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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어등골 이야기 28 - 교역자회 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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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월 마지막 주 월요일은 교역자회가 있는 날입니다.

   오늘 교역자회로 모인 교회는 1층 예배당, 2층 사택의 구조로 된 연건평 80평 남짓한 스틸하우스 건물이었는데, 무척 아름다왔습니다.

   그 교회 건물을 보면서 두 가지 면에서 부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째는 교회와 사택이 함께 있어서 좋겠다는 것입니다. 2년 전, 15평의 예배당과 10평의 사택 벽을 터서 예배당을 넓히고, 사택은 교회에서 차로 15분쯤 떨어진 곳에 셋집을 얻어 살기 시작할 때만 해도 "교회와 사택이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목회자의 사생활 보호차원에서도 좋다"고 말이 그럴듯하게 들렸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지역 교회를 섬기는 목회자로서 성도 및 이웃주민들과 가까이 살지 못하는 데서 오는 아쉬움이 날이 갈수록 더해지고 있기도 하고, 또 새벽잠이 많아 새벽기도회에 종종 늦곤 하는 나이기에 교회와 사택이 함께 붙어있는 것만 봐도 부럽기 짝이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둘째는 사택이 있어서 좋겠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 교회엔 딸린 사택이 없어서 셋집을 얻어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2년의 계약만기일이 얼마 남지 않은 요즈음 이사할 집을 이리저리 알아 보면서 턱없이 올라버린 임대비에 엄두가 나지 않는 터라, 잘 지어진 교회를 보면 "이건 아닌데, 이건 아닌데…" 하면서도 '나는 이런 예배당 언제 짓나?' 하는 생각을 뜬금없이 해 보게 됩니다.

   이런 걸 보면 나는 '참 목회자'와는 아직 거리가 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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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부 예배시간, 설교를 맡은 목사님이 설교 말미에 이런 얘기를 하셨습니다.

   "지난 겨울, 폭설이 내린 어느 금요일 밤…, 기도회를 마치고 사택으로 돌아가는데, 길 위에 어떤 남자가 쓰러져 있었습니다. 혹시 얼어 죽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그를 한참 흔들어 깨웠는데 다행히 의식을 회복했습니다. 5분만 더 방치해 두었어도 그는 아마 얼어 죽고 말았을 것입니다.…그는 만취상태였습니다. 그의 집이 어딘지 어렵게 알아낸 저는 그를 부축한 채 그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의 몸은 물 먹은 솜마냥 무거웠습니다. 그 추운 겨울밤, 땀이 비오듯 흘러내렸습니다.

   그런데 아파트 앞에 이르자 그는 저에게 "가라"고 했습니다. 그래도 저는 안심이 안되어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그가 말한 곳까지 올라갔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그는 저를 향해 "꺼지라"고 했습니다. 그래도 저는 그의 집이 맞는지 확인하고자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젊은 아주머니가 문을 열고 내다보더니 그를 향해 "왜 이제사 오느냐?"고 고함을 질렀습니다. …그 순간 그는 또다시 저에게 "어서 꺼지라"고 하면서 발길질과 함께 제 옷을 낚아챘습니다. 순간 단추가 떨어져 나갔습니다. …그리고 그는 그 아내의 손에 이끌려 집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저는 이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개척교회를 섬길 때는 성도 한 명을 하늘처럼 귀하게 알다가도, 성도들 수도 늘어나고 재정도 넉넉해지면 성도를 귀하게 여기지 않고, 오히려 발로 차서 내쫓는 현상을 보게 됩니다.…저는 이제 개척한 지 2년된 작은 교회를 섬기고 있습니다만, 앞으로 큰 교회 목사가 되더라도 이 일을 거울 삼아 더 겸손히 목회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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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회 상황 보고 시간이 되자, 시찰장 목사님께서 앞으로 나가셨습니다.

   시찰장 : "아까 전화를 받았는데,  00교회 X목사님은 부흥회 관계로 오늘 교역자회에 참석하지 못하셨습니다. 수요일 밤까지 한다고 하니까 꼭 가보시기 바랍니다."

   A목사님이 물었습니다.
   "강사는 어느 분이랍니까?"

   시찰장 :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이에 B목사님이 말했습니다.
   "좋~으신 목사님이실 겁니다."

   그 때까지 잠자코 듣고만 있던 교역자회장 목사님 왈,
   "성은 '좋'이고, 이름은 '으신' 목사님이랍니다."

   순간 예배당은 웃음 바다가 되었습니다. "대체나 그 말이 맞네요"하면서 다들 폭소를 터뜨렸기 때문입니다.

   '좋으신 목사님이라, 좋으신 목사님이라…',
   생각할수록 명답(名答)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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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고 시간, 그 교회 담임목사님이 나오셔서 나즈막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점심은 저희 교회에서 대접하려고 했는데 저희 교회 집사님 가정에서 목사님들을 대접하고 싶다고 하셔서 그렇게 하도록 했습니다. 장소는 D식당입니다. 아마 별미로 준비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냥 가지 마시고 꼭 식사들 하고 가시기 바랍니다."

   D식당은 차분한 인테리어의 제법 큰 식당이었습니다. 점심 메뉴는 '소고기샤부샤부'. 상 위엔 미나리와 버섯, 종잇장처럼 얇게 썬 소고기, 면, 그리고 밥 한 사발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만 보니까 어느 것부터 먹어야 하는지 다들 모르는 눈치였습니다. 그 때 어느 목사님이 말씀하셨습니다.
   "미나리와 버섯을 먼저 먹고 난 다음에 고기는 하나 두울 셋 하고 건져내서 드시면 됩니다. 너무 오래 익혀도 맛이 좋지 않습니다. 그리고 면을 먹고 나면 밥을 비벼줄 것입니다."
   이에 한 목사님이 "고기를 익힐 때 넷이나 다섯까지 세면 안됩니까?" 하고 묻자 폭소가 터졌습니다.

   즐거운 식사시간이었습니다. 나는 고기를 먹으면서도 '기술도 좋지…어쩌면 고기를 이렇게 얇게 썰 수가 있단 말인가?'하고 몇 번이고 감탄했습니다. 순서대로 먹다보니, 어느덧 밥을 비벼다 주었습니다. 양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진짜 별미였습니다.
  
   옆에 앉은 목사님이 "이렇게 맛있는 줄 알았으면 고기를 쪼까만 먹을 것인디…어쩐다고 이 맛있는 것을 젤 마지막에 준고?"하고 말했습니다. 그 순간, 가나의 혼인 잔칫집에서 예수님이 시키는대로 하인이 따랐을 때 물이 변하여 된 포도주를 맛본 연회장(宴會長)이 "먼저 좋은 것을 내고 나중에 덜 좋은 것을 내는 법인데 이 좋은 포도주가 아직까지 있으니 웬 일이냐?"고 물었던 것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것도 다~ 주님의 은혜 아니겄습니까?"하고 맞장구를 쳐주었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이 땅의 모든 가정과 교회들이 시간이 갈수록 더 나은 맛과 향기를 내는 그런 공동체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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