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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어등골 이야기 31 - 눈치 코치 없는 반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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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교회에는 반주자가 없습니다. 피아노도 없습니다. 3년 전, 광주로 사역지를 옮긴 후, 나는 참 오랜만에 무반주로 예배를 드렸습니다. 찬송가라면 그런대로 자신이 있던 나였기에 별 문제가 아니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내 딴엔 잘 부른다고 불렀지만 자꾸만 나는 나대로, 성도들은 성도들대로 따로따로 아리랑고개를 넘곤 했습니다.

   위기감을 느낀 나는 처가에서 사용하던 반주기를 공수(空輸)해 와서 아쉬운대로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반주기란 놈은 통 눈치 코치가 없습니다. 제 마음대로입니다. 애당초 내 눈치같은 건 안중에도 없습니다. 오히려 내가 반주기의 눈치를 보는 형편입니다. 오호통재라!

   아픈만큼 성숙해진다고 했지요? 여기서 나는 평범하지만 너무도 귀중한 사실 하나를 깨달았습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영광'이라는 미명 하에 그동안 내가 계획하고 실천하고 주도한 온갖 일들이 수많은 걱정과 원망 속에서 그저 앞으로 나아갈 생각에 악셀레이터만 밟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적절한 시기에 브레이크를 밟아주셨습니다. 목회자로서 세상적인 가치를 따라 살아가는 한, 언젠간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 되고 말 것이기에, 잠시 돌아보며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주신 것입니다.

   그러나 내 속엔 여전히 내 방식대로 해보려는 성향이 다분히 강합니다. 이것이 나의 연약함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이러한 나의 연약함을 아시고 나의 목회 여정에 동승하셔서 엑셀레이터와 브레이크를 적절히 밟아 주고 계십니다.

   나는 오늘도 반주기에 맞춰 찬송을 부릅니다. 그러나 더 이상 눈치 코치 없는 반주기라고 말하지 않을뿐만 아니라, 반주기를 내 편에 맞추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지금은 반주기의 박자대로 찬송을 부르면서 하나님 앞에서 눈치 코치 있는 목회 인생을 살아가고자 애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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