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설교 [송구영신] 한 걸음 한 걸음 (엡 4:25-32)

  • 잡초 잡초
  • 251
  • 0

첨부 1


한 걸음 한 걸음 (엡 4:25-32)

[그러므로 여러분은 거짓을 버리고, 각각 자기 이웃과 더불어 참된 말을 하십시오. 우리는 서로 한 몸의 지체들입니다. 화를 내더라도, 죄를 짓는 데까지 이르지 않도록 하십시오. 해가 지도록 노여움을 품고 있지 마십시오. 악마에게 틈을 주지 마십시오. 도둑질하는 사람은 다시는 도둑질하지 말고, 수고를 하여 제 손으로 떳떳하게 벌이를 하십시오. 그리하여 오히려 궁핍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줄 것이 있게 하십시오. 나쁜 말은 입 밖에 내지 말고, 덕을 세우는 데에 필요한 말이 있으면, 적절한 때에 해서, 듣는 사람에게 은혜가 되게 하십시오. 하나님의 성령을 슬프게 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은 성령 안에서 구속의 날을 위하여 인치심을 받았습니다. 모든 악독과 격정과 분노와 소란과 욕설은 모든 악의와 함께 내버리십시오. 서로 친절히 대하며, 불쌍히 여기며, 하나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여러분을 용서하신 것과 같이, 서로 용서하십시오.]

• 새해의 노잣돈

2007년이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한 해를 결산하면서 우리에게 남은 것은 무엇입니까? 상처투성이일망정 오늘 이 자리에 설 수 있다는 것만도 참 고마운 일입니다. 힘겹고 눈물겨운 순간이 왜 없었겠습니까? 홀로인 것 같아 외로운 순간이 왜 없었겠습니까? 하지만 그때도 우리는 홀로가 아니었습니다. 보이지 않지만 동행이 되어주신 분이 계십니다. 지극히 자비하신 하나님이십니다. 우리가 절망의 어둠을 딛고 희망을 향해 일어선 것도, 누군가를 향한 원망과 미움을 이해와 사랑으로 바꾼 것도 주님의 영이 함께 하셨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지금 여러분의 옆 자리에 앉은 이들을 보십시오. 얼마나 고마운 얼굴들입니까? 그분들은 우리들의 길지 않은 인생 여정 가운데서 고락을 함께 하며 시간의 파도를 헤쳐온 분들입니다. 우리 영혼에는 이들과 함께 걸어온 세월의 흔적이 새겨져 있습니다. 그들이 있어 우리의 기쁨은 배가 되었고, 슬픔은 절반이 되었습니다. 그들이 있어 우리는 넘어진 자리를 털고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새해가 다가옵니다. 뭔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기대가 있습니다. 하지만 달력을 바꿔 걸고, 수첩을 바꾼다고 시간이 새로워지지는 않습니다. 새로움이란 늘 우리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이어야 합니다. 우리는 시간이 과거로부터 현재를 거쳐 미래로 흘러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시간은 미래로부터 흘러와 현재를 거쳐 과거로 흘러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미래는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것이란 말입니다. 그렇기에 우리의 시간은 늘 창조의 새벽처럼 소중한 것입니다.

우리의 과제는 주어진 시간을 통해 영원에 이르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순간순간 하나님의 마음에 잇대어 살아야 합니다. 하지만 살아온 날을 돌아보면 부끄러움뿐입니다. <교수신문>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는 自欺欺人입니다. 자기를 속이고 남을 속인다는 말입니다. 지난 1년 내내 한국사회를 뒤흔든 것은 거짓말이었습니다. 사회 유력인사들의 학력 위조사건, 정치인들의 거짓말, 대기업의 도덕 불감증을 보면서 우리는 과연 거짓말이 일상화된 세상에 살고 있음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에베소서의 저자는 오늘의 본문에서 새로운 존재로 거듭난 성도들의 삶이 어떠해야 할지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 말씀을 새해를 살아가는 영적인 노잣돈으로 삼으면 좋겠습니다.

