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뱀같이, 비둘기같이 (마 10:16-23)

오늘 우리는 본문 16절에서 우리는 서로 상반된 모습의 말씀을 두 군데에서 보게 됩니다. 하나는 “양과 이리”를 말씀하는 내용이고, 다른 하나는 “뱀과 비둘기”를 말씀하는 내용의 말씀에서입니다. 이러한 “양과 이리”의 말씀이나 “뱀과 비둘기”의 모습은 서로 대조가 되는 동물의 모습이란 사실을 우리는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예수님께서 이 대조되는 두 종류의 동물들의 모습을 말씀하는 취지가 각기 다르다는 것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뱀과 비둘기”를 언급하시는 말씀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을 향해 뱀과 같은 모습과 비둘기 같은 모습을 잘 조화시켜서 살라고 하십니다. 하지만 “양과 이리”를 언급하시는 말씀에서는 이와는 다르게 어떤 조화가 되는 모습을 요구하시지 않습니다. 제자들을 양으로 표현하시고, 이들이 나아가는 이 세상을 이리로 표현하시면서, 예수님은 양된 제자들로 하여금 이리 같은 이 세상에서 이리떼들과 잘 조화롭게 살라는 식으로는 말씀하시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엄격한 구분을 두고 경계의 말씀을 하신다는 것이 다르게 나타납니다.

우리는 이러한 사실에서 두 가지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것은 타협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는 사실과, 이와는 반대로 타협해야만 될 것이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타협해서는 안 될 모습과는 타협해서는 안 될 것이고, 타협해야만 하는 모습과는 타협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신앙인들은 무엇보다도 먼저 여기에 대해서 잘 파악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타협해서는 안 될 것, 곧 영합해서는 안 되는 의연함이 먼저 필요한 줄 압니다. 사실, 신앙인이라는 존재는 이 문제가 더 이상 문제가 되어서는 안 되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그것은 “양과 이리”는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성격의 모습으로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셨습기 때문입니다. “보라, 내가 너희를 보냄이 양을 이리 가운데 보냄과 같도다.” 이 말씀을 하시는 예수님의 의도는 무엇입니까? 이리떼 가운데 들어간 양은 이미 그 결과가 빤하다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즉, 이리떼에게 잡혀 먹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말씀을 하시는 예수님은 제자들이 잡혀 죽게 되는 것을 알면서도 그저 무의미하게 이 세상을 향해서 나아가는 것을 원하신다고 볼 수 있겠느냐 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렇게 무책임하게 말씀하시는 것이 주님의 의도는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오히려 이리떼 같은 세상에 양과 같은 제자들을 내보내시는 예수님은 나름대로의 확고한 믿음과 의지가 있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전해 내려오는 전설에 의하면, 예수님께서 승천하신 다음에 천사장 가브리엘(Gabriel)이 예수님을 만나 여쭈어 보았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예수님께서 하신 일이 너무 제한된 지역에서 되어진 일이라 만백성을 구원하기에는 미흡한 것 같은데, 예수님께서 돌아가실 때에 “다 이루었다”고 하셨으니, 정말 다 이루신 것이냐고 걱정스럽게 물었다는 것입니다. 이에 예수님은 여전히 다 이루었다고 대답하시더랍니다. 그래도 가브리엘은 걱정스러운 나머지, “천사들을 보내어서 만방에 복음을 전하라고 명령하면 어떨까요?” 하고 물었답니다. 그랬더니 예수님께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하시면서 제자들에게 다 부탁해 놓았다고 말씀하셨답니다. 가브리엘은 베드로, 야고보, 요한 등 예수님의 제자들이 신통치 않으니 다른 길이 없겠느냐고 다시 재촉했습니다. 이 때 예수님은, “자신 있다. 나는 그들을 믿고 있으니 다른 계획은 없다”고 잘라서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아무튼 오늘의 구원의 역사는 이러한 제자들에 의해서 이루어져 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주님은 오늘도 나약하고 보잘것없는 우리를 믿고 부탁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러한 주님의 말씀대로 순종하며 이리떼 같은 이 세상으로 나아가는데 주저함이 없어야 하겠습니다.

