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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교사가 되고 싶다고?(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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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진아, 넌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내게 말했지. 아니 선생님이 되라고 부모님께서 말씀하신다고 그랬지. 그래서 '선생이 되어볼까?' 하고 생각한다고 말했지. 요즈음 갑자기 교사가 너희 청소년들에게 유망 직종으로 떠올랐구나. 우리 반 아이들의 장래 희망을 조사해보니 여학생 3분의 2이상이 교사를 희망하고 있더구나. 그래서 정리하면서 중얼거렸지. "세상에 선생이 넘치겠네. 넌 교사가 돼도 좋을 인격을 갖고 있구나. 아니 넌 수업 시간에 늘 소란을 피우잖아. 꼭 너 같은 녀석을 가르치는 교사가 되고 싶으냐? 넌 성적이 이렇게 안 좋은데 공부와 담 쌓은 줄 알았는데, '너도 얘들한테 공부하라.' 말하겠지. 넌 너무 수줍어하는데 그걸 좀 고치면 좋겠어." 등등 혼자 중얼거리며 아이들을 향해 말을 해보았단다. 들리지도 않을 말을……,

   아마 너희들의 이런 관심은 교사를 선호하는 요즘 사회 현상과 부모님들 요구가 함께 작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한 번은 뉴스에서 보니까 전문직은 부담스럽고 교사가 신부감으로 제 1순위라고 하는 얘기를 본 적이 있구나.

   내가 무슨 얘기를 해줄까? 내가 그럼 왜 교사가 되었냐를 먼저 얘기해 줄게. 난 경북 어느 시골 마을에서 자랐어. 얼마나 깊은 산골인지 우리 마을 더 깊이엔 마을이 없었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물 맑고 바람 시원한 산간마을(오영수의 요람기에 나오는)이었어. 거기에서 요람기에 나오는 아이들처럼 한 해를 보내는 그런 생활을 실제 하며 살았어. 그런 내가 교사가 되기로 마음먹은 것은 초등학교 6학년 때야.

   우리 담임 선생님이 교육대학을 방금 졸업하고 오신 따끈따끈한 총각 선생님이셨어. 얼마나 멋 있었는 줄 아니? 잘생기셨고, 노래 잘 하시고, 운동도 엄청 잘 하셨지. 그래서 우리 반 60여명 아이들을 저마다 그 선생님을 가슴에 담고 사모하기 시작했어. 나도 마찬가지야. 그런데 얼마나 부끄러움을 탔는지 그 선생님이 한 번은 학교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우리 집으로 가정 방문을 오신 거야. 난 부끄러워 숨었어. 선생님은 호롱불을 켤 때가 되어서야 가셨는데 그 때 내 생각은 하늘의 해 같은 선생님께서 누추한 우리 집까지 오시다니……. 그 생각 밖에 없었지.

   졸업한 이후로 선생님을 만난 적이 없었어. 하지만 한 시도 잊은 적이 없었지. 그 선생님만 생각하면 가슴이 아련히 젖어 와. 그런데 이건 그 때 우리 반 여학생들 모두가 그렇다는 거야. 근데 지금은 그 선생님은 만날 수 없어. 몇 년 전 암으로 세상을 떠나셨대.(이 대목에서 목이 메여.)

   어쨌든 그 선생님을 마음에 두고 부터 선생이 되기로 마음먹었어. 그 선생님의 영향도 있었지만 어쩌면 시골에서 내가 만날 수 있는 최고의 존재, 혹은 가치가 선생이 아니었나 싶어. 내가 도회지에서 자랐다면 더 근사한 꿈을 꿀 수도 있었겠지.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너무 막연하고 무모하게 교사가 될 수 있는 사범대학에 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교사로서의 사명감과 적성을 미처 고려하기도 전에 어린 시절의 감정을 좇아 바람 부는 대로 물 흐르듯이. 그래서 정작 교사 생활을 시작했을 때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단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상처 주는 말도 많이 하고 후회할 일도 하곤 했지.

   지금 다시 학생 시절로 돌아간다면 먼저 아이들을 내 몸 같이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교사가 되고 싶어. 모범생이든 개구쟁이이건 모두 소중하게 생각하고 대접하는 그런 사람으로 거듭나는 법을 배울 거야. 왜 지금에야 어떤 상황에도 불구하고 너희들이 다 소중한 존재라는 것이 깨달아질까? 왜 우리 선생들은 규칙 잘 지키고 공부 열심히 하는 아이들이 예뻐 보이는 걸까? 좀 못나고 공부 안 하고 말 많고 버릇없는 내 아이일 지라도 변함 없이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을 갖지 못하는 걸까? 사실 이런 얘길 하면서도 얼마나 부끄러운 지 몰라. 작년 한 해에도 선생이라는 이름으로 꾸지람했던 일이 어디 한두 번인가?
  
