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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땅끝에서 보내는 편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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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비 집

토요일 아침 아이들 학교 배웅하고 돌아온 아내의 다급한 목소리가 늦잠을 자던 나를 깨운다. "여보! 여보! 아니 목사님 빨리 나와 봐요"  아내는 급할 때는 '여보'와 '목사님'이 섞여 나온다. 우리집 처마 밑에 제비가 집을 짖고 있다는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벌써 제법 그럴싸한 집을 짖고 있었다. 작년 만 해도 몇번이나 시도 끝에 포기를 하더니 올해는 더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듯이 난공사를 벌이고 있는 모양이다. 우리 집은 쓰레트 지붕에 서까래가 없는 구조로 되어 있어서 사실 제비 집을 짖기에는 불편한 곳이다. 그런데 처마를 길게 달아 늘어낸 곳, 그 틈 사이에 집을 짖고 있으니 얼마나 위태로운지! 하기야 요즘 어디 제비들이 마음 놓고 보금자리를 마련할 터가 흔한가? 농촌에도 스라브 같은 서양식 집들이 들어서고 있어서 제비들이 점점 살곳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서글프기만 하다.

우리 어렸을 땐 참 제비가 많았는데, 집집 마다 제비집이 당연히 있었고, 우리는 흥부가 될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혹시나 다리 다친 제비는 없는지 부지런히 살피고 그랬었는데, 지금은 제비를 찾아 보기 힘들어 졌다. 제비들이 살 수 없는 세상! 인간이라고 마음 놓고 살 수 있을까?

작년 이맘 때 교회 성도님 댁에 심방을 갔는데, 그집 주인 할머니가 빗자루를 들고 욕을 헤대며 뭔가를 열심히 쓸고 계셨다. 자세히 보니 제비집을 훨고 있었던 거다. '할머니! 뭐하세요'. '말도 마세요. 저것들이 집을 짖는다고 마루를 얼마나 어지럽히는지 귀찮아서 헐먼 또 짖고 정말 못살겠다'는 것이다.

난 할머니께 그러지 말고 저것들도 다 살려고 그러는 것이고, 할머니 집이 좋아서 찾아온 손님인데 그렇게 박대를 하면 되겠느냐고 하면서 차라리 제비집 밑에다 받침을 달아 주자고 제안을 했다. 그리고 받침을 달아 주고 왔다. 얼마 후 다시 방문 했을 땐 예뿐 제비 새끼 세 마리가 고개를 처들고 어미가 내미는 먹이를 열심히 먹고 있었다. 얼마나 기분이 좋았던지? 기꺼이 기념 촬영도 했다.

난 우리집에 찾아온 이 반가운 손님들을 환영한다. 우리 아이들은 벌써 부터 제비가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는 것을 보고 싶다고 야단이다.

전에 살던 곳에서 한 번 경험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더 그런 모양이다.

나중에 집이 완성되고 새끼를 낳으면 그 때 사진을 찍어 아이들 엘범에 오래도록 간직해야 겠다.

제비야! 강남 갔다 다시 올 곳이 없어 헤매는 제비야! 너희들이 다시 이 땅으로 돌아와 번식하고 살 그날이 다시 오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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