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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영화 <아일랜드>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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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구 교수(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부총장, 조직신학) 

얼마 전에 가족과 함께 영화 <아일랜드>를 보았다. 필자의 개인적 소견으로는 영화 <아일랜드>는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개봉된 외화 가운데서 <킹덤 오브 헤븐> 다음으로 잘된 수작(秀作)이라고 여겨진다. 이 두 가지 영화는 그 시사하는 바가 시의 적절하여 21세기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던져 주는 전 세계적인 메시지를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이런 교훈적 내용을 지닌 다른 영화들과는 달리) 전혀 지루하지 않게 영화를 잘 끌고 간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아일랜드>의 경우는 지금 진행되고 있는 인간 복제 배아 연구에 어떤 정신 나간 과학자들의 호기심과 경제적 특수를 노리는 인간의 탐욕이 합하여지면 과연 어떤 가공(可恐)할만한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잘 제시하고 있다. 체세포 복제의 방식으로 복제 인간들을 만들어서 그들을 땅 속에 있는 일정한 지역에서 항상 흰 유니폼을 입혀 과학적으로 잘 관리하고 있다가 원본 인간의 장기나 기타 문제가 생겼을 경우 그 원본 인간을 위해 복제 인간의 장기 등을 제공하고 본인은 폐기 처분된다는 기본적인 틀에서 영화가 진행된다.

물론 복제 인간들은 자신들이 이렇게 이용되고 있다고 전혀 짐작하지 못하고, 일종의 세뇌와 홀로그램의 영향으로 자신들은 원폭 등으로 파괴된 지구의 바다 한 가운데서 유일한 생존자들로서 유토피아처럼 보이는 곳에서 과학적으로 잘 살아가고 있다고 여기며, 때때로 주어지는 지구의 유일한 오염되지 않는 땅이라는 <아일랜드>에 갈 수 있는 복권(lottery)에 당첨되기만을 기다리며 사실상 복제 인간들의 인공 자궁에 주입되는 수액들과 약품들을 조절하는 노동을 강요받으면서 자신들의 진정한 정체를 모른 채 살아간다.

<아일랜드>로 가는 복권이 당첨된 복제 인간들은 뛸 듯이 기뻐한다. 마치 “하늘”(heaven)로 가는 것처럼 말이다. (사실 “당신은 선택됐어요![You have been chosen)라는 말과 여기에 우리 기독교인들의 “하늘” 소망에 대한 은근한 조롱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아일랜드>로 가는 복권 당첨은 사실상 원본 인간을 위한 장기 제공이나 여성의 경우에는 자녀 출산 등의 수고를 하고 폐기 처분되는 길이다.

그러므로 원본 인간에게 병이나 사고가 없으면 복제 인간은 원본 인간이 나이가 많아져서 일정한 장기에 문제가 생갈 때까지는 오랫동안 아일랜드로 가는 복권에 당첨되지 못한 채 안타까워하고 때로는 심하게 투정하면서 지내야 한다. 이것은 그 복권에 당첨되는 것이 사실은 자신의 죽음의 길이라는 것을 모르는 정황의 아이러니를 잘 묘사하는 부분이다.

이 영화 속에서는 호기심이 많고 그 결과 이런 사실을 알게 된 한 복제 인간인 Lincoln Echo-6(이완 맥과이어 분)가 다른 복제 인간 여성인 Jordan 2-Delta (스칼렛 요한슨 분)과 함께 지상 세계로 나가 자신의 원본 인간을 만나는 등의 과정을 통해 실상을 파악한 뒤에 다시 지하 세계로 들어 와서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를 연상시키는 발상?) 결국 복제 인간 관리소를 파괴하고 다른 복제 인간들을 풀어 자유롭게 하며 그들의 정체성을 찾게 한다는 미국 영화의 기본인 영웅 만들기, 현대판 서부 활극의 모델에 충실한 영화이다. 진부한 서부 활극의 틀을 가지고서도 지루하지 않게 줄거리를 전개시키고 있는 점도 흥미롭지만, 인간 복제 문제가 눈앞에 다가 온 현실을 고발한다는 마이클 베이(Michael Bay) 감독의 고발 의식이 돋보이는 영화이다.

물론 그럴 사람은 없겠지만 혹시 소설을 각색한 이 영화와 오늘날의 복제 기술을 혼동할 분들을 위해서 오늘날의 복제 기술의 현황을 이 영화와 비교하면서 이야기해 보는 것이 독자들의 성숙한 이해에 혹시라도 도움이 되기를 원한다.

