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아브람은 복의 근원이다 (창 12:1-3)

성경의 인물들 중에서 다른 사람들이라면 몰라도 아브라함 하면 그가 누구인지 모르는 기독교인들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아니 아브라함만큼 유명한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설교시간에 아브라함에 대한 주제를 다루거나 특별히 창세기 12:1-3을 설교본문으로 삼는다고 한다면 별 기대를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뻔한 이야기가 뻔한 주제 그리고 뻔한 결론일 거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우리는 오늘 믿음의 조상이라고 불리는 아브라함의 소명을 간단하게나마 다루어 보고자 합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겠지만, 아브라함의 소명이 아브라함 자신뿐만 아니라 창세기, 아니 모세오경전체, 그리고 구약 전체와 신약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을 부르심으로 세상에 대한 구원계획을 이루시려고 하셨고 결국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그 계획을 이루셨습니다. 아브라함이 믿음의 조상이 되었다는 점에서 모든 신자들이 아브라함처럼 본토와 친척과 아비의 집을 떠나고 하나님이 지시할 땅으로 가야한다는 설교를 통해서 신자의 결단과 삶에 도전을 받습니다.

자 여기까지 말씀드렸으니, 이제 더 할말이 없겠습니다. 그렇죠? 그러나 설교는 이제부터입니다. 지금부터 잘 들어주셔야 합니다. 아브라함의 소명 이야기에서 지금까지는 기본에 속합니다. 우리의 아브라함에 대한 관심은 물질적인 복, 다시 말하자면 축복에 있습니다. 아브라함은 하나님을 믿었고 그래서 하나님으로부터 수많은 물질적인 축복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여러분은 “아 그 정도는 상식이지. 그걸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나는 그 정도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 저는 여러분이 잘 모르고 계실, 혹은 어렴풋이 알고 계실 내용을 다루어보고자 합니다. 혹시 여러분 중에서 제가 여러분에게 알려드리고자 하는 내용을 이미 알고 계신 분들은 복습하는 차원에서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늘 우리는 “아브라함이 받은 복과 아브라함이 전해야 하는 복”에 대해서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창세기 중에서 12-50장에서는 이미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신 일들이 성취되고 있었습니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여러 가지를 약속하셨습니다. 즉 아들, 새로운 영토, 도움, 수적 증가, 축복, 언약의 약속.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아브라함과 그의 자손들이 이러한 약속이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동안에 겪었던 어려움들을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그러나 저는 하나님의 약속을 받은 자는 그 약속이 이루어질 때까지 참고 견디라는 내용을 말씀드리려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여러분께 말씀드리려고 하는 것은 우리가 쉽게 들어볼 수 없는, 내용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가 아브라함의 소명을, 혹은 아브라함의 복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아브라함의 소명 혹은 아브라함의 복의 제대로 된 의미를 설명 드리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제 차차로 말씀드리겠지만, 우리의 아브라함에 대한 관심이 그가 하나님으로부터 어떤 물질적인 복을 받았는가에 집중되지만, 우리는 그들이 열방들에게 어떠한 복을 끼쳤는가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다는 것을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이제 우리는 하나님이 아브라함을 불러 주시고자 했던 복의 실체가 무엇인가를 살펴볼 준비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아브라함을 부르실 때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셨던 복을 논의하기에 앞서서 몇가지 전제들이 있습니다. 

첫째는 하나님이 창조주이심을 믿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하나님이 아브라함을 통해서 약속하셨던 복은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셨을 때에 동물들과 사람에게 하셨던 축복인 생육하고 번성하는 것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창조주 하나님은 생육하고 번성하는 복을 주시는 분이십니다.

