전은 땅 속에 얼마나 묻혀 있었을까? 10년? 20년? 30년?'

   오랜 세월 땅 속에 묻혀 녹이 슨 '십원'짜리 동전을 들여다 보고 있자니 갑자기 슬픈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슬픔은 단순히 '십원'이 잃어버린 재화적 가치 때문이 아니라, 그동안 땅에 묻혀 있음으로 인해 화폐로서의 구실을 전혀 하지 못했다는 데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지금이나마 햇빛을 볼 수 있게 되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땅엔 자신의 가치를 모른 채 묻혀 지내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박(朴) 씨 할머니…, 어쩌다 길에서 마주칠 때면 늘 "우리 큰 아들도 서울서 목사여라우" 하시면서도 정작 교회는 나오지 않던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두어 달 전, 교회에 처음 나오시면서 대뜸 "근디 요로케 늙어가꼬사 나와도 괜찮을랑개라우" 하시길래 "그러믄요" 하고 환영해 드렸더니 지금까지 주일이며 수요예배에 빠지지 않고 잘 나오고 계십니다. 그뿐 아니라 요즘엔 예배시간이 기다려진다고까지 하십니다.

   문득 칠십 평생을 세상에서 묻혀 살다가 이제나마 예수 안에서 인생의 참된 가치와 소망을 되찾은 박 씨 할머니와 내 책상머리에 놓여 있는 녹슨 '십원'짜리 동전이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제구실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나는 녹슨 '십원'짜리 동전을 일부러 전화라도 해서 사용할 생각입니다. 그러나 이 동전을 통해 얻은 교훈만은 내 가슴 속에 고이 간직할 것입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잊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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