(1) 아직까지 인간 개체 복제가 성공한 일이 없다는 것은 다들 알고 계시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영화도 2,019년을 배경으로 한 미래 영화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인간 복제가 성공하더라도 이 영화에서처럼 성인으로 태어나거나, 복제한 지 3개월 정도 되었는데 원본 인간과 비슷한 성숙성을 가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현재의 동물 복제 기술을 그대로 적용할 때 체세포 복제된 배아를 대리모의 자궁에 착상시켜 10개월 동안 태에서 자라게 한 후에 다른 아기들과 같이 출산하는 방식으로만 개체 복제를 할 수 있기에 원본 인간과 복제 인간은 원본 인간의 나이 +10개월의 시차를 지닐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원본 인간과 복제 인간이 비슷한 연령 대에 있는 것으로 나타날 수 있는 기술은 아직 없다.

(2) 이 영화에서 복제 인간을 관리하는 자들의 이장에서 최대의 문제였던 원본 인간의 기억이 복제 인간에게서 잠재적 형태로 라도 나타나게 되는 일은 전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복제 인간과 원본 인간은 유전적으로 99% 이상 일치할 수는 있으나 그 기억이나 정신적 특성도 복제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3) 만일 이와 같은 기슬이 발전한다면 구태여 복제 인간에서 인공 수정을 통해 임신시켜서 10개월 뒤에 출산케 하는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복제 인간들은 인공 자궁 가운데서 자라나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그런 기술은 아직 없다. 그러나 그럴 수 있다면 복제 인간을 임신시켜 출산 과정을 기다리지 않고, 배아를 복제하여 인공 자궁 가운데서 자라게 한 후에 원본 인간에게 그들의 자녀라고 제공할 것이다.

그러나 소설이나 영화를 꼭 우리의 현재 생명 과학 기술에 근거해서 만들 유유도 그럴 필요도 없다. 소설과 영화는 우리의 자유로운 상상력을 자극해서 새로운 세계로 우리를 인도해 갈 수 있는 자유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 영화는 여러 면에서 우리에게 큰 경고를 한다.

(1) 지금과 같이 인간 배아 복제 실험을 계속하다가는 어떤 정신 나간 사람들과 돈에 눈먼 사람들에 의해서 복제 인간을 형성시키고, 그들을 우리들의 목적을 위해 과학적으로 관리하는 세상이 올 수 도 있다는 경고이다.

(2) 그렇게 복제 인간을 형성시켜서는 안 되지만, 만일 그런 일이 생길 경우에 우리는 그 복제 인간들, 어떤 분의 아름다운 표현에 따르면 “인간들 보다 더 인간적일 수도 있는” 그 복제 인간들의 인권을 탄압해서는 안 되고, 더구나 이 작품에서처럼 우리의 유익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취급해서는 안 되며, 또한 자신들의 정체성을 모르게 하다가 후에 정체성의 위기를 겪게 해서도 안 된다는 경고이다. 복제 인간들이 있게 해서는 안 되지만, 미래에 어떤 정신 나간 사람들에 의해서 이런 복제 인간들이 우리 주위에 있을 때 그리스도인들은 그들에 잘 돌아 보고 그들의 인권을 대변하는 형제를 지키는 자들이어야 하는 것이다. 사실 이것이 우리가 이 영화를 보면서 느껴야만 하는 가장 큰 교훈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3) 실제로 이 복제 인간의 존재는 복제 인간 자신들도, 그리고 원본 인간들도 모르고 오직 이 복제 인간 관리소를 운영하는 사업 주체인 메릭 바이오텍(Merrick Biotech)의 과학자와 그 주변에서 일하는 일부 사람들만 알고 있는 것으로 나와 있다. 그러나 만일에 이런 복제 인간이 있게 되면 그/그녀를 몰모트처럼 우리의 치료를 위해 이용하거나 그/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세상에 다 알려서 세상의 구경거리가 되게 하는 식으로 그/그녀의 인권을 침해해서도 안 되지만, 그런 존재에 대해서는 모든 이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서 자신들도 모르는 채 그/그녀들을 이용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아무도 모른 채 전방위적인 도청과 감청이 진행된 우리 상황 속에서는 국민의 온전한 알 권리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잘 보여 주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바르게 모든 정황을 알아야만 건전한 여론이 형성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보안을 위해서 일부 사람만이 어떤 정보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엘리트주의적인 인간 차별이며, 결국 우리 사회를 파괴해 가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 출처 : 크리스천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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