둘째는 하나님이 구속자이심을 믿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사람들을 구속하십니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을 갈대아인의 땅 우르에서 부르셨으며 하란에서 부르셨습니다. 그리고 이 구속받은 사람들은 하나님께로부터 오는 복을 기대할 수 있고 심지어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가지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구원은 하나님의 구출행위와 축복행위로 구분할 수가 있는데, 한국교회에서는 하나님의 구원에서 구출과 축복을 동일하게 보거나 심지어는 축복을 구출보다 더 크게 두어 하나님의 구원행위를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셋째는 하나님의 복은 부르심을 받고 하나님께로부터 복을 받은 신자로부터 나온다는 것입니다. 특히 하나님으로부터 복은 신자를 통하여 궁극적으로 이웃과 열방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브라함을 포함한 족장 이야기에서의 복은 하나님으로부터 받는 물질적인 축복, 아버지로부터 아들이 받는 축복에만 몰두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아니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물질적인 축복을 받기 위해서 온갖 수단과 방법을 사용해서 축복을 받으려고 다투는 모습이 발견됩니다. 이러한 노력들은 대부분의 경우에 이기적인 욕심과 목적으로 위해서 채워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자 이제 정말로 아브라함의 소명과 복에 대한 준비가 된 것 같습니다. 이제부터 창세기 12:1-3에서 언급된 아브라함의 소명 혹은 아브라함의 축복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브라함은 갈대아인의 땅 우르 혹은 하란에 있을 때 여호와 하나님에게서 다음과 같은 소명을 받았습니다.

너는 너의 고향을, 친척을,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네게 보여 줄 땅으로 가라.

(그곳에서) 내가 너로 큰 민족을 만들겠고 네게 복을 주어 네 이름을 크게 할 것이다.

(그곳에서) 너는 복이 되어야 한다. 너를 축복하는 자들(복수)에게 내가 복을 내릴 것이며 너를 저주(칼랄)하는 자(단수)에게 내가 저주(아루르)할 것이며 세상의 모든 족속이 너로 말미암아 복을 얻을 것이다.

하나님의 아브라함에 대한 부르심은 두가지 명령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명령은 “떠나라”입니다. 어디서요? 지금 아브라함이 살고 있는 땅에서 말입니다. 그곳은 “너의 고향을, 친척을, 아버지의 집이라는 곳”이었습니다. 어디로요? 하나님이 지시하실 땅으로 말입니다. 그 목적은 무엇일까요? 우리말 성경은 명확치 않은데, 그 목적은 “(그곳에서) 내가 너로 큰 민족을 만들겠고 네게 복을 주어 네 이름을 크게 할 것”입니다. “큰 민족”이라는 말은 물질적인 풍요와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단지 "수가 많아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말은 창 1:22(”생육하고 번성하여 여러 바닷물에 충만하라...“)을 상기시키는 말로 창세기에 수차례 등장합니다. 여기서 사용된 단어들 세가지에 주목해야 합니다. 첫째 ‘생육하다’(파라)라는 표현은 창세기에도 여러군데서 발견됩니다(1:22, 28; 8:17; 9:1, 7; 17:6, 20; 26:22; 28:3; 35:11; 41:52; 47:27; 48:4; 49:22). 둘째 ‘번성하다’(라바)이라는 표현은 창세기에서도 여러군데서 발견됩니다(1:22, 28; 8:17; 9:1, 7; 16:10; 17:2, 20; 22:17; 26:4, 24; 28:3; 35:11; 47:27; 48:4). 셋째로 마지막으로 ‘충만하다’(말레)라는 표현은 (물고기나 벌레가) “떼를 지어서 우글거리는 모양“에서 비롯된 것으로 창세기 1:22, 28; 9:1에 등장합니다. “복을 주어 번성케 하였다”는 말은 복과 번성이 별개의 것이 아니라, 번성하는 복을 주셨다는 말입니다. 복 자체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라는 말입니다. 이것은 창조의 명령이었으며 피조물에게 주어졌던 원래의 복일뿐만 아니라 세상을 다시 시작했던 노아와 새 민족들과 새 나라들을 만들어가는 아브라함과 그의 자손들에게 주셨던 동일한 명령이자 복이었습니다. 

