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예화 어등골 이야기 33 - "예수 믿더니…"

첨부 1


    
  
   이웃에 사시는 할머니 한 분이 검정 비닐봉지 하나를 들고 찾아 오셨습니다. 알고 보니 며칠 전 멀리 구례 다원(茶園)에 일하러 가셨다가 그냥 버리기엔 아까운 찻잎을 가져와서 손수 만든 녹차였습니다.

   처음엔 마대자루로 가득했는데, 마당에 큰솥을 걸고 자그마치 여덟 번을 덖고 나니 나중엔 작은 봉지로 하나 밖에 남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나는 생각코 귀한 것을 가져오신 할머니의 정성이 너무도 고마와서 몇 번이고 감사를 표했습니다.

   녹차 이야기가 서서히 식을 즈음, 할머니는 신세타령을 시작하셨습니다. 할머니를 버려두고 저 세상으로 먼저 가신 할아버지 이야기며, 객지에 나가 살면서 죽었는지 살았는지 전화 한 통도 없는 자식들 이야기며, 하루도 편할 날 없이 늘 쑤시고 아픈 병든 육신 이야기 등을 보따리째 풀어 놓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할머니의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발견한 나는 "인자부터라도 예수 믿으셔야죠?"하고 말했습니다. 할머니의 반응은 의외로 호의적이었습니다.
   "그래라우…목사님 말씀맹키로 인자 나도 교회나 댕겨야 쓰겄는디…."
   "그럼요, 한 세상 뼈빠지게 일하고 살아도 눈물과 한숨뿐인게…인자, 예수 믿으십시다."

   그런데 그 순간, 할머니는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습니다.
   "아, 근디 고것이 글씨…쪼까 더 있어야 쓸 모양이요…."
   "아니, 왜요? 이왕 믿으실 거면 당장 믿으셔야죠?"

   할머니는 자세를 고쳐 앉으며 말했습니다.
   "아, XX네 안 있소? 거기가 우리허고 친척되는디…교회 댕김서 꼽꼽쟁이가 돼붑디다."

   할머니 얘기인즉, 그동안 XX네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허드렛 일을 도와주면서 생활해 왔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 마을에서 놀러간다고 해서 미리 양해를 구하고 하루를 쉬었는데, 그 달 월급에서 하루 일당을 제(除)하고 주더라는 것입니다.

   "…전에 교회 안 댕길 때는 안 글드만 어째 교회 댕김서 무장 꼽꼽쟁이가 돼분지 모르겄당께라우……여태꺼지 삼서 아쉴 때마당 그 집 신세 진 것도 많지만…그래도 영판 서운허드랑께라우…."

   할머니는 풀리지 않은 서운함을 증명이라도 하듯 말하는 내내 혀를 찼습니다. 나는 할머니와 함께 더 많은 얘기를 나누었지만, 할머니는 끝내 그 서운함을 털어버리지 못한 채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아…, 예수님을 믿기 전과 후의 우리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요즘 주위 사람들에게 우리는 어떤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을까요? 한번쯤 진지하게 생각해 볼 일입니다. 왜냐하면 이 모든 것이 곧 전도의 통로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글도 찾아보세요!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퍼머링크

댓글 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