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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황금 옷을 입은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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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은 말했지.
  "세상에는 멋진 나무들이 무지무지 많아."
  온 세상을 다 돌아다니는 바람이니까 그 말은 사실일 거야.
  하지만 가시나무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것은 그런 멋진 나무들이 아니었어.
  바로 저 앞에 보이는 사과나무였지.
  사과나무는 빨갛게 익은 사과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었어.
  "와! 맛있겠다."
  사람들은 말했지.
  사과나무가 자랑스레 미소짓는 걸 가시나무는 옆 눈으로 훔쳐보았단다.
  '사과나무는 참 복도 많다. 봄에는 벌 나비한테 사랑 받더니......난 키가 크기를 해, 몸통이 굵기를 해. 사람들이 좋아하는 열매도 없고, 뾰족한 가시만 다닥다닥하다고 새들도 안 오는데......난 도대체 왜 이렇게 태어났을까?'
  가시나무는 한숨을 쉬었어.
  그러나 아무도 가시나무의 한숨 소리를 듣지 못했지.
  다들 자기 일로 바빴으니까.

  그래서 가시나무는 외로웠단다.
  태양이 골고루 햇살을 비추었어도 쓸쓸하고 추웠고,
  빗줄기가 촉촉이 적셔주어도 목마르고 배고팠단다.
  게다가 가끔 거센 바람이 불어와 연약한 가시나무의 몸은 곧게 자랄 수도 없었어.
  
  세월은 흘러갔고 가시나무도 구부린 채 조금씩 자라났지.

  어느 날이야.
  목수가 나타나서 가시나무를 칼로 베었단다.
  가시나무는 너무나 놀라서 소리를 지를 수도 없었지.
  "이런 쓸모 없는 나무로 어떻게 상자를 만들라는 건지, 원.
  그래도 임금님의 명령이니까 해야지."
  목수는 가시나무를 잔뜩 베어 가지고 돌아갔어.

  "우린 끝장이야."
  "우리로 뭘 하려는 거지?"
  "우리를 쓸데가 땔감 밖에 더 있겠어?"
  가시나무들은 불안해서 웅성거렸어.

  목수는 가시나무의 거무튀튀한 껍질을 벗기기 시작했어.
  "아이고 아야!"
  가시나무들은 비명을 질러댔지.
  너무나 겁났거든.
  그렇지만 속살이 드러난 가시나무는 뽀얗고 깨끗해서 예뻤단다.
  목수는 껍질 벗긴 가시나무들을 그늘에 잘 말렸어.
  다음에는 톱으로 얇게 켰지.
  그 다음에는 작은 조각들로 잘랐고.
  그 고통을 어떻게 말로 다 하겠어.
  
  이제 가시나무는 네모반듯한 작은 나무 조각들이 되었어.
  목수는 조각들을 이어 붙이기 시작했어.
  임금님이 명령하신 상자를 만드는 거야.
  드디어 상자 모양이 완성되고, 목수는 상자 안팎에 금을 씌웠단다.

  금 상자!
  가시나무가 금 상자로 다시 태어난 거야.

  임금님은 백성들이 지켜야할 법을 금 상자에 소중하게 담아두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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