물론 하나님의 소명은 하나님이 주시고자 약속하신 땅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부르심은 약속의 땅에서 벌어질 일들을 염두에 둔 것입니다. 하나님의 약속은 그 땅에 가야 이루어질 것입니다. 네 이름을 크게 한다는 말은 말 그대로 보면 유명해지게 한다, 이름이 권위가 있게 된다, 존경을 받게 된다는 말입니다. 구약시대에 이름이 바뀌는 일들이 종종 있지요. 이름의 중요성을 잘 말해주는 사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두 번째 명령은 “너는 복이 되어야 한다”입니다. 학자들 사이에 이 표현이 “복이 되어야 한다” 혹은 “복이다”라는 두가지 해석이 있습니다만. 결국 이 명령은 아브라함이 복의 매개체가 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것은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말씀하신 권면이나 희망사항을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 명령입니다. 아브라함에게서 복이 나와야 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우리말 성경이 “너는 복의 근원이다”라고 번역한 것도 일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또 여기에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복의 근원이라는 말을 오해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이 주시는 복의 바다에 잠기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항상 하나님의 복을 빕니다. 찾고 있습니다. 또 그렇게 하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아브라함을 부르실 때 아브라함을 복의 근원이라고 부르시고 계십니다. 하나님의 복은 아브라함을 통해서 이웃과 세상 사람들에게 가게 하셨다는 것입니다. 복의 근원이란 샘물과 같은 것이며 강에 세워진 댐과 같은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주지 않고 받으려고만 하는 “바다”와 같은 마음, 이것은 잘못입니다.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욕심은 하나님의 복의 목적이 아닙니다. 여기서 하나님은 지시하시는 땅으로 가면, 그를 큰 민족과 존귀케 되는 큰 이름과 열방에 대한 복의 수여자가 될 것을 약속하시며 또한 명령하셨습니다.

이제 아브라함의 소명 혹은 하나님의 복의 약속의 마지막 부분을 보겠습니다. 너를 축복하는 자들에게 내가 복을 내릴 것이며 너를 경홀히 여기는 자에게 내가 저주할 것이다.

우선적으로 하나님의 축복의 매개체로서 아브라함과 이웃과의 관계성에 관한 것입니다. 여기에 축복과 저주라는 두가지 대립적인 개념들이 등장합니다. 누구나 축복을 받기를 원하지 저주를 받기를 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부분은 너무 크게 강조되어서는 안됩니다. 이것은 마치 너에게 잘해주는 사람에게 너는 축복해주고 너에게 나쁘게 대해주는 사람에게는 너는 저주를 해도 된다고 말하는 것처럼 이해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경우가 가정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복수)은 아브라함을 축복할 것이며 그래서 하나님은 그들을 축복하신다는 약속입니다. 그러나 소수의 사람(단수)은 아브라함에게 경홀히 여길 것인데 하나님은 그를 저주하실 것이라고 약속하십니다. 첫부분에서 “저주”라고 번역된 말은 “칼랄”인데, 하나님이 내리시는 저주인 “아루르”와는 질적으로 다른 것입니다. 이것은 아브라함을 경홀히 여기는 자(제대로 된 대우를 해주지 않는 것)에 대한 하나님이 심판이 클 것으로 약속하고 계십니다. 앞서서도 말씀 드렸지만 아브라함은 복이 되라는 명령을 받았으며 이것은 조건적이거나 상황적인 것일 수 없습니다. 그러나 아브라함이 복이 되어야 하는 명령을 수행하는데 하나님이 도와주실 것이라는 약속의 말씀입니다.

자 이제 마지막을 살펴봅시다. 세상의 모든 족속이 너로 말미암아 복을 얻을 것이다.

