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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38년의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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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연못가에 앉아 있었던 것은 꼭 병을 고치기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그 연못이라도 보고 있지 않으면
아무런 희망도, 아무런 의미도 없는 내 삶이 너무 비참해 지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 때,
예루살렘에는 축제가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성전의 양문으로 수많은 제물들이 끌려 올라가고
짐승들의 울음소리와 사람들의 웃음 소리가 하늘 높은 곳까지 퍼지고 있었습니다.
축제를 위해 모인 사람들은 열심히 축제를 즐기고,
연못 가에 웅크리고 앉은 나는 멍하니 물결만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어제가 그랬고, 작년에도 그랬고, 지난 38년 동안 늘 그랬습니다.
축제가 열릴 때마다 내가 갈 수 있는 곳은 없어졌고,
축제가 흥겨울수록 나의 외로움은 깊어갔습니다.
모든 사람이 웃고 즐기는 축제의 시대,
웃을 수 없고 즐길 수 없는 나는 점점 작아지고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내가 연못가에 멍하니 앉은 것은 꼭 그 전설을 믿어서만은 아니었습니다.
천사가 물을 소용돌이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제물로 바쳐지는 동물들을 잘 씻기기 위해
연못의 물을 갈아준다는 사실 쯤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설사 천사가 물을 소용돌이치게 한들
가족에게조차 버림받은 나를 물에 던져줄 사람은 아무도 없고
내 힘으로 물에 들어갈 수는 더더욱 없습니다.
그저  
모든 사람이 축제를 즐기는 것처럼
나도 작고 귀한 희망 하나 쥐고 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고 싶었던 것 뿐입니다.

그 때,
그가 나를 찾아왔습니다.
습관처럼 점심을 굶고 지친 몸과 마음으로
작은 나무 등걸에 기대고는 잠시 눈을 감았을 때,
축제의 열기가 하늘을 덮고 나의 외로움이 내 마음을 눈물로 가렸을 때,
그가 내 어깨를 만졌습니다.
그가 내 마음의 소원을 물었습니다.
그가 내 삶에 들어왔습니다.

나는 평생 나를 보며 살아왔습니다.
내 몸에 안겨진 질병만을 보고 살아왔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따라
그들이 불편하게 여기는 것보다 더 불편한 마음으로 나 자신을 학대하며 살아왔습니다.
희미한 전설 하나에 마음을 기대어
날마다 연못가에 나와서 바람에 이는 잔잔한 물결을 바라보며
나도 저렇게 천천히 사라져 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나를 찾아온 그가 말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 너를 보지 말고 나를 보지 않겠니?
이제 더 이상 거짓된 희망을 보고 있지 말고 참된 소망을 보지 않겠니?
이제 더 이상 다른 사람의 눈길을 따라 너를 보지 말고
내 눈길을 따라 소중하고 귀중한 너를 발견해 보지 않겠니?"

나는 38년을 기다렸습니다.
아니 나면서부터 평생을 기다려 왔습니다.
그는 내가 처음으로 만난 사람입니다.
처음으로 나를 발견하게 해준 사람입니다.
나는 그의 시선을 따라 나를 다시 발견했습니다.
나는 그 안에서 새사람이 되었습니다.

나는 이제 알았습니다.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볼 때
비로소 38년간 기다리고 기다리던 것이 무엇인지를 알았습니다.
나는
그 절망의 연못에서 그를 만났습니다.

필라에서 가일 아빠  




베데스다 연못

예루살렘의 동쪽 성문 중의 하나인 스테반 문 (일명 사자문)에서 성 내부 쪽으로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는 이 연못은 예수님 당시에는 성의 북쪽벽 밖 가까운 곳이었고, 성전으로 들어가는 양문 (Sheep Gate, 느 3:1, 요 5:2) 곁에 위치하고 있다.

이 연못은 본래 기원전 2세기 시몬이 대제사장으로 있던 때에 세워진 길이 100 ~110 m, 너비 62 ~ 80 m, 그리고 깊이 7 ~ 8 m, 의 두 개의 쌍둥이 연못으로서 성전에 물을 공급하기 위한 목적과 더불어 종교적, 의학적 치료를 목적으로 건설되었다 . 이곳은 치료의 효과가 있다고 해서 환자들이 늘 집합되는 장소였고, 예수께서 38년된 병자를 고쳐주신 장소로서 성스러운 성지로 지켜져 오는 곳이다 (요 5:2 ~9), 히브리어의 '베데스다'는 '자비의 집' (House of Mercy)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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