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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청사초롱-곽금주] 불확실함 견디는 힘을 길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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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12월이다. 그 12월도 이제 거의 절반밖에 남지 않았다. 어김없이 또 한 해가 가고,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는 아쉬움만 남는다. 인간은 지나간 것에 대한 미련이 크다. 내가 충분히 누리지 못한 시간에 대한 반추와 그리고 제대로 노력하지 못했다는 반성 때문이다.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에 대한 아쉬운 감정이 심각하게는 자기 원망과 자학으로 정신적 고통까지 느끼게 한다. 아쉽게도 인간은 미리 예견하는 능력을 가지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지금의 현실을 만든 지나간 과거만을 탓할 수밖엔 없다. 그런 후회와 자기반성이 커지는 12월이다.

올 한 해를 돌이켜보면 다른 해에 비해 우리 사회에 너무나 큰 변화가 있었다. 대통령 탄핵, 구속, 선거, 그리고 정권이 바뀌게 됐다. 정치적으로 보수와 진보의 대립이 그 어느 때보다 팽팽해져 서로 간의 갈등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경제, 의료 등 여러 분야의 정책과 규제도 크게 달라졌다. 또한 자연재해에 따른 불안감을 크게 느낀 한 해였다. 지진으로 수능이 연기되는 역사적인 사건을 겪으면서 더 이상 우리는 지진에서 안전한 나라에 살고 있지 않음을 확인하게 됐다.

그리고 다른 무엇보다 북핵의 위협으로 불안감이 더욱 고조된 한 해였고, 이 문제는 아직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또한 범죄는 이전에 비해 더욱 엽기적이고 흉포화해지고 있다. 반면 여러 사회현상을 정확하고 신뢰성 있게 알려야 하는 언론은 네티즌들에 끌려다니는 상황이다. 사실이 아닌 가짜뉴스가 판을 치고, 허위 조작과 비방으로 인한 마녀사냥이 계속되면서 우리 사회의 혼란이 더욱 가중됐다.

무엇이 진실이고 어떤 게 옳은 것인지 불확실함과 모호함의 세상이 돼버렸다. 인간은 주변 상황을 예측하고 통제하면서 안정감을 갖고 살아가는 존재이다. 변화를 예측하고 준비해서 이에 적응하려 한다. 그래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전혀 예측되지 않는 모호함과 불확실함을 피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 욕구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너무 급격한 변화를 겪으면서 우리는 이제 모든 것을 예측해 적응하는 것이 힘들어졌다. 그런 불확실함으로 개개인의 불안은 커지고 이에 따른 무기력감 또한 커지고 있다. 뭔가 이루려는 노력이나, 이로 인한 기대감, 그리고 잘될 것이라는 희망은 점차 옅어지고 있다. 그런데 불확실함은 인간에게 이렇게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모든 것이 예측 가능하게 될 때 우리는 안정감을 느끼는 것과 동시에 그 상황에 안주하기 쉬워진다. 더 이상의 호기심이나 성취동기가 가동되지 않게 된다. 그래서 새롭게 시도하려는 욕구도 없어지고 성취하고자 하는 노력 또한 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반복적인 일상의 무료함만이 있을 뿐이다.

다행히도 인간에게는 불확실함의 호르몬이 있다. 게임 상황을 설정해 이뤄진 한 심리학 실험에서 이를 확인했다. 확실하게 자신이 이길 수 있는 경우와 예측이 불가능한 경우를 비교한 결과 불확실한 상황에서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이 훨씬 더 많이 분비되었다. 이런 세로토닌은 동기를 부여해서 불확실한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더 많이 하게 한다. 세로토닌을 생쥐에게 투여해 본 결과 세로토닌이 부족한 생쥐에 비해서 훨씬 더 많은 모험을 시도했다. 장애물 너머 놓여 있는 먹이까지 도달하기 위해 힘든 장애물을 뛰어넘는 행위를 더 많이 했다. 결국 세로토닌은 성취하려는 힘을 가져온다. 불확실함이 주는 힘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뿐 아니라 전 세계가 급변하고 있고 기존의 상식과 질서를 넘어서는 새로운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기존의 습관적인 사고로는 살아가기 어려울 수 있다. 모호하고 불확실한 세상이 계속 전개될 것이다. 불확실한 만큼 변화무쌍한 세상을 즐기도록 하자. 불안함이 주는 설레고 들뜨는 기분 말이다. 불확실함으로 인한 동기부여의 힘을 가져보는 연말이고 싶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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