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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삶이 고단할 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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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디딜 틈 없이 많은 사람들로 복닥거리는 사거리 시장 입구에는
할머니 한 분이 쪼그리고 앉아 있습니다.
옆에서 누가 싸우거나 말거나 자동차 경적소리가 시끄럽거나 말거나
할머니는 고개를 드는 법이 없습니다.
작은 연필칼로 도라지를 손질하는 것 외에는 어떤 일에도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쪼글쪼글한 주름으로 가득한 얼굴에 자그마한 체구의 할머니는 족히 여든은 넘으신 것 같습니다.
“할머니, 도라지 2000원 어치만 주세요.”
할머니는 고개를 숙인 채 까만 봉지에 도라지를 담아 건네 줍니다.

며칠 후 장을 보러 갔다가 도라지 할머니가 생각이 났습니다.
떡집에서 막 쪄낸 시루떡 한 조각을 샀습니다.
“할머니, 떡이 맛있어 보이네요. 드셔 보세요.”
할머니는 할머니의 고객이 누군지 전혀 관심이 없나 봅니다.
손을 내밀어 떡을 받으실 뿐 할머니의 눈길은 여전히 도라지를 향해 있습니다.

할머니는 온종일 무슨 생각을 하시는 걸까요?
굳게 닫혀 있는 할머니의 문 안에는 어떤 세계가 있을까요?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지난 세월의 아픔을
도라지 껍질 벗겨내듯 그렇게 벗겨내고 있는 걸까요?
아직도 접지 못하는 아들 걱정, 딸 걱정에 다른 사람을 쳐다볼 여유가 없는 걸까요?

삶이 고달프다고 여겨질 때는, 삶이 무료하다고 느껴질 때는
근사한 옷일랑 벗어두고 청바지 차림으로 삶이 소리치고 있는 재래시장으로 가 보세요.
싱싱한 야채, 물 좋은 생선만 고르지 마시고
삶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장바구니 가득 담아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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