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예화 따뜻한 봄날의 우정을 감사하면서......

첨부 1


          



여중때 친하게 지내던 친구를 만났습니다.
열서너살때인가요?
우리 둘은 모든 학생들이 집으로 학원으로 과외공부하러 모두 돌아간 후에도
학교에 남아 있었습니다

남아서 공부한다는 핑계는 좋았지만
공부보다는 둘이서 속닥 속닥 재잘 재잘 이야기하고 노는 것이 더 재미있었기
때문이었지요

우리는 매일 매일 만나도 끊임 없이 할 얘기가 남아 있었습니다
그리도 할 얘기가 많았는지 모르겠습니다

가끔 우리가 어두워 오는 교실에서 책을 펴 놓고 있는 모습을
복도를 지나가시던 담임선생님이 보시고선
아주 기특한듯이 대견스러워 하시며 칭찬을 해 주시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실상 우리는 공부는 뒷전이었고
그냥 둘이 있으면 마냥 즐겁고 편하고 행복했습니다

아무 주제도, 핵심도 없는 주변의 잡다한 소재들이
우리들에겐 무한한 화제꺼리였고 깔깔거리고 웃을수 있는 소중한
소재들이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사춘기를 보내었습니다
서로의 집을 오가며 숨길것도 감출것도 없던 맑고 투명한 우정이었죠

그 후 우리는 성인이 되었고
친구는 교대를 졸업하고 초등학교 교사가 되었고
나는 은행원이 되었습니다

서로의 생활이 다르고 바쁘다 보니 한참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둘은 제각기 결혼을 하였습니다

친구의 남편은 카이스트 연구원이었고
나는 신학생과 결혼해서 목회자의 아내가 되었습니다

결혼한지도 이십오륙년이 흘렀고
어찌 어찌 연락이 되어 우리는 만남을 가졌습니다

친구는 얼마나 변해 있었을까요?

세상적인 지위와 명예와 부를 다 가지고 있는 친구였지만
친구는 별로 달라진게 없었습니다

그렇게 독실한 기독교 신앙을 가진 것은 아니었지만
남편과 함께 교회에 출석하고 있었고
아주 검소하고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거의 사십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만
우리는 여전히 여중 시절의 연장인것 처럼

아무런 사심없이 떠들고 즐거워했습니다
서로의 환경의 차이도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맑고 투명하게 서로의 모습을 드러내면서
여전히 십대의 소녀들처럼 웃고 재미있어 했습니다

친구가 자기 집에 돌아가서 가족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다른 친구들을 만나고 오면 어쩐지 마음이 공허하고 찜찜하고
혹 대화중에 실수는 없었는지 긴장이 되고 집에 오면 피곤을 느꼈는데

그 친구랑 만나고 오니 마음이 넘 즐겁고 편하고 전혀 피곤하지 않다고....

그랬더니 그 딸이 하는 말이
요즘도 그런 친구가 있어요?  하면서 놀라더라네요.....

오랜만에 만나면
많이도 변해 버린 친구들로 인해 상처받는 이도 많다는데

수십년이 흘러도 변함 없는 관계를 생각하면서
어제 하루도 참 행복했었습니다

서울에도 요 이삼일만에 음습한 추위가 물러 가니
산자락에 노오란 개나리와 진분홍 진달래가 화알짝 피어 있고
쑥이랑 나물이랑 이제서야 고개를 디밀고 자태를 자랑하고 있네요

따뜻한 봄날
그 친구랑 함께 어울려 우리 집 뒷산에 올라 가서 쑥이랑 나물이랑 정답게
오손 도손 웃고 즐거워하며 캐고 싶습니다

친구는 불러 주면 언제든지 달려 온다고 했거든요

모든것이 빠르게 변모하고 각박한 시대를 저마다 남모르는 외로움을 안고
살아가는 이 시기에 순수한 우정을 이어가게 하신 주님께 감사드리면서
갈릴리 가족들에게도 나누어 드립니다


이런 글도 찾아보세요!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퍼머링크

댓글 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