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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느리고 여유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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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부터인가 “대강대강 사시오”라는 말을 자주한다. 설교나 목회를 너무 철저하고 완벽하게 잘 하려고 하지 말고 대강대강 하라는 말을 자주한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을 향해서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나 자신을 향해서 하는 말이다.

나는 신학을 바르고 철저하게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도 가끔 “대강대강 공부하라”는 말을 한다. 공부를 너무 잘 해서 남들보다 좀 바르고 똑똑해진다고 해도 결국 몸과 마음이 피곤해지는 것 뿐이고 남을 비판만하게 되고 사람들을 섬기는 목회는 잘 하지 못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그리고는 어거스틴과 칼빈이 한 말 한 마디를 묵상하곤 한다. “철저하게 완전 하려고 하는 것은 마귀가 만들어 낸 생각이다.” (It is a devilish invention for our minds to be cocksure about our perfection.)

나는 지금 내가 하는 말 즉 “대강대강 살라”는 말이 전적으로 옳은 말이라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대강대강 살라”는 말을 하고 싶다. 그 말의 의미를 굳이 설명하라고 하면 너무 뛰어나게 완벽하게 잘 하려고 하지 말고 그저 최선을 다하며 여유 있고 즐겁게 살라는 말이다.

너무 설교를 잘하고 너무 목회를 잘해서 “성공”하면 오히려 위태로워지고 불행해진다는 말이다. 너무 바른 신학을 많이 해서 너무 바르게 되면 오히려 위태로워지고 불행하게 된다는 말이다. 너무 의인이 되려고 해도 문제라는 말이다. 인간이 이루어 놓은 성취가 아무리 대단해 보일지라도 사실은 아무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지난 몇 년 동안 설교나 목회를 너무 잘 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사실 그렇게 할 수도 없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많은 여유와 즐거움을 가지고 설교와 목회를 하고 있다.

“대강대강”을 삶의 하나의 길잡이로 삼을 때 철저하고 완벽하고 빨리빨리 하려는 조급함이나 강박 감에서 벗어나게 된다. 유명한 설교자가 빨리 되려는 조급함이나 강박 감에서, 교회 성장을 빨리 하려는 조급함이나 강박 감에서, 교회 개혁을 빨리 하려는 조급함이나 강박 감에서 벗어나게 된다. 나에게 맡겨진 일을 느리고 여유 있게 할 수 있는 자유함을 누리게 된다는 말이다.

나는 여기서 게으름을 정당화하거나 예찬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성경은 누누이 게으름의 악함을 지적한다. 내가 가장 존중하는 청교도의 삶의 세 가지 원리 중의 하나가 바로 근면 즉 부지런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강대강”을 삶의 하나의 길잡이로 삼을 때 느림과 여유로움을 즐길 수 있다. 시간에 얽매일 필요도 없고 자기가 정해 놓은 시간표에 붙잡힐 필요도 없다. 잠도 편하게 잘 수 있고, 운동도 즐겁게 할 수 있고, 여행도 멋지게 할 수 있고, 쉼도 여유롭게 할 수 있다. 비두니아로 가는 길이 막히면 마게도냐로 갈 수도 있고, 로마로 가는 길이 지연되면 가이사랴에 무작정 머물 수도 있다.

느리다는 것을 반드시 과학적인 물리적 시간으로 측정할 필요는 없다. 자기가 정해 놓은 자기 시간표에 따라서 판단할 필요도 없다. 자기 시간표에 따라서 착착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느리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느리다는 것은 자기 자신의 시간이나 시간표에서 벗어나는 해방을 의미할 수도 있고 하나님의 시간에 모두 맡기는 자유로움과 여유로움을 의미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언젠가 유럽 여행을 할 때 빠리에서 제네바로 가는 기차가 없어서 프랑스의 니스로 가서 하루를 거기서 즐기고 그 다음날 제네바로 간 일도 있고, 미국에서 암스텔담으로 직행하는 비행기 표가 없어서 아이스랜드와 룩셈부르크를 거쳐서 간 일도 있다.

수년 전 북한에 가서 한 주간을 있는 동안 비록 내가 정해놓은 시간표에 따라서 움직이지는 못했지만 한번도 초초함이나 불안함도 없이 “느리고 여유 있게” 지내고 왔다. 어느 동행자는 자기 시간표에 따라서 움직이지 않았으므로 하루도 편하게 잠을 자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결국 우리는 한 평생의 시간을 살아가는데 나의 시간표에 맞추어 너무 조급하게 빨리빨리 살아갈 필요는 없다. 사실 우리의 시간이 우리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하면 된다. 서둘지 말고 느리고 여유 있게 사는 것이 인생의 멋일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항상 비행기 시간보다 너무 일찍 서둔다.

