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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글 내 어릴 적에...

  • 장낙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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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ur.jpg (File Size: 24.5KB/Download: 6)

나는 어렸을 적의 대부분을 서울의 약간 변두리였던 신당동에서 보내었다. 신당동은 서울의 사대문 밖, 정확히 말하면 수구문(우리는 시구문이라 불렀다)밖 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다. 아주 어릴 때 잠깐 부산에서의 피난시절을 제외하곤 태어나기도 그곳에서 태어났고 자라기도 그곳에서 자랐으니까 그곳이 나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금의 신당동이라면 서울특별시 하고도 중구 신당동이니까 서울도심의 한 복판이지만 내가 자랄 적의 그곳은 지금의 여느 시골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너른 공터에서 제기차기, 자치기도 하며 놀고 비가 오면 흙탕물이 흐르는 개울을 막아 뚝터뜨리기 놀이도 하곤 했으니까. 신당동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금호동이 있고 그곳에서 조금 더가면 옥수동이 있었으며 그 곳에 강이 있었는데 우리는 그곳을 무시막강이라 불렀다. 강변을 따라 얕으막하게 뚝이 있고 그 뚝위로 철길이 지나간다. 그 철길을 넘으면 물의 속도가 완만하여 여기저기 모래톱이 쌓여 있는데 우리는 그곳으로 건너 가기 위해 바지와 팬티와 양말과 신발을 벗어서 머리에 이고는 물이 얕은 곳으로 찾아 다니며 건너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얼마나 위험했는지.. 철길에는 간간히 기차가 지나다녔는데 아마도 청량리에서 서울역으로해서 의정부쪽으로 가는 교외선의 일부가 아니었나 싶다. 우리는 그곳에 가서 커다란 대못을 철길에 올려 놓고 기차가 지나가면 그것이 지남철이 된다고 믿고 있었고 실제로 그렇게 해서 만든 지남철은 가운데를 실로 묶어 실을 잡고 있으면 늘 한 방향을 가리키곤 하여 지남철이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철길을 지키는 사람이 있어 들키면 혼쭐이 나니까 안들키려고 엉금엉금 기어서 몰래 대못을 올려놓곤 숨죽이고 있다가 기차가 지나가면 뛰어가서 만들어진 지남철을 가지고 달아나곤 했다. 내가 사는 신당동에서 옥수동 무시막강까지는 지금 어른인 나의 걸음으로도 족히 시간반내지 두시간은 걸릴 터인데 그 당시 어린 우리들의 놀며 가는 걸음으로는 왕복 한나절은 족히 걸렸을 것이라. 우리가 그 곳에 원정을 간 날이면 동네 엄마들에게 비상이 걸린다. 아이들이 캄캄해지도록 하나도 안 보이니 엄마들이 발을 동동 굴렀을 수 밖에.. 엄마들끼리 서로 남의 집을 찾아 다니며 혹시 우리 아이가 그집에서 놀고 있는지 묻고 다녔을 생각을 하면 지금도 빙그레 미소가 떠 오른다. 지금도 간혹 그곳을 지날라치면 그 시절 나의 어렸을 적 모습이 떠올려지곤 하는데.. 지금 옛 모습은 하나도 남아 있질 않고 빼곡히 들어선 아파트와 도로와 시끄럽게 빵빵거리는 차량들의 소음에 그 시절 그 모습을 찾을 길이 없다. 다른 이들의 어린 시절 시골 고향집은 그대로 남아 있어 어른이 되어서도 시골 고향집을 찾으면 옛날 일들을 회상하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을텐데.... 서울을 고향으로 둔 사람의 비애랄까.. 내게는 어릴 적의 고향이 지금의 우리 사는 곳과 조금도 다르지 않아 섭섭함을 금할 수 없다. <후기> 사진첩에서 오랜 옛날의 사진을 한장 꺼내어 봅니다. 못먹고 못입고 하던 시절의 사진이죠~ 앞줄의 조금 큰 아이가 바로 제 어린 시절의 모습입니다. 옆에는 동생이 있고 뒷줄에는 형과 동갑내기 사촌형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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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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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 2004.03.05. 10:28
어릴 적이었다면 아주 오래 되었을텐데 그때도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니 놀랍네요. 그당시만 해도 사진기 가격이 엄청 비쌌을 텐데... 그 옛날 가난했지만 그래도 행복했던 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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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점동 2004.03.05. 10:28
아득한 옛날의 기억을 떠 올리시는 장집사님 모습이 그려집니다. 옛날의 그 모습 그대로 지금의 얼굴에도 순수함이 있는듯 합니다. 장집사님 ! 글을 읽으면서 참 편안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의 삼촌같이..... 앞으로도 계속 좋은글 올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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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규 2004.03.05. 10:28
아....참...신당동하면 떡볶이 골목으로 유명해진 곳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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