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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건지골 일기 9 - 교회개척 2년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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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주일밤을 보내면서 아내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2년동안의 건지교회를 돌아보니 여러 방편으로 하나님의 역사와 기적을 맛보며 하나님께서 부교역자 시절 느끼지 못했던 체험도 많이 주시고 목사된 나에게 영성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훈련시켜 주셨지만...
지금 나는 미끄러져 있다.
마치 험한 비탈길을 올라가다 밑바닥에서 언덕위를 다시 보면서 한숨을 쉬듯이 그렇게 닭쫓는 거시기 처럼 앉아 있다.
지금 나는 조금씩 한계를 느끼고 있다.
나는 얼마든지 괜찮다.
그러나 한 가장으로서 느껴야 하는 압박감, 책임감으로 나의 처와 자녀들에게 최소한의 것도 공급해 줄 수 없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아내와 나란히 누워 돌파구를 찾고 싶어 이 방법 저 방법 아이디어를 끄집어내보지만 별 뾰족한 수가 있을리 만무다.
얼마나 자신만만했던가?
개척 두달만에 출석 인원 10명이 넘을 때는 '하나님이 정말 살아계신다'고 하면서 금방이라도 예배당안이 꽉 찰 것만 같았고 자만심도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것은 나의 어리석은 교만이었다.
어쨌든 지금 현실은 처음부터 다시 그려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어떻게 생각해 보면 나는 하나님을 두려워 하는 것이 아닌지도 모른다.
옆에 있는 아내를 두려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나님을 바라 본다고 하면서도 사람을 바라보는 것인지도 모른다.
한편으론 희망이 있는 것은 분명하긴 한 것 같다.
여기서 더 내려갈 일은 없겠으니까 말이다.
차근차근히 한계단 한계단을 올라가듯이 올라가기 위해 더 인내가 필요할 것이다.
아직 때가 아니라는 변명은 하기 싫다.
하나님은 나의 열심과 성실을 이용하셔서라도 때를 단축시키기도 하실테니까 말이다.
그래도 여전히 나는 고민하고 있다.
하나님을 원망하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원망하는 지도 모르겠다.
그럴지라도 실족하거나 포기해선 안된다는 것을 나는 안다.
다만 나의 현실의 영적정체성이 광야에서의 이스라엘백성의 모습이라는 것이 용서되지 않을 뿐이다.
돌아오는 주가 개척 2주년 기념주일이다.
작년에는 시끌벅적하게 기념품도 맞추고 식구들도 부르고 구색을 갖추느라 요란을 떨었지만 이번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을 계획이다.
지금의 현실에서는 그런 것이 무의미할 뿐이다. 사치일뿐이다.
'오늘 내가(주님이) 부활한다 하여도 너와 네 아내와 네 처가형제들이 나를 보기에 부끄워러 하지 않을 수 있느냐'고 물으신다면
나는 베드로와 같은 고백밖에 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래!
있는 모습 그대로를 가지고 지금 다시 해 보는거다. 해 보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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