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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마음만 가지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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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2003.5.12.)는 집사람이 감기몸살로 몸져 누웠습니다.

그러고 보니깐 여리디 여린 몸으로 연례행사처럼 지독한 몸살감기를 살던 집사람이 부족한 나를 만나 오뚝이가 되었는지 여러 해 동안은 몸살감기를 살지 않았습니다.

요즘은 때가 때이고 보니 퇴근 시간도 일정치 않고 야근을 하기가 일쑤입니다.

어제도 종합소득세 신고 관계로 성남에 있는 청운정보통신 사장님과 면담겸 저녁식사가 약속되어 있었습니다. 구리시청에 들러 필요한 몇몇 서류를 챙기고 성남에 도착한 시각이 7시 정도, 식사 후 간단한 차를 마시고 일어선 시각이 9시. 오늘이 상담일이라 사무실에 들르지 못하기 때문에 오늘까지 통보해 주기로 한 일이 있어서 집으로 향하지 못하고 사무실로 와서 일처리를 하고 있던 중 핸드폰 벨이 울렸습니다.

“아빠?” 큰 딸 이슬입니다.
“어디세요?”
“응! 사무실인데........”
“아빠!”
이슬이는 심각한 말을 할라치면 약간의 뜸을 들이는 습관이 있습니다.
순간 이지만 무슨 일일까 바짝 긴장이 됩니다.
“아빠, 곧 들어 갈거야. 왜 그러니?”
“엄마가 많이 편찮으신가봐요.”
“아침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추우시다고 오들오들 떠시고 이불을 두 개 덮어 드렸는데도 이를 딱딱딱 떠세요.”
“엄마 약 좀 지어다 드리지 그랬니?”
“엄마가 내일 경과를 보시고 병원 가시든지 하신데요.”
“알았다. 곧 가마.”

미아리 반지하에 살 때 아내는 자주 아팠습니다.
여린 몸으로 감당하기 힘든 일을 하여서 그랬을 거라는 생각만 합니다.
그 때 여유가 있었더라면 아마도 응급실을 여러번 갔을 겁니다.

전기 장판하나 없이 LPG가스가 다 떨어졌어도 시킬 수 없는 형편에 아내가 몸져 누웠을 때, 다 타들어 간 입술 사이로 물 한 숟갈을 떠 넣어 주는 내 마음은 새까맣게 타들어 갔습니다.

군대도 갔다오지 않은 아이 아빠 고시생,
차가운 방바닥에 몸져누워도 물밖에 떠주지 못하는 사람.
아내가 그렇게 아플 때에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
단순히 신앙 좋은 한 남편으로서만 바라보았을까?
나는 장차 이 사람에게 어떻게 좋은 것으로 보답하여야 할까?

그 마음, 그 마음은 마음 속에 여전한데,
생활 속에서 집사람을 감동시키지 못하는 내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혈기 있는 대로, 오기 부릴 대로, 기분 내키는 대로 내 자신을 내어 맡길 때가 많습니다.

주섬주섬 챙겨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벌써 자정이 넘어 있었습니다.
제멋대로 놀다가 혼자서 잠이든 예샘이를 바로 눕히고
가만히 아내의 머리에 손을 얹었습니다. 땀이 흥건합니다.

“이젠 괜찮아!”
“증상이 좀 어때?”
“머리 아프고....아까는 춥더니 지금은 더워 죽겠어.”
“약 좀 먹지 그랬어!”
“예샘이도 감기가 심한데 내일 같이 병원에 가봐야지.”
...........................
“예샘이가 기도해 줬어.”
“응?”
“머리아퍼? 하더니 머리 맡에 무릎 꿇고
‘하나님! 엄마 아퍼요. 엄마 추워요. 감기 뚝~~~~~~ 떨어지게 해주세요. 엄마 치료해 주세요.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하고는 엄마 다 났다 그러더라구!”

아내는 벌써 예샘이 기도로 다 낳았다고 정말로 믿는 눈치였습니다. 빙그레 웃는 것이 세상에 부러울 것 없이 다 가진 사람의 여유로움으로 보였습니다.

아이구! 참 내! 난 왜 집사람 아프다고 할 때 기도할 생각 못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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