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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겁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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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 운동회 때였다.
백 미터 였나 오십 미터 였나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단거리 경주가 있었는데
대여섯 명 정도가 함께 뛰었다.
그 경주에서 나는 처음에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앞만 바라보고 열심히 뛰었다.
그렇게 뛰다가 드디어 결승점이 가까워졌을 때 문득 정신이 들었다.
<아니, 내가 지금 일등이야?>
그랬다. 내가 일등으로 뛰고 있었다.
그 때였다.
내 마음에 갑자기 하얀 결승 테이프가 무섭다는 생각이 든 것은.
운동회를 연습할 때는 분명히 결승점에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런데 운동회 날 난데없이 나타난 저 테이프는 도대체 뭐란 말인가!

그냥 그대로 결승점을 향하여 달려가면 되는 것을,
그렇게 달려가면 일등 하는 것을,
나는 그 테이프를 어찌해야 할지 몰라 쩔쩔매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친구들은 한참 뒤에서 달려오고 있었다.
그렇게 어정쩡하게 뒤를 돌아보며 어설프게 달리던 나는 결국 넘어졌고,
통증과 부끄러움 때문에 넘어진 자리에서 빨리 일어나지도 못했다.
그러는 동안 친구들은 재빨리 쫓아 와서 1등부터 3등까지 다 차지해버렸다.
나는 그제야 겨우 일어나 절뚝거리며 걸어가 4등을 했다.

나를 뒤따라왔던 친구가 넘어져 있는 나를 지나 신나게 달려가니
결승 테이프는 그냥 그 친구 배에 걸려 힘없이 휘날리는 것을
넘어져 있던 나는 가슴 아프게 지켜보아야 했다.
<아, 저거 아무 것도 아니구나...>
그랬다. 결승테이프가 무슨 힘을 가진 게 아니었다.
그건 정말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힘없는 것을 나는 두려워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 두려움은 누군가가 내게 심어준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만들어낸, 전혀 근거 없는 두려움이라는 게 문제였다.
내 평생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단거리 경주에서 일등 할 수 있었던 그 기회를
나는 너무나 터무니없는 두려움 때문에 놓쳐버린 것이었다.

그 때로부터 삼십년 가까이 세월이 흘렀지만 나는 아직도
처음 단거리 경주를 하던 초등학교 1학년 때와 다를 바 없이
<근거 없는 두려움>에 시달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막상 부딪쳐 보면 별 일이 아닌 것을,
막상 대면해 보면 별 사람이 아닌 것을,
막상 해 보면 그리 어렵지 않은 것을,
시도해 보기도 전에 미리 겁부터 집어먹는 것이다.

나는 아직 오토매틱 승용차를 운전하지 못한다.
나의 운전경력이나 실력(^^)으로 보아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사실이다.
나는 오토매틱 승용차가 무섭다.^^
내 왼발을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똑똑한 자동차인 탓에 내가 변속할 일이 없으니 클러치 페달을 밟을 일이 없는,
그래서 할 일 없는 나의 왼발을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이 말을 듣는 사람 중에 웃지 않는 사람을 나는 아직 만나보지 못하였다.
내가 생각해도 우습다.
그게 뭐 어쨌단 말인가?
왼발이 할 일 없으면 누구 말대로 흥얼거리는 노래의 박자를 맞추거나
그마저도 하기 싫으면 그냥 곱게 모셔놓으면 되는 것을...

집 밖에 한 번 나가기가 그렇게 어렵고,
누구를 한 번 만나기가 그렇게 어렵고,
무슨 일을 처음 시작하기가 그렇게 어렵고,
넘어졌던 자리에서 일어나기가 그렇게 어려운...
이 어리석은 백성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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