• 거짓을 버리라

에베소서 기자는 가르침의 첫 머리에 말에 대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말이야말로 우리가 다른 이들과 관계를 맺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이기 때문일 겁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거짓을 버리고, 각각 자기 이웃과 더불어 참된 말을 하십시오. 우리는 서로 한 몸의 지체들입니다.”(25)
“나쁜 말은 입 밖에 내지 말고, 덕을 세우는 데에 필요한 말이 있으면, 적절한 때에 해서, 듣는 사람에게 은혜가 되게 하십시오.”(29)

사람은 하루 평균 200번의 거짓말을 한다지요? 미국의 Southern California 대학 연구팀이 20명에게 소형 마이크를 부착하고 그들이 종일 한 말을 모니터한 후 통계를 내본 결과라고 합니다. 물론 여기에는 악의적인 거짓말뿐만 아니라, 친교를 위해 하는 거짓말도 포함됩니다. ‘얼굴색이 좋아 보인다’거나 가끔은 ‘예쁘다'는 말도 여기에 해당됩니다. 사람들은 왜 거짓말을 할까요? 무시당하지 않으려고, 혹은 좀 돋보이려고, 인정받고 싶어서, 혹은 잇속을 차리기 위해서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왜곡합니다. 학력을 부풀리고, 경력을 과장합니다. 그게 바로 거짓말입니다. 거짓말은 '너'와 '나' 사이를 이어주는 신뢰의 다리를 허물어뜨립니다. 우리는 지금 말들이 제 집을 잃고 떠도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정치인들의 말, 기업인들의 말, 심지어 종교인들의 말까지도 신뢰하지 않습니다. 이게 바로 이 시대의 비극입니다. 올 한 해 우리의 말살이에 거짓이 없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해야 할 말은 덕을 세우는 데 소용되는 말입니다. 기분 내키는 대로 말하다보면 반드시 실상을 왜곡하게 되어 있습니다. 가급적이면 말은 줄이고, 섬김은 늘여가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꼭 필요할 때는 사랑의 체에 걸러진 말을 가지고 이웃들에게로 가야 합니다. 예수님은 사람들을 위로할 때도 꾸짖을 때도 그를 선한 길로 이끌려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예수님의 말이 살리는 말일 수 있었던 것은 그분의 말씀이 하나님께로부터 온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나의 가르침은 내 것이 아니라 나를 보내신 분의 것이다”(요7:16). 우리가 사용하는 말이 하나님께로부터 오는 말씀이기를 소망합니다. 말이 ‘나'로부터 나올 때 우리는 다른 이들에게 상처를 입히기 일쑤입니다. 이기적이고 정욕적이고 자기 의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말이 곱고 선할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무정한 비판, 불평 등은 다른 사람의 영적 에너지를 고갈시키게 마련입니다. 올 한 해 우리 성도들의 말은 하나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실 때 사용하셨던 ‘에너지로 가득 찬 말' 곧 ‘다바르davar'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침묵을 그 배경으로 해야 합니다. 히브리어로 ‘광야'를 뜻하는 ‘미드바르midvar'라는 단어에는 ‘다바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광야야말로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곳이라는 뜻일 겁니다. 우리 속에 광야, 곧 고요함을 마련할 때에라야 우리가 사용하는 말이 살리는 말이 될 수 있습니다.

• 화와 작별하라

새해에는 화를 덜 내며 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화'는 그 속성상 ‘불火'입니다. 그렇기에 화는 자칫하면 ‘禍根'이 될 수 있습니다. 부정적인 감정이 우리를 지배할 때 우리 속에 있는 신성한 불꽃은 꺼지게 마련입니다. 우리 속에는 하나님께서 주신 받아들임의 능력, 용서의 능력, 사랑의 능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자주 화를 내면 그런 능력은 사멸되고 맙니다. 화는 외부의 요구가 과도하든지, 누군가가 나의 요구에 응답하지 않을 때 나타납니다. 화를 내는 것은 자기를 지키기 위한 심리적 방어기제입니다. 살다보면 화나는 일이 참 많습니다. 짜증, 슬픔, 미움의 감정이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옵니다. 이런 감정이 일지 않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문제는 그런 감정을 어떻게 처리할까 입니다.

“화를 내더라도, 죄를 짓는 데까지 이르지 않도록 하십시오. 해가 지도록 노여움을 품고 있지 마십시오. 악마에게 틈을 주지 마십시오.”(26-27)

화를 아예 내지 말라고 한다면 매우 비현실적인 말로 들릴 겁니다. 하지만 에베소서의 저자는 화가 마구 번져가 죄를 짓는 데까지 이르도록 버려두면 안 된다고 말합니다. 화에게 굴레를 씌워야 한다는 말입니다. 아궁이 안에서 타오르는 짚단은 밥을 끓게 만듭니다. 하지만 아궁이 밖으로 나온 불길은 집을 다 태우게 마련입니다. 해가 지도록 품고 있는 노여움은 결국 자기와 다른 이들의 마음을 시커먼 잿더미로 만들고 맙니다. 악마가 제일 좋아하는 순간은 우리 마음에 누군가에 대한 적개심이나 분노의 감정이 자라고 있을 때입니다.

