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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딱 한번만 아버지를 만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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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부터는 지역 신문에 최근 상담을 잘 마친 철이(가명) 가정에 대해서 싣고 있습니다.  역시 청소년 상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녀에 대한 부모의 이해입니다.  어머니와의 대화와 이해 속에서 어려운 문제를 잘 극복한 철이의 이야기를 함께 나눠보시죠.


“딱 한번만 아버지를 만나고 싶어요”

        10학년이 철이는 네 살이 되던 해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혼을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이후 아버지는 미국 서부 지역의 어디엔가로 이사를 갔고, 매년 한 번씩 동부로 와서 철이를 만나고 갔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철이가 열 살이 되던 해부터 더 이상 오지 않았습니다.   근처에 살고 있는 철이 아버지의 인척들로부터 가끔 희미한 소식을 들을 수 있을 뿐입니다.  철이의 어머니는 작은 가게를 하면서 철이를 키웠고 지금은 경제적으로 그리 어렵지 않게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철이는 누가 보아도 건강하고 착하게 잘 자란 청소년이 되었습니다.  어른스럽고 생각이 깊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성적도 좋은 편이고 교회에서도 신앙 생활을 잘하고 있다고 인정 받았습니다.  철이의 어머니도 철이에 대해서 만족하는 편이었습니다.  비록 혼자서 어렵게 키웠지만 성실하고 착한 아들이 고마웠습니다.    

       그런데 최근 철이와 어머니 사이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철이가 이전에 하지 않던 행동을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철이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어머니가 시키는 일에 대해 “No!”라고 말한 적이 없었습니다.  늘 잘 순종하고 웃는 착한 아들이었습니다.  어머니가 자신을 얼마나 어렵게 키웠는지를 잘 알고 있다고 말해 왔습니다.  그런데 요즘 어머니가 원하는 일에 대해 “No!”라고 말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난 겨울에는 교회 Youth Group에서 가졌던 수련회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학기 성적도 눈에 띄게 떨어졌습니다.  가정에서 짜증을 내는 일이 많아졌고 문을 걸어 잠그고 혼자 있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어머니는 철이의 갑작스런 변화에 놀랐습니다.  서운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사춘기라면 이미 7-8학년 때 별 탈 없이 지나갔다고 생각했습니다.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무런 환경의 변화나 시련이 없는데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어머니는 대화를 시도해 보았지만 철이의 닫힌 마음 문을 열 수가 없었습니다.  철이 어머니는 결국 상담소를 찾았습니다.  

        철이와 세 번째 만났을 때 비로소 철이는 조금씩 마음 문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철이가 했던 첫마디는 “아빠를 만나고 싶어요.”였습니다.  아빠를 만나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물었습니다.  철이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목사님, 딱 한 번만 아빠를 만나고 싶어요.  많은 말을 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냥 왜 나를 버리고 가버렸는지를 묻고 싶어요.  왜 버릴 수 밖에 없었는지 알고 싶어요.  아빠가 굳이 대답해 주지 않아도 좋아요.  그리고 그냥…. 그냥…. 하루 종일 아빠와 함께 있고 싶어요.”   의외였습니다.  철이의 어머니는 말하기를 철이가 아버지를 너무 싫어한다고 했습니다.  아버지를 그리워하거나 아버지에게로 가고 싶은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철이의 이야기는 달랐습니다.  철이는 아버지를 그리워하고 있었습니다.

        많은 부모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자녀들이 칭찬을 받기 위해, 혹은 부모를 기쁘게 하기 위해 하는 말과 행동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자녀들이 부모를 기쁘게 하기 위해 하는 행동과 말들은 자신들의 가슴 깊은 곳에 숨이 있는 진심과 다를 수 있습니다.  부모가 좋아하니까, 그 말을 원하니까, 칭찬해 주고 사랑해 주니까 자꾸만 하게 되고 길들여지게 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많은 부분 교육적으로 긍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철이는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없는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가정에 하나 밖에 없는 ‘남성’의 역할을 해야 했습니다.  철이의 어머니는 비록 철이를 키우는 ‘어머니’였지만 한편으로는 정신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많은 부분을 철이에게 의존했습니다.  철이는 어려서부터 보이지 않는 가장의 역할을 아주 조금씩 해야 했던 것입니다.  늘 의젓해야 했고 늘 어른스러운 표현을 사용해야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철이는 자신이 아버지를 보고 싶어하는 것이 어머니를 슬프게 한다는 사실을 어려서부터 알았습니다.  아버지를 미워하거나 싫다고 말하면 어머니가 안도한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그래서 철이는 “아버지가 보고 싶지 않다”라고 어려서부터 말해왔던 것입니다.  

        그러나 철이의 인내가 한계에 이르렀습니다.  자기 안에 숨은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보여지는 자신 사이에 놓인 ‘차이’를 발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숨어 있던 자아를 들어내는 것은 자신을 키워준 어머니를 슬프게 할 뿐만 아니라 현실의 자기 자신에게도 유익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철이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정서적인 혼란이 찾아왔습니다.  화를 내는 일이 많아졌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던 것입니다.  억눌러왔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자신의 역할에 대한 부담감이 한꺼번에 뒤죽박죽이 되어 터져 버렸습니다.  철이는 가장 먼저 무엇을 해결해야 할까요?  철이의 어머니는 과연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철이에 대한 상담은 다음주에 계속 함께 생각해 보겠습니다.

필라델피아에서 가일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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