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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예루살렘에서 만난 미국인 '실버 브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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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생각지도 못한 자녀들과 가족들의 배려로 외국여행을 할 수 있었다. 늦복을 타고난 것일까?

우리 집사람과 두 며느리가 S.B.S. 주관 고부간 노래자랑 프로에 나가 금상으로 받은 상금과 해여외행 티켓으로 태국과 홍콩 그리고 마카오를 돌아보았고, 또 일본 오사카에서 목회하고 있는 일본인 목사(데라니찌)의 초청으로 일본에 가서 오사카를 비롯 나라와 교토를 돌아보았고, 큰 아들(요한)이 미국 애틀란타(Atlanta) 대한항공지사에 근무하며 죠지아 공대에 유학할 당시 아들의 초청으로 시카고와 애틀란타와 플로리다주의 일부를 돌아볼 기회가 있었고 2000년 3월에는 꿈에도 그리던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영원한 고향 성지순례를 다녀왔고 금년 2월초엔 한구성지순례선교회(박경진 회장)의 도움으로 보통관광이 아닌 일본안에 있는 기독교 및 독립운동 유적지 탐방차 동경을 위시해 교토, 요꼬하마, 오사까, 고베 등지를 돌아보고 많은 교훈을 얻고 돌아왔다.

이렇게 여행하는 중에도 2000년 3월 이스라엘을 순례하던 중 수도 예루살렘에 있는 숙소의 로비에서 만났던 미국 감리교회 성지순례단에 속했던 순례객 중 50대로 보이는 미세스 실버 브라우(Mrs. Silver Brough) 여사를 잊을 수 없다.

그녀를 만났던 사연은 이렇다. 당시 우리 일행이 저녁 늦게 예루살렘 시내에 있는 예루살렘 호텔에 막 도착했을 때인데 곧 저녁식사를 하고 자판기의 커피를 한잔 빼서 소파에 앉으니 피로가 온몸에 번져옴을 느끼며 잠시 쉬고 싶은 생각이 들어 잠시 앉아 쉴려는 참이었다.

대전에서 온 젊은 후배 목사님 한 분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앉아 있는데, 50대쯤 되어 보이는 아주 잘생긴 여성 한 분이 왼손에 전도지를 한 웅큼쥐고 오른 손엔 전도지 한 장을 들고 우리 일행에게 다가와 '아 유 크리스천?(Are you christian?)'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때 갑자기 어떤 사람에게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전도자의 사명을 몸에 지닌 나로써는 그분의 나를 향한 질문에 놀란 것이 아니고 실은 전도자인(목사) 나는 피로하다는 생각에 소파를 기대고 앉아 태평스럽게 쉬고 있는데, 저 분 역시 하루종일 이곳저곳을 다니며 성지순례를 한 몸이면서도 개의치 않고 피곤한 줄도 모르고 로비에 앉아 있거나 서성대고 있는 손님들 한 사람 한 사람 일부러 찾아다니며 밝은 웃음을 머금고 개인전도를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미치자 속으로 한없이 부끄럽기도 하고 한편 나의 게으름을 주님께서 저 여인을 통해서 나를 일깨워 주시고 부끄럽게 해주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밀려와 한참동안 몸둘바를 몰라 당황했던 기억이 성지순례를 다녀온 지 6년이 다 되었는데도 생각하면 지금도 내 얼굴이 달아오른다.

그날밤 숙소에 돌아가 혼자 "정말 주님 어리석은 종을 용서해 주세요. 목사가 되어서도 저 미국에서 온 여성도보다 못한 죄인입니다" 하면서 깊이 뉘우치는 기도를 한없이 드리고 잠자리에 든 기억이 새롭게 떠오른다.

필자가 그 여성도의 이름을 기억하게 된 것은 이튿날 아침 호텔에 투숙했던 성지순례객들이 모두 아침식사를 마치고 각자 성지순례 코스에 따라 호텔 현관앞에서 짐을 챙겨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어제 저녁에 우리 일행에게 전도했던 그 여인이 눈 앞에 나타났다.

다들 목례를 하고서 다가가 그의 가슴에 달린 명찰을 보니 선명한 싸인펜 글씨로 'Atlanta, Mrs. Silver Brough'라고 되어 있었다.

그날 아침에서야 어디에서 왔으며 성지순례 소감은 어떠냐고 간단하게 물어 보았더니 나도 크리스천이며 한국에서 온 장로교 소속 목사요 신학교에서 한국교회사를 가르치고 있는 교수라고 했더니 어제 저녁 로비에서 그런 줄도 모르고 전도한 것을 용서해달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사실은 그 일로 내가 얼마나 감동을 받고 숙소에 돌아가 회개의 기도를 했는데' 하면서 '오히려 속으로 나는 감사했었는데 하면서' "노 탱큐(No Thank you)"라며 가벼운 작별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호텔 로비에서 밝은 웃음을 띄며 '굿 바이(Good-bye)'라고 짧은 인사를 하고 리무진 버스에 오르던 미세스 실버 브라우 여사의 아름다운 모습을 나는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 박정규 박사(대신대학교 한국교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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