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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유능제강(柔能制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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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능제강(柔能制剛)!

지난 해 팔월 중순부터 금년 일월 중순까지 만 오 개월 동안 나는 근무여건이 열악한 특별사동(特別舍棟) 근무를 성공리에 마쳤다.

이 사동을 굳이 특별사동이라 스스로 명명(命名)하는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이다. 원래 대부분의 사동이 혼거용이면 혼거실, 독거용이면 독거실로 지어진 것인데 비하여, 이 특별사동은 가운데 복도를 중심으로 한편은 스물 아홉 개의 독거실, 또 다른 편은 열 개의 혼거실이 서로 마주보고 있는 구조였다. 그런 구조물이다 보니 정상적인 햇볕이 들어 올 리 만무하여 낮에도 어둠침침하고 분위기조차 가라앉기 십상이다.

더구나 독거실에는 징벌자, 정신질환자, 성격특이자 등이 수용되어 있고 혼거실 또한 아직 수용생활에 익숙하지 못한 신입자 수용자들로 전체인원은 무려 백 오십 명이 넘었다. 정상적인 수용자들도 이 정도의 인원을 관리하자면 격무일진대, 여기는 그야말로 담당 교도관의 초인적인 힘을 요구하는 근무지라고 해도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나는 자조 섞인 푸념으로 교도관으로서의 혹독한 훈련기라고 애써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가지 더 근무하기 어려웠던 외적 요인은 차라리 일반 사동과도 같이 사흘에 한 번씩 3교대로 근무하면 그런 대로 참아낼 수 있는데 반하여, 어려운 근무지라고 해서 야근을 면제해주는 대신 매일 아침 개방시간에 맞춰 조출(早出)하면 저녁 폐방점검(閉房點檢)이 종료된 후라야 비로소 안심하고 퇴근하게 되니 그 일상은 오히려 힘들다 못해 고독할 지경이었다. 하루 일과의 내용도 따지고 보면 잠시 자리에 앉아 있을 수도 없는 무려 10시간이 넘는 육체적, 정신적 노동을 엔간한 체력으론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렇게 근무한지 두 달만에 내 체중은 무려 4㎏이나 빠지고 정작 체중이 빠지는 것보다는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하루에도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수용자들의 요구는 납득하기 어려웠고 관규(官規)를 지키는 커녕 수용질서를 어지럽히는 행태에 대하여, 바로 잡기에는 능력의 한계를 절감하던 순간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불현듯 어디론가 훌쩍 도피(?)하고 싶은 절박한 심정이 빈번했다. 그렇다고 '여기서는 도저히 근무할 수 없으니 근무지를 바꿔주십시오'라고 상급자에게 요청하기에는 내 자존심이 허락하질 않았다. 어차피 교도관으로 내친걸음이니 이만한 시련(?)쯤은 능히 감당해내야지, 하는 오기도 생겼다. 그러기에 폐방점검을 끝내고 나서 퇴근길에 나서면 만나는 동료들마저 '수고'라는 말 대신에 "오늘도 고생이 많으셨겠군요!" 라고, 농담 아닌 진담으로 격려해주는 말이 여간 고맙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격려가 힘이 된다고 할까, 내 수고와 인내가 이웃에게 기쁨과 유익을 줄 수만 있다면...! 징벌자들은 징벌자 나름대로 고충을 토로하기 마련이고, 혼거실에서는 도저히 생활하지 못하고 예의 자신의 모난 성품을 드러내어 불화를 일으키는 특이성격자들도 나름의 고충이 있으며, 무엇보다 가장 신경을 써서 돌보지 않을 수 없는 이들은 기본 생활조차 추스리지 못하는 정신질환자들이었다. 이들에겐 관심만으로 해결되지 않아 직접 행동으로 접촉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테면 더러운 몸을 씻어주고 거실 정리까지도 도와주어야만 하는 실정이니 때로 돌발적인 사태에 신변의 위험부담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급기야 지난 9월말에는 유해화학을 상습 흡입한 어느 정신질환자의 더럽힌 옷을 갈아 입혀 주기 위해 옷을 벗기다가 느닷없는 공격에 치아에 손상을 입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이 고약한 특별사동 근무를 하며 내 마음속에 다짐하던 '약속'이 있었다.

사랑과 진실은 누구든 통(通)한다!.
법보다 가까운 건 주먹이 아닌 사랑이다!.
그리고 교도관 직무의 철칙처럼 생각하고 싶은 이 한마디, `유능제강(柔能制剛)'이란 경구(警句)였다. 그렇다! 부드러움이 능히 굳센 것을 이긴다! 그래 더욱 부드러워지고 싶은 것이다. 성경에도 사도 바울은 "내가 약할 그 때가 곧 강함"이라는 고백을 했다. 부드러워질 수 있을 만큼 부드러워지고 약해 질 수 있을 만큼 약해지고 거짓 없는 사랑을 나눌 수만 있다면, 교도관은 결코 외롭지 않으리!(1999년)

(추신)교정시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구식 건물은 여전히 근무환경이 열악하며 교도관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이와 같은 근무현장에서 그 소임을 다하고 있습니다!

   http://column.daum.net/daman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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