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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어느 아침의 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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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시간이었다. 여느 때와 같이  나는 바삐 서둘렸다.
4월의 태양은 아침부터 초여름의 그것을 흉내내고 있었다.
나는 아침이라 추울까봐 가지고 온 겉옷을 입지도 못하고 팔에 걸었다.
'에잉~ 날이 벌써 이렇게 따뜻해버리다니...'하면서 그 겉옷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조금 전 만해도 꼭 필요할 것 같았던 겉옷이, 환경이 달라졌다고 금방 애물취급을 당해버렸다.
간사한 인간의 마음이었다.ㅠ.ㅠ

우리 집에서 나오면 바로 앞에 넓은 차로가 있고 또한 보행자로가 있다.
거리에는 벌써 많은 사람들이 거리를 누비고 있었다.
사람들은 이리 저리 잰 걸음으로 각자의 목적지를 향하고 나도 따라서 버스 정류장으로 가고 있었다.
그곳을 늘상 나는 빠른 걸음으로 통과를 한다.

내가 그곳을 통과할 때쯤이면, 가끔 아이들을 볼 수도 있었다.
그런데, 내가 아무리 아이들을 좋아한다 해도 그때만큼은 만나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그 시간에 아이들이 만난다는 것은, 근처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맞이할 시간이란 뜻이었기 때문이었다.
그와 동시에, 내가 지각을 생각하게 될 것이라는 확실한 싸인(sign)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나는 한 아이를 만나고야 말았다.ㅠ.ㅠ
당연히 나는 더 빨리 정류장을 향해야했다.
하지만, 나의 발걸음은 그렇게 빨리 움직여주지 않았다.
그것은 내가 어떤 한 장면을 보면서 부터였다.

그 아이와 함께 할아버지인 듯한 분이 계셨다.
그분은 내게 등을 지고 계셨고, 아이는 내 쪽을 향해 있었다.
"자~ 가거라."하면서 할아버지는 아이에게 말했다.
그리고 그 할아버님의 손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려했다.
6살 정도되는 그 아이의 똘망한 눈동자가 장난기있게 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
나는 할아버지가 손녀를 정답게 쓰다듬는 앞모습을 순간 상상했다.
그런데, 나의 상상은 보기좋게 빗나가 버렸다.
할아버지의 낮고 진지한 음성이 들렸기 때문이었다.

"하나님 아버지~ 오늘 우리 아이가 어린이집을 갑니다.~"

그 할아버님은 그 넓은 길에서 아이에게 손을 얹고 '축복기도'를 해주고 계셨던 것이었다.
지나가는 사람들과 차안의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아이를 축복해주시는 그 모습에 나의 발길은 느려져버렸다.
아이는 큰 눈을 장난스럽게 굴렸지만, 얌전히 기도를 받았다.

곧이어, 나는 그 아이가 나를 지나쳐서 어린이집으로 힘차게 달려서 들어가는 모습을 보게되었다.

그 할아버님의 축복기도는 아이뿐 아니라, 내게도 바로 효력(?)을 발휘했다.
내 마음에 가득한 포근함의 축복으로 말이다.

당연히 지각을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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