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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어머니의 사랑은 가이 없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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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살 성영이의 성화에 인라인 스케이트를 사주었습니다. 그러나 차들이 오가는 아파트 앞 뒤뜰에 초보 인라이너 성영이를 내보내려니 마음이 놓이질 않습니다. 생각 끝에 차량이 다니지 않는 을숙도나 사직동 등의 광장에 데려가기로 하였습니다. 아빠와 함께하는 것이 아이의 정서에도, 제 건강에도 좋을 것 같아 삼십대 중반을 넘은 이 나이에 인라인 스케이트를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아이와 함께 학생교육문화회관 광장에서 즐겁게 인라인 스케이트를 탔습니다. 한참을 타니 허기가 져 인라인을 신은 채 식당을 찾았습니다. 한 접시에 오천원 하는 뼈 없는 치킨을 주문하였습니다. 튀긴 닭과 양념 소스 그리고 야채 샐러드가 생각 보다 맛이 있습니다. 둘이 먹기에는 양이 조금 부족한 듯 합니다. 넌지시 성영이에게 말을 건넵니다. “성영아! 소화가 잘 되도록 꼭꼭 씹어 천천히 먹어라! 그래야 아빠가 더 많이 먹지!” 그러자 아빠를 흘끗 쳐다보며 하는 성영이의 대답이 걸작입니다. “아빠는 야채 샐러드 많이 먹어! 야채 좋아 하잖아!” 아이의 말에 고소를 금할 수 없었습니다.

그날 저녁 시골에 계신 어머니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어린이 날 성영이에게 장난감을 사주라며 제 통장으로 십만원을 송금했다고 하시더군요 손자를 향한 할머니의 내리사랑이 참 애틋합니다. 몇 해전 살고 있던 전세집을 비워야 했습니다. 마침 IMF 상황에 부동산 가격이 많이 하락했을 때라 조금 무리하면 집을 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갖고 있던 전세금에 은행 대부를 얻을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 과정에서 시골에 계시던 부모님은 굳이 얼마간의 돈을 보태려 하셨습니다. 그러나 그 돈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이미 결혼할 때 부모님으로부터 적지않은 도움을 받았었고 아직 미혼의 두 동생이 있어 집안의 형편도 그리 여유롭지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돈을 보내겠다고 말씀하시는 어머니의 강권에 저는 벌컥 화까지 냈었습니다. 아파트 계약을 몇일 앞둔 어느날 이른 아침, 아무런 연락도 없이 어머니께서 찾아오셨습니다. 품속에서 백만원 수표 열장을 꺼내 놓으시며 집을 구입하는데 보태라며 말씀하시고는 출근길 아들과 며느리에 부담이 될까 한 끼 아침밥 하신 후 오신 그 길을 되돌아 가셨습니다.

어머니는 밤새 기차를 타고 오셨습니다. 당신이 살고 계시는 봉화에서 이곳 부산까지 오는 철도는 중앙선과 동해남부선으로 연결되는 장장 6시간의 장거리 노선입니다. 그 흔한 새마을호 열차도 다니질 않고, 그나마 무궁화호도 편히 쉴 수 있는 특실은 배차 되지 않는 그런 길입니다. 그 불편한 밤기차를 더구나 천만원이라는 거금을 전대에 두른 채 밤을 꼬박 새우고 오셨을 어머니를 생각하면 지금도 그 한없는 사랑에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그저 어버이날을 맞이해야 부모님의 사랑을 한번 되새겨 보는 못난 아들이지만 두 분의 믿음의 여정에 언제나 우리 주님의 은총이 가득 임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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