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예화 카네이션, 그 꽃 한송이!

첨부 1


    
카네이션, 그 꽃 한송이!
----------------------------------------------------------

꽃 한송이를 선물 받았습니다.
무척 기쁘고 자랑스럽기만 합니다. 영채의 편지는 내게 시원한 샘물과도 같았습니다. 가뜩이나 피곤하고 가라앉았던 순간, 마른 내 영혼 깊은 곳에 촉촉이 적셔주는 단비 마냥 아름다운 꿈을 되살려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카네이션, 그 꽃 한송이!
연필과 붉은 볼펜만으로 제법 섬세하게 그린 그 꽃 한송이가 봉함엽서를 조심스럽게 뜯자마자 내 눈에 가득 들어찼습니다. 얼마나 대견스럽던 지요? 그 녀석이 내 옆에 있었더라면 나는 아마 꿀밤을 주었을 겁니다.
'그림 실력이 제법인데, 이 녀석!' 하고 말입니다.

선생님의 은혜에 감사 드리며!
주님의 사랑을 처음 가르쳐 주신 선생님,
생각해보면 저 같이 못난 놈이 어떻게 선생님의 시야에 들어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요즘도 변함 없이 저처럼 길 잃은 수용자들에게 주님의 진리와 사랑을 전하시겠죠... 지금은 믿음이 연약하여 성경을 읽어도 의문이 꼬리를 물지만 하나씩 풀어가며 한 계단씩  올라갈 수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요사이 저는 기상 삼십 분 전에 일어나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정말이지 새로운 인생 길을 가르쳐 주신 선생님의 은혜에 감사 드리며... 선생님의 건강을 위하여 기도하겠습니다.

영채는 착한 소년이었습니다. 비교적 말수도 적고 생각이 깊은,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그 점이 염려스러울 만큼 야무지고 깐깐한 근성으로 비쳐지는 것은 흔히 비행소년들에게서 느껴지는 그릇된 내 선입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한참 정신 없이 공부해야할 고등학교 3학년 때, 친구들과 서울에 올라와 한 번 곁길로 간 것이 한 생명을 잃게 하는 돌이킬 수 없는 범죄자가 되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런 그에겐 아무런 희망도 없었고 단지 죄책감과 절망감에 사로잡힌 나날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나는 그에게 아무런 도움을 줄 수가 없었습니다. 그저 그 모습을 애처롭게 바라보는 관심(?) 정도였고 관심이 아닌 사랑을 전하기엔 내 능력과 현실이 너무 동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럴수록 그에 대한 관심이 그를 위한 기도가 되었습니다.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랑하기 힘든 나의 가장 가까운 이웃! 이는 교도관이 되어서 지금까지 스스로 질문하는 내 힘든 숙제이기도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조용히 그를 불렀습니다.

"영채야, 네 죄가 아무리 주홍같이 붉을 지라도 눈과 같이 희어 지도록 용서해주시는 분이 있단다."

내가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랑은 단지 이 사실을 알려주는 것뿐이었습니다. 몇 달 후 영채는 모든 재판이 끝나고 적지 않은 형(刑)을 받아 지방교도소로 이감을 갔습니다. 그 후 영채는 나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편지를 보내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몇 차례 받은 편지는 너무도 회의적이었습니다. 갈등, 번민... 의 심정이 역력했습니다. 그러나 차츰 어린 나무가 성장하듯 성숙해지는 그의 신앙생활이 눈에 보였습니다. 그렇다고 그의 믿음이 아직 견고하다고는 볼 수 없었습니다.

앞으로도 수많은 날들을 그는 높은 담 안에서 보내어야만 하고 언제 어떻게 또 다른 좌절과 실망을 맛볼지 모르는 일이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왠지 나는 그가 믿음직스러워 보였습니다. 넉넉히 혼자서도 일어설 수 있는, 의젓한 믿음의 청년이 되리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지금 내 가슴에 핀 붉은 카네이션 꽃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어버이 주일이어서 교회 고등부 학생들이 오늘 아침 정성스럽게 달아준 꽃이었습니다. 나는 이 꽃을 볼 때마다 영채를 떠올리며, 여린 내 가슴에 다시금 심어 주시는 새 생명의 기쁨으로 인하여 그 분을 찬양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 그렇게 아픔과 은총의 세월이 흐르고 영채(가명)는 이제 자유인이 되었고 요즘은 날더러 선생님이란 호칭 대신 형님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형님! 워째 한번 찾아뵙고 싶어도 영 변명뿐이지라...  형님이 이해해주쇼 잉. 그라고 내 생각나면 기도 쎄게 해주쇼 잉..."



   http://column.daum.net/daman1004/


이런 글도 찾아보세요!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퍼머링크

댓글 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