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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어등골 이야기 29 - 어머니의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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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십이 다 되신 어머니는 홀로 본가(本家)에 머무시면서 자녀손들이 보고 싶을 때면 택시를 잡아 타고 훌쩍 움직이십니다. 새벽이건 한밤중이건 전혀 개의치 않으십니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느그 집 간다"고 미리 전화하시는 법이 없습니다.

   며칠 전, 어머니는 밤 늦게 불쑥 찾아오셨습니다. 현관으로 들어서면서 말씀하셨습니다. "나, 아직 저녁 안 묵었다!"

   아내는 서둘러 식사 준비를 했습니다. 냉동실에 들어 있던 생선도 구워내고, 처가에서 보내온 도토리묵과 취나물도 내놓았습니다. 생선과 도토리묵, 취나물은 어머니가 젊으셨을 때 너무너무 좋아하셨던 것들입니다.

   나는 어머니 옆에 앉아 "어머니, 생선이랑 도토리묵도 좀 잡수세요! 취나물도 맛있게 무쳐졌는데…"하며 권했지만, 어머니는 자꾸 시어진 김치와 양념장만 드셨습니다. 보다 못해 생선을 발라 밥에 놔드리고 수저에 얹어드렸더니, 그것만 달랑 잡수시고 말았습니다. 어머니가 내 마음을 몰라주는 것만 같아 언짢은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어머니! 어디 편찮으신 데라도 있어요?"

   "…괜찮애…."

   "……"

   "…그냥 보고 싶어서 왔다…."

   언제부턴가…, 어머니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용돈을 드린다거나 옷이나 음식을 사드리는 등, 뭔가 자꾸 해 드림으로 '자식 노릇' 해보려고 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합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내 마음을 선뜻 받아주지 않을 때면 언짢은 마음이 들곤 했습니다.

   아…, 그런데 이러한 나의 모습이 하나님의 자녀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의 삶 속에서 얼마나 쉽게 발견되는지 모릅니다. 새 예배당 짓고, 헌금 많이 하고, 열심히 봉사하면 하나님께서 마냥 좋아 하실 것이라는 생각 말입니다. 그러다보니 이런 일들을 잘 하시는 분들은 스스로 뿌듯해 하지만, 그러지 못한 분들은 의기소침해 하기 일쑤입니다. 그러나 어머니를 바라보면서, 이러한 모습이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그리스도인의 자화상과는 거리가 먼 것임을 다시 한 번 상기하게 됩니다.

   "…그냥 보고 싶어서 왔다…"

   어머니의 이 한 마디는, 목회자로 살아가는 나에게 하나님 아버지께서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시는지를 일깨워주는 크낙한 가르침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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