그러면 “양 같은 너희들을 이리떼 같은 이 세상에 보내신다”고 하신 말씀은 무슨 뜻이겠습니까? 그것은 우리가 양의 모습을 가져야 한다는 말씀이기도 하겠습니다만, 이 보다 더 중요한 의미는 “너희는 양이어야 한다”는 명령적인 당부의 뜻이 강하게 들어 있다고 하겠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대로, 양은 순진하고 단순하며, 그리고 절대복종하는 순종체질의 동물입니다. 양은 반항을 할 줄 모른다고 합니다. 모든 동물들은 다 반항을 하지만, 양은 그대로 순종하기 때문에 목을 매거나 코를 뚫거나 재갈을 물리는 법이 없다고 합니다. 그저 목자가 인도하는 대로 가라면 가고, 오라면 오는 온순한 동물이라고 합니다. 또한 대부분의 동물들은 저마다 나름대로 자기를 보호하는 무기들을 한 가지씩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사나운 이빨이나, 뿔을 가지고 있다거나, 또한 빨리 뛸 수 있는 능력이나, 무서운 발톱이 있어서 자기를 방어하기도 합니다. 말이나 노새 같은 동물은 뒷발질을 잘 하는 재주로 자기 스스로를 보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양은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이 그저 순하고 착하기만 한 동물입니다. 이러한 양을 예수님은 우리 크리스천들에게 비유하고 있습니다. 이런 양 같은 제자들을 이 세상에 보내시는 주님의 그 뜻은, “너희는 양이니 양으로서 끝까지 살라”는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이리를 만났다고 해서 또는 사자를 만났다고 해서 이리나 사자 흉내를 내지 말고 너희는 끝까지 양이니 양으로서 살라는 것입니다.

사실 그렇습니다. 우리 사람들은 참 좋았던 사람도 나쁜 사람들과 대항하다 보면, 오히려 더 나쁜 사람이 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그래서 옛말에도 “시어머니한테 구박받고 시집살이 한 며느리가 나중에는 더 못된 시어머니가 된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자기가 구박받고 힘들게 시집살이 했으면, 그 아픔을 생각해서라도 자기 며느리한테는 잘 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얼마 전, 한국에서 군대에서 자기를 괴롭히는 상관들을 총으로 쏴 죽인 사고가 있었습니다. 저도 군 생활을 해 보아 알지만, 졸병 때 고생한 군인들이 고참이 되면 졸병들을 더 못살게 구는 사람이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한국의 현대사에서는 일종의 군사 쿠테타로 정권을 잡은 두 지도자가 있었습니다. 이 두 사람은 모두 사회의 부정부패를 뿌리 뽑겠다는 신념으로 혁명을 한 것이라고 하지만, 그 결과는 어떻습니까? 자기들은 더 심한 부정부패를 하지 않았습니까? 이런 점에서 예수님께서 “양과 같은 너희들을 이리 떼가 있는 이 세상으로 보낸다”는 말씀은 끝까지 순진하고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는 양과 같은 모습으로 살라는 말씀인 것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성경, 특히 구약성경에서 양은 하나님께 제사드릴 때 사용되는 제물입니다. 사람들의 죄를 대속하는 의미로 다른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대신 죽어야 하고, 다른 사람들을 의롭게 하기 위해 대신 죽어야 하는 그러한 양입니다. 그러므로 깨끗하게 바쳐져야 하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양으로서의 삶은 억울함도 겪게 마련이고, 누명도 쓰게 되는 삶일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양과 이리”라는 말씀에서의 의미는 “이리떼 같은 세상에서도 끝까지 양으로서 살라”는 타협해서는 안 되는 모습의 삶을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이것은 결코 타협하거나 포기해서는 안 되는 모습으로 주어진 내용입니다.

그 다음에 언급하시는 “뱀과 비둘기”의 모습은 이렇게 끝까지 양으로서의 삶을 살기 위한 방법으로 제시하시는 모습인 것입니다. 예수님은 “뱀같이 지혜롭고, 비둘기같이 순결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여기서 중요한 내용은 뱀과 비둘기의 모습을 잘 조화시켜 자기 것으로 삼으라는 내용입니다. 뱀과 같은 모습이나 비둘기 같은 모습 중에서 하나를 택하라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이 둘의 모습을 잘 조화시켜서 하나가 되게 하라는 내용의 말씀임을 우리는 먼저 알 필요가 있겠습니다.

뱀으로 제시된 모습은 지혜입니다. “뱀같이 지혜롭고.” 그리고 비둘기로 제시된 모습은 순결입니다. “비둘기같이 순결하라.” 이 지혜와 순결은 같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혜롭지만 순결하지 못한 사람”이나 “순결하지만 지혜롭지 못한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지혜와 순결을 같이 지닌 모습의 사람으로 살아갈 때에 이리떼 가운데에서도 끝까지 양으로 살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그러면 “뱀같이 지혜로운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요?

