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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원수 외나무다리에서 만나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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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003년 5월 2일 금요 기도회를 다녀온 날입니다.
지금 사는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지하주차장이 없고, 대부분의 가구가 2차량 소유인지라 주차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형편입니다. 그래서 2열 3열 주차는 기본이라서 이 차량들은 사이드 브레이크를 풀어놓고 사정에 따라 이리저리 밀치도록 하고 있습니다.
금요기도회처럼 늦게 들어온 날은 이런 공간을 비집고 들어가야 합니다.

이 날은 다행스럽게 방문 차량이 늦게 빠져나간 자리인지 한 자리가 있어 주차할 수 있었습니다. 기도회 시간 잠이 든 예샘이를 내가 안고 있어서 집사람이 이 날은 운전을 하였기 때문에 집사람이 주차하는 동안 잠이 깬 예샘이와 먼저 내렸습니다.

그런데 다른 길로 진입되는 길 초입에 누가 밀치고 제자리에 밀어놓지 않았는지 쏘렌토가 진입로를 막고 있었습니다. 이것이 왜 내 눈에 띄었고, 순간 자비로운 맘이 들었을꼬...........

예샘이는 제가 차를 이리저리 밀치는 것을 즐거워 합니다.

“예샘아! 아빠가 저 차 미는 것 좀 도와줄래?”
“오케이! 렛스 고우”(예샘이는 미국에 있는 사촌이 다녀간 이후 노우, 오케이! 렛스 고우를 거의 원어민 수준으로 외칩니다. 그것도 적절하게......)

쏘렌토 차가 무겁기 때문에 적당히 밀고 놓아서 탄력을 준 다음에 밀기로 하였습니다.
어른 걸음으로 거의 대여섯 걸음 정도는 옮겨 놓아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힘이 필요했습니다.

“예샘아! ‘밀어’하면 세게 밀어주세요?”
“예! 아빠”
“하나, 둘.....밀어!”
“오케이! 렛스 고우!”

허걱!
앞 바퀴가 조금 구릉진 곳에 걸렸습니다.
이 구릉을 넘겨야 손쉽게 차를 밀어 놀 수 있습니다.
예샘이가 밀고 있기 때문에 위험하기도 하여서 있는 힘을 다해 버팅겼습니다.

“예샘아! 얼른 이리 나와”
“이렇게?”
“아니! 저만큼”

예샘이가 저만치 물러서자 차를 놓았습니다. 있던 자리로 도로 돌아왔습니다.

왠 오기?

“자! 예샘아 다시 해보자!”
“으헤헤헤!”
“아까처럼 ‘밀어’하면 미는 거야!”
“하나, 두~울....밀어!”

아까와 똑 같았습니다. 얼른 예샘이를 비키게 하고 차를 놓고 가푼 숨을 골랐습니다.
한 때의 아이들이 왁자지껄 지나갑니다.
“이 차 어디서 굴러왔지? 낄낄 깔깔..........”
이미 지나가지 못하는 길인지라 두 대의 차가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운전자가 나와서 도와 줄 것을 바라고 가푸지도 않은 숨을 헐떡거렸습니다.
그런데도 운전자는 제가 이 차를 다 밀어 놓기만을 기다리는지 가만히 있는 것이었습니다.
어둠 속으로 운전자의 얼굴을 보니 ‘왜 빨리 치워주지 않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얼른 내려와서 도와주지 않고서는.............

순간 마귀는 제 생각을 조종했습니다.
‘저 거만한 인간을 위해 내가 뭘하고 있는거야???’

차는 그냥 놓고 예샘이를 번쩍 안고 총총이 그 현장을 떠나왔습니다.
뒤통수가 가려웠지만, 황당해 하는 그 거만한 인간을 고소해 하면서.............

오늘 아침(2003.5.12.) 출근 길에 집사람과 아이와 함께 엘리베이터로 내려왔습니다.
차가 많이 차 있으면 어떻게 밀칠까 하다가

“사람들이 왜 그렇게 예의가 없어?
엊그제 저기 입구에 쏘렌토 있던 거 지나다니는 차 힘들까봐 힘들게 밀고 있는데 뒷차들이 내려와 보지도 않더라니깐.”
예샘이도 한마디 거들었습니다. “맞어!”

그 때 옆에 있던 아저씨 왈;

“아저씨셨어요? 짚차 밀다 간분이?
차 밀다 그냥 놓고 가버리시기에 얼마나 황당했던지......... 차를 이렇게 밀쳐 놨으면 제자리에 갔다놔야지 뭐 저런 사람이 다 있나 했습니다. 내려서 밀어 보니까 쉽지 않더라구요. ..............하하”

처음 가진 자비로운 마음을 지켰더라면 장정 한사람이면 쉽게 밀칠 것으로만 생각했던 그 아저씨에게 괜한 오해를 사지 않았을 텐데..........
오늘 이렇게 서로에 대한 오해가 풀리지 않았다면 마귀가 가져다 준 불신과 피해의식을 언제까지나 간직하고 있었을 뻔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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