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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건지골 일기 20 - 10년을 연단하신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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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신학교를 들어가던 때가 87년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전설같은 옛기억이겠지만 소명이 무엇인지, 사명이 무엇인지도 모른채 그저 주님의 일을 위해 최선의 방법인 것 같아 자의 반 타의 반 신학도의 길에 접어 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모두가 다 하나님의 예비하심과 섭리속에서 이루어진 일임을 생각하고 모든 과정들이 감사하지만 그땐 참으로 생각하는 것이 어리석었고 어렸습니다.

어제는 그런 신학교 초년병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목사님 한 분을 만나뵐 수 있었습니다.
바로 87학번으로 같이 입학했던 입학 동기 목사님이셨습니다.
저보다 10살은 더 많은 목사님이셨는데 제가 군복무를 위하여 휴학을 했다가 복학을 하고, 학부 졸업 후 2년의 공백기에 대학원까지 공부하는 사이 그 분은 벌써 오래 전에 졸업을 하여 목회 경력 10년차 가량이나 달리시는 분이셨습니다.

서울에서 약 4년정도 목회하시다가 인천으로 오신지 6년가량 되었는데도 출석 성도 15명 정도밖에 안되는 형편에서 생활고로 인하여 없는 시간 쪼개어 전도목적겸하여 택배회사에서 약간의 일을 하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6개월 정도 되었는데 아픈 허리때문에 이젠 일을 그만 두려고 한다'는 고백을 하십니다.

그리고 계속하여 당신의 간증을 하십니다.

"홍목사님, 제가요! 증경총회장님이신 P목사님의 후임자로 청빙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작정기도를 하는 중에 하나님께서 저의 등을 후려치시면서 너는 사람 많이 모이는 교회가 그렇게도 좋으냐? 한 사람이라도 바르게 돌보는 목회자가 되거라 하는 꾸지람을 하나님께 받고 그 교회 포기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저 후회하지 않습니다."하고 고백을 하셨습니다.

오랫만의 만남이라 반갑기도 하고 같은 인천 바닥에서 살면서 서로 모르고 지냈는다는 것이 희안할 정도였습니다.

겉으로는 담담해 보이셨지만 10여년의 세월속에서 연단 받으시는 한 목회자의 모습이 오죽하겠습니까? 한편으로는 그러면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자리에서 사심없이 그리고 얼굴 표정에서 평화를 발견할 수 있었던... 최선을 다하시는 목사님을 뵙고 참으로 숙연해졌고, 이제 겨우 2년 연단 받았으면서도 헉헉거리는 나 자신이 너무 초라하고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한 사람이라도 바른 목자의 심정으로 성도를 돌보는 목회자! 그러면서도 그것이 자신의 무능이라고 부끄러워 하지 않는 목회자! 하나님은 결과를 보시는 분이 아니라 과정을 보시는 분이다'하고 말씀하시는 목사님을 눈으로 대하면서
아직 젊고 가능성이 많이 있음에도 언젠가부터 나태해져가는 나를 재조명할 수 있어서 참으로 도전이 되었던 만남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10년, 아니 그 이상이 되더라도 주어진 형편을 자족하면서 연단하시는 하나님께 감사하면서도 확신한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목회자가 되리라 다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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