흔히 뱀은 악의 상징으로 사용되는 동물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지혜로움에 대해서는 뱀같이 지혜로우라고 말씀하는 것입니다. 즉, 모든 것으로부터 배우지만, 뱀으로부터 즉 악으로부터도 배울 것은 배우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뱀은 예리한 눈을 가졌고, 신중하며 겁이 많습니다. 그래서 아주 조심스럽게 행동을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뱀의 중요한 특징은 모든 동물 중에서도 가장 악조건에서 산다는 것입니다. 땅바닥을 기어 다니면서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동물 등은 그래도 발이 있든지 날개가 있든지 뿔이나 이빨 등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지만, 뱀은 막대기처럼 아무 것도 없이 살아가는 동물입니다. 그러면서도 험한 산이나 계곡이나 강이나 어디든지 가리지 않고 스며들어갑니다. 못 가는 곳이 없을 정도로 뱀은 잘 다닙니다. 어떤 의미에서 환경을 탓하지 않는 동물입니다. 이러한 뱀처럼 지혜로우라는 말은 어디서든지, 어떠한 역경에서든지 할 일을 다 하는 그러한 지혜를 배우라는 뜻입니다.

또 한 가지 “뱀같이 지혜로우라”는 말씀은 성급하게 행동하지 말라는 뜻도 있습니다. 뱀은 천천히 기어갑니다. 이렇게 천천히 기어 다니니까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한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이 말은 무슨 일을 할 때, 아주 느리게 천천히 하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매사를 천천히 행동하며, 조급해 하지 말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이것이 “뱀같이 지혜로운” 모습인 것입니다.

그러면 “비둘기같이 순결한” 모습은 어떤 모습이겠습니까?

성경에 비둘기 이야기가 나오는 곳이 있습니다. 그것은 노아의 홍수이야기에서입니다. 노아는 비가 그친 후에 물이 차츰 줄어들어 육지가 드러나는 것 같아서 비둘기와 까마귀를 날려 보냅니다. 비둘기는 아무리 다녀도 발붙일 곳을 찾지 못해서 방주로 다시 돌아 왔고, 까마귀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까마귀가 왜 오지 않았는지 성경에 나오지는 않지만 아마 둥둥 떠다니는 시체를 뜯어먹느라고 돌아오지 않은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이렇게 까마귀는 발붙일 곳을 찾았지만 깨끗한 비둘기는 그러지를 못하고 방주로 다시 돌아온 것입니다. 오늘날도 비둘기와 같이 깨끗한 사람은 이 세상에 발붙일 곳이 없는 법입니다.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이리떼 속에 살아도 순결해야 하고, 죄악 세상에 살아도 깨끗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비둘기같이 순결한 모습인 것입니다.

신약성경에 나타난 비둘기의 모습에는,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실 때 하늘로부터 예수님에게 내린 성령을 비유하면서 “성령이 비둘기같이 임했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런 입장에서 본다면 성령이라는 하나님의 거룩한 영의 인도하심을 받으면서 살라는 의미도 된다고 하겠습니다.

여러분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뱀같이 지혜로운 모습과 비둘기같이 순결한 모습을 다 지니고 계신지요? 이리떼 같은 이 세상에서 우리가 양의 모습을 온전히 간직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뱀과 비둘기의 두 상반된 모습을 같이 지닐 수 있어야 합니다. 미국의 마틴 루터 킹(M. L. King, Jr) 목사는 “누구나 자기의 성격 가운데 확실히 드러나는 서로 상반된 두 모습을 가지지 않는 사람은 결코 강한 자가 될 수 없다. 강한 인간이란 뚜렷하게 나타나는 대립된 모습을 그대로 조화시켜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의 필요성을 제시한 사람이 바로 예수”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사람은 이랬다저랬다 분별없이 행동하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상황을 직시하고 거기에 적확한(the fittest) 모습을 간직할 수 있는 분별력 있는 사람을 말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모습은 어디에서 나옵니까? 이러한 모습은 이리떼 같은 현실에서도 양의 모습을 끝까지 간직하고자 하는 그 일관된 자세에서 나온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예수님은 12 사도 뿐 아니라, 오늘날 우리들까지도 양으로 여기십니다. 이러한 양의 모습을 끝까지 간직할 수 있는 신실한 신앙인들이 다 되도록 하십시다. 이것이 바로 이리떼가 우글거리는 이 세상에서 승리할 수 있는 비결인 것이기 때문입니다. (노 강국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