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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부끄러운 얼굴.. 앞의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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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3월 우기자 촬영




          
며칠전에 집에 갔다왔습니다.

지금 자취를 하고 있는데 봄옷이랑 또 친구에게 빌려줄 책을 가지러 갔어요.
아빠가 계셨습니다.  내년이면 아빠 환갑 해드려야 하는데 아빠랑 엄마랑
10살 차이가 나서 엄마 환갑때 아빠는 같이 해달라며 아직까지 300일 넘는
시간을 배위에서 보내십니다.

아빠는 배를 타십니다. 15살때 부터 갑자기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대신해서
생계를 꾸리기 위해서 아빠는 그렇게도 하고 싶으셨던 공부를 그만두고서
배를 탔습니다. 할아버지에게 배운것이 배를 타는것이었거든요....

배 위에서 아빠는 험하고 거친 뱃사람 어른들과 부댓기며~ 10대를 보내셨죠.
배 위에서 아빠는 단 한번의 연예도 하지 못한채... 20대를 보내셨죠.

그러던 32살 되던해 친구집에 놀러가서 친구의 사촌이라는 여인을 만났는데
그 여인과 결혼을 했습니다. 그분이 바로 엄마입니다.

엄마는 4남2녀중 맞딸이십니다.
가난한 농부의 딸로 태어나...부모님 속상해 할까봐
책보따리 매고,  학교 가는 친구들 향한 부러운 눈길 애써 감추면서...
몰래 학교에 따라가 책이 없어 우두커니 앉아 있기만 하다 오길
1년쯤 그렇게 하셨답니다.
그러다가 13살쯤에 부산으로 오셨지요... 공장에 취직하려구요

공장에서 엄마는 야간작업하며..꼬박 꼬박 모은 돈으로
소 한마리 사서~ 외할머니 굽은 허리 펴드리고
다 쓰러져가는 집 고쳐서~ 동생들 편히 살게 하고
외할머니께서 웃는 웃음에 같이 웃을 생각으로
추운 자취방~ 외로운 긴밤을 참으시며 보내셨습니다.

그러다 심부름 간 사촌집에서 사촌오빠의 친구라는 한 남자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결혼했습니다. 이 분이 바로 아빠입니다..

60이 되고, 머리카락이 듬성해졌는데도
아빠가 배를 타기 위해 하시는 고민을 당연하단 듯이 듣고 있는데
문득 아빠의 머리카락이 더 없다는 생각이 들자
전 너무 부끄러워 고개를 들수가 없었는데... 아빠는 미소지으시며
저를 바라보셨습니다.
그런데도 전 "원희야~ 병원에서 수치는 어떻다 하던데" 라고 물으시는
아빠에게 귀찮은듯한 말투로 " 괜찮데요 "라고 대답하는 겁니다.

아빠는 힘들어도~ 한번도 힘들다는 말 안하셨는데...
난 내가 힘들다는 것을 꼭 표시를 내서
아빠의 맘을 힘들게 합니다. 딸이 아프다는것이 아빠에게
더 큰 아픔이란걸 알면서도~ 전 그 모든것이
아빠의 무능력함으로 그렇게 된것인 마냥~ 말해버렸습니다.

만약~ 제가 먹고 싶어 했던건 생크림 케잌이었는데
엄마가 내 앞에 찌그러진 소보로빵을 내밀었을때
난 그 빵에 눈길 조차 주지 않았습니다...

아주~ 뒤에야 알았습니다.
그 소보로빵이 찌그러진 이유를요.

교회 모임에서 간식으로 나온 소보로 빵~
딸이 생각나서 목에 넘어가질 않아..
그냥 손에 쥐고 있다 가방에 챙겼는데
이리저리 치여서 찌그러졌던 거였습니다.

엄마, 아빠는 가지고 최고의 것으로 내게 사랑해 주셨는데
나는 그것이 내가 원하는 양과 질이 아니였단 이유로
내게 아무런 의미 없다고~ 그렇게 생각해 왔던 겁니다...

이제는 사랑만 드릴께요.^^
제게 사랑만 주셨듯이
저도 사랑만 드릴께요

엄마 아빠...
사랑합니다.

엄마랑 아빠가 계셔서 얼마나 좋은지~ 모지란 딸은요
엄마 아빠랑 함께 할 수 없는 지금에야 알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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