그러면 화를 품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 화를 가지고 주님 앞으로 나가십시오. 주님께 솔직하게 그 마음을 아뢰십시오. 그리고 잠시 기다리십시오. 주님은 틀림없이 우리에게 길을 보여주실 것입니다. 화를 품는다는 것은 주님과 대면하기를 거절하는 불신앙입니다. 화를 품지 않는 두 번째 방법은 우리 속에 공감의 능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유한하고 연약합니다. 그의 연약함에 대해 연민의 마음이 일어나는 순간 화는 봄눈 녹듯 스러지게 마련입니다.

“모든 악독과 격정과 분노와 소란과 욕설은 모든 악의와 함께 내버리십시오. 서로 친절히 대하며, 불쌍히 여기며, 하나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여러분을 용서하신 것과 같이, 서로 용서하십시오.”(31-32)

새해에는 우리 모두 용서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용서하기 위해서는 자꾸만 易地思之해야 합니다. 그의 자리에 서보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성도는 화나 악의를 품고 사는 사람이 아니라, 맺힌 것을 풀어내고, 상대방의 삶의 자리에 스스로를 세워보는 사람입니다.

• 건강한 노동

새해에는 우리 일터에도 주님의 은총이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비정규직은 점점 늘어나고 있고, 청년 실업도 해소될 기미가 보이질 않습니다.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도 힘들다고 아우성입니다. KTX 여승무원들은 올해도 서울역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이랜드 비정규직, 코스콤 비정규직, GM 대우 비정규직도 일자리를 달라며 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새해에는 이런 문제들이 잘 풀렸으면 좋겠습니다.

“도둑질하는 사람은 다시는 도둑질하지 말고, 수고를 하여 제 손으로 떳떳하게 벌이를 하십시오. 그리하여 오히려 궁핍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줄 것이 있게 하십시오.”(28)

이 말씀은 일이 부담이 아니라 기쁨이 될 수 있는 비결을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나와 가족들을 위해서도 일해야 하지만, 누군가에게 줄 수 있기를 소망하며 일하라는 것입니다. 삶이 힘겨워질수록 우리 마음은 위축됩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워도 가난한 사람은 되지 말아야 합니다. 가난한 사람이란 남들과 더불어 나눌 것이 없는 사람입니다. 비록 가난해도 해도 누군가에게 주는 즐거움을 맛보며 사는 새해가 되기 바랍니다. 어려운 사람을 도우려는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 주님은 복을 내리실 것입니다.

‘도둑질하는 사람은 다시는 도둑질하지 말라'는 말은 우리와 관계없는 말씀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우리도 도둑질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남들이 누려야 할 몫을 누리는 일이 얼마나 많습니까? 하루에 1달러도 안 되는 돈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세상에는 참 많습니다. 그들이 가난한 것은 게을러서도, 무지해서도 아닙니다. 세계 경제 체제의 변방에 있는 그들은 구조적으로 가난할 수밖에 없습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들의 배고픔 때문에 누구보다도 배고프신 분은 주님이라는 사실입니다. 신앙적인 삶의 방식이란 다른 것 아닙니다. 덜 쓰는 것입니다. 우리가 지금 풍요를 누리면 누릴수록 후손들이 감당해야 할 어려움은 많아지게 마련입니다.

• 보이지 않는 보폭으로

새해에는 우리 믿음이 깊어지기를 바랍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그 분을 닮고자 하는 열망이 우리를 이끌어가기를 바랍니다. 성령의 신바람에 지펴 삶을 축제로 바꾸며 즐겁게 살기를 바랍니다. 새로운 삶에 눈을 뜨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욕망의 그릇을 작게 하면 감사가 넘치고, 불편을 즐겁게 선택하면 지구가 웃게 됩니다. 이웃에게 선물이 되려고 애쓰다 보면 평화가 찾아오고, 누군가의 짐을 함께 지려 하면 내 짐이 가벼워집니다. 새해에는 이런 신앙의 신비를 날마다 체험하며 살기를 바랍니다. 은총처럼 찾아온 새해가 우리 눈앞에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보폭으로 꼭대기를 향해 오르는 담쟁이덩굴처럼 한 걸음 한 걸음, 주님과 함께, 주님을 향해 나아가는 우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민수기에 나오는 축복을 여러분에게 전합니다.

‘주님께서 당신들에게 복을 주시고, 당신들을 지켜 주시며, 주님께서 당신들을 밝은 얼굴로 대하시고, 당신들에게 은혜를 베푸시며, 주님께서 당신들을 고이 보시어서, 당신들에게 평화를 주시기를 빕니다.' 아멘.

이런 글도 찾아보세요!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퍼머링크

댓글 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