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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아들의 키가 더 커 보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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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키가 더 커 보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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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그 날이 올 것을 예감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쉬이 다가올 줄은 미처 몰랐던 것이다. 고등학교 2학년 짜리 큰아들은 어느 새 몰라보게 커 있었다. 늘 마주 대하는 살붙이여서 키는 컸다고는 하지만 녀석의 말이나 행동은 아직 어린 아이로 보였고, 내 키도 결코 작은 키는 아니어서 설마하니 내 키를 능가하려면 아직은 멀었다고 내심 여유를 부리던 터였다. 그런데 오늘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들어 저녁을 먹자마자 녀석을 불러 세웠다.

"아빠랑, 어디 한번 키 재기 해보자?"
녀석은 씨익 웃으며 다가오더니 등을 맞대고 나란히 섰다. 오른 손을 들어 머리위로 얹어 보니, 아뿔사! 내 머리 위로 족히 3센티미터는 그 녀석이 커 보였다. 놀라운 일이었다. 일순 뿌듯한 감회에 젖어들고...

녀석이 태어나던 순간을 나는 잊을 수 없다.
저녁부터 새벽 무렵까지 아내의 진통은 계속되었다. 초산(初産)인지라 물론  겁도 났겠지만 아내는 그런 대로 순박한 성품을 드러내며 '나 어떻게 해?'로 간간이 신음을 토해 놓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출산이 임박할 즈음에는 절규하듯 큰 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나 좀 살려줘! 나 좀 살려줘!... ..."
하기야 산고(産苦)는 신(神)이 내린 진통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옆에서 지켜보는 나는 그저 아내를 위해 간절히 기도할 뿐이었다. 그렇게 태어난 아들과 첫 상면하던 순간, 녀석은 울지도 않고 그 까만 눈동자로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두려우리 만치 기뻤다!

녀석이 돌이 될 무렵이었다. 엉금엉금 기어다니다가 자꾸 일어서려는 몸짓에 녀석을 부축하여 한번 혼자 세워 보았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넘어 질 줄 알았던 녀석이 한참이나 서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 경이로움을 이렇게 표현했다.

- 보아라! 마침내 아들은 지상에 섰다!
  건강하고 복되고 아름다운 인생이 되기를 소망하노라!

이제 별 수 없다. 내 생각을 바꾸는 수밖에.
녀석은 킷값 한다고 벌써부터 굵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어디 그 뿐인가. 다분히 반항적이다. 아내가 뭐라고 듣기 싫은 소리를 할라치면, '엄마! 왜 그러세요!' 하며 제 키 보다 한참이나 작아진(?) 제 엄마를 꼼짝 못하게 등뒤에서 안아 버리고 만다.

곰곰이 되짚어 보니, 나는 입때껏 아들에게 험상궂은 표정으로 큰 소리 치는 일에 익숙했고 어렸을 적에는 더러 감정에 치우친 매를 들기도 하였다.  그렇게 아버지의 그릇된 권위를 강요했다고 볼 수 있다. 마치 가장(家長)의 권위를 권위주의로 가장(假裝)했다고나 할까. 생각하건대, 권위와 권위주의는 엄연히 다르다. 권위주의가 표면적이고 감각적인 것이라면 권위는 내면적이고 상대방을 감동시키는 아름다운 것이다.

아들은 어쩌면 더 키가 클 것이다. 더 이상 크지 못하는 나는 자꾸만 작아질 테고... 그렇다고 겁낼 필요는 없다. 아들의 키에 상응하는 아버지의 진정한 권위로 다시금 무장하면 되는 것이다.

아들아, 쑥쑥 더 크려무나.
아빠는 너를 사랑한단다. 아주 많이!


  *  http://column.daum.net/daman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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