나는 비행기 시간에 늦지만 않도록 좀 늦게 나간다. 나는 설교 준비가 잘 되지 않았어도 우선 잠을 잔다. 그리고 잠을 자면서 꿈 속에서 설교 준비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때 기가 막힌 통찰력을 얻는 때도 가끔 있다. 이런 잘못된 말을 하는 것을 용서하시기 바란다. 가끔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뿐이지 항상 그렇게 한다는 말은 아니다.

“느리고 여유 있게”는 인생을 게으르게 사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나는 “대강대강” “느리고 여유 있게”를 삶의 하나의 길잡이로 삼고 사는데, 하고 싶은 일들이 너무 많고 가고 싶은 곳들이 너무 많고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래서 나의 제자 박범룡 목사는 나를 보고 “날개와 몸통은 내버려두고 프로펠라 처럼 혼자 앞으로 날아간다”고 평했다.

정진경 목사님은 나를 가리켜 “일에 미친 사람같이 보인다”고 묘사했다. “느리고 여유 있게”는 인생을 보다 적극적으로 살게 만든다. 지치지 않고 계속해서 즐겁게 달려갈 수 있게 만든다. "느림과 여유"가 없는 삶은 조급한 삶이요 불안한 삶이요 피곤한 삶이요 지치는 삶이요 불행한 삶이다. 물론 어떤 사람은 자기가 지니고 태어난 기질에 따라서 느림과 여유가 없는 철저하고 완벽한 삶을 선호하며 그런 삶을 즐길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사람은 각각 자기가 지니고 태어난 기질에 따라 각각 다른 모습의 삶을 살게 마련이다. 그러나 때로는 자기와 다른 기질을 지니고 다른 모습으로 사는 다른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바라보며 자신의 삶의 모습과 비교해 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은 아닐 것이다. 나는 여전히 내가 배운 삶의 방식을 선전하고 싶다. "대강대강, 느리고 여유 있게 삽시다."

참고로 내가 1997년 4월 강변소식지에 “자유롭고 여유 있게”라는 제목으로 쓴 글의 내용을 요약해본다.

“나는 카나다의 뱅쿠버 지역을 방문할 때마다 깨끗하고 웅장한 자연의 아름다움에 몸과 마음이 사로잡히는 즐거움을 맛보곤 한다. 그곳에서 또 한 가지 발견하는 것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자연 속에서 여유를 가지고 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너무 각박하게 살고 있다. 너무나 바쁘게 살고 있다. 여유가 조금도 없다. 어떻게 하면 우리도 좀 여유 있게 그리고 자유롭게 살 수가 있을까? 자유롭고 여유 있게 사는 비결은 무엇인가?

첫째 탐욕을 버린 소박한 삶을 살 수 있다면 자유롭고 여유 있는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더 많이 소유하려는 탐욕 때문에 사람은 항상 불만과 갈등에 사로잡히곤 한다. 더 큰 집, 더 좋은 차, 더 좋은 수입을 추구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경쟁의 대열에 끼여들게 되어 조금도 앉아서 쉴 수가 없게 된다. 결국 지쳐서 쓰러지게까지 된다.

둘째, 내일에 대한 염려를 모두 맡겨 버릴 수 있다면 자유롭고 여유 있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사람은 내일에 대한 염려 때문에 항상 불안과 좌절 가운데서 산다. 건강이 약해질 때, 사업이 잘 되지 않을 때, 진급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공부성적이 떨어질 때, 내일에 대한 불안에 사로잡히게 되며 심지어는 우울증에 사로잡히게도 된다.

셋째, 약함을 모두 드러내는 진솔한 삶을 살 수 있다면 자유롭고 여유 있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사람은 자기의 약함과 부족함을 언제나 숨기며 가리우려고 한다. 유교적 전통에 젖어 있는 우리들은 더욱 그렇다. 그것이 겉으로는 그럴듯하게 보일 수 있으나 속으로는 부자유하고 부담스러운 것이 된다. 그것이 심하면 위선자가 될 수도 있고 고통의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지금 너무 각박하게 살고 있다. 우리는 이제 보다 자유롭고 여유 있게 사는 삶의 비결을 배우고 실천하도록 하자. 그것은 결국 나 자신에서 벗어나 자연과 하나님의 품에 안겨서 사는 삶이라고 생각해 본다.”

- 김명혁 목사(강변교회 담임, 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
- 출처 : 크리스천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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