   수진아, 이왕 선생이 되려면 나처럼 이렇게 돌아서서 탄식하는 존재가 되지 말고, 처음부터 끝까지 변함 없이 아이들을 사랑하고 한결같이 감싸 안는 그런 선생이 되길 바란다. 우리가 지식을 가르친다고 얼마나 가르치겠느냐? 우리가 선생이면 뭐 그리 대단한 존재이겠느냐? 지금 너희들 눈높이에서서 너희들 입장에서는 그런 선생이 되길 바란다.
  
   그저께야 난 목사이며 아동문학가인 이현주 씨의 글을 읽고 얼마나 머리를 쳤는지 몰라. 그 분은 우리 목이 긴 선생들에게 이런 글을 써셨어.

   "학생들이 공부 못한다고 닦달하지 마시오. 학생들이 모두 공부 잘 한다면 당신들 선생들은 사표를 내야 하오. 아이들이 말썽 부린다고 성 내지 마시오. 세상이 모범생으로만 가득 찬다면 얼마나 따분하겠소. 말썽꾸러기들의 슬픔과 아픔을 같이 나누는 게 교사의 사명이 아니오?"

   그 말을 듣는 순간 십 몇 년간 선생이라고 힘 줬던 내 목이 툭 꺾이면서, 와르르 인격이 무너지는 소릴 들었어. 그래. 난 왜 이리 모자란 그릇일까?

   그 순간 그 분이 목사라서 그런지 갑자기 예수 그리스도가 생각이 났어. 그 분은 가르치는 게 권위 있는 당시 최고의 교사였대. 죽은 자도 살리는 실력 있고 능력 있는 분이셨지. 그런데 그 분이 손수 뽑은 그 분의 제자들은 보잘것없었어, 결코 모범적이지 않은 그저 그런 사람들이었지. 가난한 어부들에다가 비도덕적이거나 비겁한 사람, 게다가 스승을 파는 간사한 사람도 있었어. 매사에 의심 잘 하고 그러면서도 한자리 탐내는 그저 세속적이고 기준 미달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그렇고 그런 사람들이그 분의 제자들이었어, 그런데 나중에는 대체로 큰 영향을 발휘하는 큰 인물이 되었지.

   왜 난 학교에서 말썽 안 부리고 공부 잘하고 착하고 교칙 잘 지키는 아이들만 눈에 들어올까? 네가 이 모든 것을 뛰어 넘을 수 있다면 교사로 지원해도 돼. 그런데 나처럼 후회할 것이라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봐.

   그리고 경제적으로 넉넉하냐고 물었지. 역시 너다운 현실적인 질문이구나. 우리가 일한 대가로 받는 돈은 우리가 삶을 유지하고 가정을 꾸려갈 수 있을 만큼은 돼. 빌게이츠 처럼 부자가 되고 싶다면 당연히 꿈을 바꿔야지. 그러나 행복은 소유의 넉넉함에 있지 않고 얼마나 자기가 가진 것에 만족해하느냐에 있는 것 같아.

   아무나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야. 가진 것을 베풀 수 있는 사람에게 하나님은 재물을 주시는 법. 나같이 베푸는 데 계산을 많이 하는 타산적인 사람은 사실 교사 월급도 많은지 몰라. 내가 진정으로 원하고 재미있고 보람을 느끼는 일을 하는 기쁨은 더 많은 월급보다 소중하지.

   그리고 또 재미있냐고 물었지. 그럼. 얼마나  즐거운데. 비실비실 하다가도 학교 오면 힘이 솟아. 왜냐면 너희들 초롱초롱한 눈빛과 재잘거리는 모습을 보면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어. 간혹 너희들이 우리가 이해 못할 거친 말도 하고, 깜짝 놀랄 일들도 만들어 충격 주는 일도 만들어 주지만, 그래도  4월에 자라는 녹색식물처럼 싱그러운 너희들 모습을 보면 나도 기분이 좋아져. 너희들이 마음에 안 든다고 인상 쓰는 바람에 주름은 더 늘었지만, 그래도 즐거워.

   독후감 숙제 내면 인터넷에서 베껴 쓰는 녀석, 끝까지 수행 평가 안 내어 열 받게 하는 녀석, 튀는 차림새로 시선 끄는 녀석, 이유 없이 결석하고 오락실에서 노는 녀석, 밤새 게임하고 수업 시간 조는 녀석 가려내고 혼내주는 일에 속이 새카맣게 다 탔지만, 너희들 자라는 모습 지켜보는 일은 세상의 어떤 일보다 즐겁고 신이 나.

   수진아, 이제 선생도 그림자도 밟지 않는 그런 시대는 전설 속에나 있는 세상이 되었지. 학생들은 교사들을 힘주어 혼내기도 하는 세상이야. 그래도 학교는 어느 장소보다 신나고 즐겁고 유쾌한 곳이란다. 네가 선생이 된다면 학교는 또 다른 세상이 되어 있을 지도 몰라. 그러나 네가 아이들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학생들을 향해 마음만 열어놓고 있다면 언제든지 학교는 널 환영할거야. 비록 나처럼 보톡스 주사 받아야 할 만큼 이마에 주름이 패일 일이 끊임없이 생기겠지만.

    
이 글은 현직 중학교 국어교사의 수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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