이 구절은 세가지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수동형(“그들이 아브라함을 통하여/안에서 복을 받게 될 것이다”)으로 번역되지만, 재귀형(“그들이 아브라함을 통하여/안에서[모범 혹은 예를 통하여] 자신들을 축복할 것이다”)으로 번역될 수도 있습니다. 두 번째로 말씀드렸던 재귀형의 해석의 문제점은 아브라함(과 그의 후손)의 역할을 지나치게 축소시키는 경향이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번역상의 문제점은 이후에 나오는 창세기 18:18; 22:18; 26:4; 그리고 28:14의 해석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그러나 중간형(“그들이 아브라함을 통하여/안에서 복을 찾게 될 것이다”)도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이러한 중간형의 입장은 수동형(창 12:2; 18:18; 28:14)은 수동형으로 재귀형(창 22:18과 26:4)은 재귀형으로 해석하여 양자 사이의 미묘한 차이를 수용하는 입장을 드러내거나 전반적으로 수동형과 재귀형의 중간적 형태를 취하는 입장을 보이기도 합니다. 사실 하나님의 복에 대한 매개로서 아브라함이 존재하는 것은 부인할 여지가 없으며 나아가 아브라함의 능동적인 역할에 대한 이해가 더 나은 것으로 여겨지지만 재귀형이 아브라함의 말과 행동이 열방이 하나님의 복을 받게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할 것 같습니다.

네 마지막 부분은 너무 어렵죠. 마지막이 시원스러워야 하는데, 골치 아프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자, 이와 같이 난해구절에 대한 해석이 어찌되었든지간에 아브라함은 물질적인 풍요와 부와 많은 자손들을 포함하는 복을 받은 위대한 민족의 조상이 될 것이며 큰 이름의 소유자가 되어서 열방백성들에게 복을 나눠주는 일을 맡게 될 것이라는 하나님의 약속의 말씀을 받았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것은 아브라함이 자신의 개인적인 복과 열방이 받을 복 사이의 가교역할을 한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이것은 궁극적으로 아브라함에 대한 하나님의 소명은 그리스도를 통해서 구원과 영적인 복을 받는 자들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 아브라함의 소명은 그리스도만이 실현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서는 안됩니다. 게다가 이러한 아브라함의 복을 물질적인 축복에만 귀결시키는 한국교회의 상황에서도 더욱 그러합니다. 아브라함의 부르심을 우리에 대한 부르심으로 이해하는 경우에 더욱 그러합니다.

이제 우리가 다루려고 했던 구절들을 넘어서긴 하지만 오늘 함께 고려해야 할 부분들이 있습니다. 4절에서 “아브라함이 야웨께서 그에게 말씀하신대로 행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가 야웨의 명령을 따라 그대로 본토, 친척, 아비의 집을 떠났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그는 하나님이 지시하시는 땅으로 떠났습니다. 그는 그 약속의 땅으로 가서 큰 민족을 이루고 이름이 창대해지는 복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가 두 번째 명령도 지켰을까요? 이것이 또한 의문입니다. 이와 같은 아브라함의 소명은 이삭과 야곱과 요셉을 포함한 열두명의 아들들에게도 적용이 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표현은 이삭이 흉년을 맞아 이집트로 내려가지 않고 블레셋 왕 아비멜렉에게서 머물 때 하나님의 말씀을 통하여 다시 한번 언급됩니다(26:3-5).

“이 땅에 거류하라. 그리하면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게 복을 주고 내가 이 모든 땅을 너와 네 자손에게 주리라. 이는 내가 네 아버지 아브라함에게 ‘네 자손을 하늘의 별과 같이 번성하게 하며 이 모든 땅을 네 자손에게 주리니 네 자손을 통하여 천하 만민이 복을 받을 것’[22:17-18]이라고 맹세한 것을 이룰 것이다. 이는 아브라함이 내 말을 순종하고 내 명령과 내 계명과 내 율례와 내 법도를 지켰기 때문이다[cf. 22:16, 18].”

이와 같은 표현은 야곱이 형과 아버지를 속이고 장자권과 아버지의 축복을 받고 형의 진노를 피하여 하란으로 도망가던 중에 베델에서 노숙할 때 꿈을 통하여 하나님으로부터 다시 받게 됩니다(28:14).

“네 자손이 땅의 티끌 같이 되어 네가 서쪽과 동쪽과 북쪽과 남쪽으로 퍼져나갈지며 땅의 모든 족속이 너와 네 자손으로 말미암아 복을 받으리라.”

야곱은 말년에 자신의 경험을 상기하면서 “땅의 모든 족속이 너와 네 자손을 인하여 복을 받으리라”는 하나님의 말씀은 생략하고 생육하고 번성하여 많은 민족이 난다는 것과 땅을 얻는다는 하나님의 축복의 약속의 내용만 상기할 뿐입니다(48:3-4).

“이전에 가나안 땅 루스에서 전능하신 하나님이 내게 나타나사 복을 주시며 내게 ‘내가 너로 생육하고 번성하게 하여 네게서 많은 백성이 나게 하고 내가 이 땅을 네 후손에게 주어 영원한 소유가 되게 하리라’라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것은 우리가 하나님에게서 선택되지 못한 자들이라고 여겨지는 이스마엘에게도 하나님의 약속과 복이 따른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이스마엘의 아버지 아브라함에게서가 아니라 하나님으로부터 온다는 것이 특이할 점이다.

“내가 그에게 복을 주어 그를 매우 크게 생육하고 번성하게 할 것이다. 그가 열두 두령을 낳으리니 내가 그를 큰 나라가 되게 할 것이며”[17:20. cf. 16:10; 21:18]”

우리가 지금까지 살펴본 바대로 아브라함의 소명에서 발견된 원칙이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과 요셉의 삶을 통해서 철저하게 실현되었는가를 살펴보는 것은 한국교회와 우리에게 중요한 과제로 중요한 도전거리로 남습니다. 그 약속은 온전하게 기억될 것이며 실천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볼 때는 아브라함에 대한 복의 약속은 창세기 12-50장을 통해서 단순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쟁취함으로서 얻게 되는, 혹은 아무런 수고와 노력 없이 얻어진다는 점에서 제대로 실현되지 않았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창세기의 실제적인 경우들과는 달리 다분히 결과론적인 개인주의적인 축복의 상태를 말해준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선 복에 대한 약속과 관련된 그 책임과 의무도 부여받는 것으로 이해해야 할 것 입니다. 족장들은 그들의 생애에 있어서 다른 민족들에게 복을 주기 위함이 아니라, 스스로가 자신들의 노력을 통하여) 복, 즉 장자권과 물질적인 풍요를 받고 얻기 위해서 다시 말하자면 복의 종착점이 되기 위해서 부모자식간에 형제간에 친척간에 갈등과 투쟁하던 모습들이 주로 발견된다는 점에서 절망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창세기를 통해서 어떻게 하나님의 약속이 성취되는가를 살펴보기보다는, 어떻게 하나님의 약속이 인간들의 덧없는 노력들(실수)을 통해서 어그러질뻔 했는가를 살펴보게 되는 것은 매우 역설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창세기에 있어서 복이란 구원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지만 복이 곧 구원은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복을 주십니다. 그러나 모든 복은 결과론적으로 하나님으로부터 온 것은 아닙니다. 게다가 모든 복받음이 구원은 아닙니다. 부자가 되었다고 무조건 하나님의 복을 받은 것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이제 오늘 설교를 끝맺고자 합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갈대아인의 우르 혹은 하란에서 부르셨던 소명은 두가지 명령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떠나라,” “복이 되어야 한다”입니다. 아브라함은 본토, 친척, 아비의 땅을 떠나야 했습니다. 아브라함이 살던 땅은 척박하고 살기 어려운 불모의 땅이 아니었습니다. 또한 가나안 땅은 살기 좋고 풍요로운 땅만은 아니었습니다. 사실 객관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갈대아인의 땅 우르나 가나안 족속이 살고 있었던 가나안 땅이나 별 차이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큰 차이는 하나님이 아브라함을 불러서 그와 동행하셨다는 점이고 그에게 삶의 목적을 재정립시켜 주셨다는 점입니다.

여러분은 떠나셨습니까? 하나님으로부터 복을 받으셨습니까? 그렇다면 여러분은 복을 나눠주고 복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되시기 바랍니다. 하나님은 여러분이 하나님과 동행할 뿐만 아니라 여러분이 형제와 이웃과 세상을 위하여 복이 되시기를 바라고 계실 것입니다. 여러분은 복의 웅덩이가 아니라 복의 근원입니다. 이 샘물은 여러분에게서 흘러 넘쳐 강이 되고 바다에까지 흘러갈 것입니다. (끝) (최동규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