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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사랑밭 새벽편지]죽을 때까지 제자들과 함께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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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 투병' 장영희 교수 복귀 후 첫 수업

   "선생님! 안녕하세요!"

   3일 낮 12시 30분 서강대 사브리엘관 113호
   앞에 모여 있던 대학생 10여 명이 목발을 짚고
   강의실로 발걸음을 옮기는 여교수를 환호성과
   함께 박수로 맞았다.

   한 한기 동안 암과 싸워 온 서강대 영문학과
   장영희(54.여) 교수가 새학기 개강에 맞춰
   강단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9월 초 3년 전 완치됐던 유방암이
   척추암으로 전이돼 불가피하게 수업을
   중단한 지 6개월 만이다.

   강의실에는 대학 생활의 첫발을 내딛는
   신입생 60여 명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장 교수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20년 간 교단에 있으면서 울 일이나 웃을
   일이 있었다면 그 건 모두 학생들 때문이었죠.
   학교로 돌아와 싱싱함이 느껴지는 신입생들을
   맡게 돼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강단에 돌아온 소감을 이렇게 밝힌 장 교수는
   암 투병으로 학교에 나오지 못하는 동안 마음
   속 시간이 항상 학교에 맞춰져 있었단다.
   창 밖의 은행나무 잎이 노랗게 물들 때 쯤이면
   '애들이 중간고사 준비에 바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장 교수는 개강을 하루 앞둔 1일 천안에 있는
   선친 장왕록 박사의 묘소를 찾았다. 묘소에서
   장 교수는 아버지 생전의 귀여운 딸로 돌아가
   "빨리 병을 낫게 해달라"고 빌었다.
   가족을 남기고 먼저 돌아간 아버지와 달리
   어머니는 좀더 오래 이 세상에 있게 해 달라는
   소망도 빌었다.

   장 교수에게 집에 있는 동안 가장 큰 일은
   잘 챙겨 먹는 일이었다고 했다.
   암과 싸우고 있어 정해진 식단대로 엄격한
   식이요법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 교수의 암 치료는 순조롭지만은 않다.
   1주일에 하루씩 병원을 찾아 항암치료를 받고
   있지만 얼마 전 폐렴이 생겨 설 연휴를 포함해
   2주간 입원해야 했다. 열여덟번으로 예정된
   항암치료를 아직 다섯번만 받았고 학기 중에도
   매주 한 차례씩 병원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장 교수는 학생들만 보면 마냥 좋다고 한다.
   이날 45분 간 이어진 수업에도 장 교수는 밝고
   쾌활한 목소리로 시종 분위기를 이끌었고
   우스갯소리로 학생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포기할 수 없고 죽을 때까지 함께 있을 제자들이죠.
   제가 죽어 제 관을 나를 사람도 제 제자들이 될 거예요."

   장 교수는 이번 학기 학부 영문학개론과 대학원
   '19세기 영문학사' 수업을 맡아 매주 5시간 30분씩
   강의를 할 예정이다.

   두 다리를 못 써 전동 휠체어에 앉아
   장 교수의 수업을 듣던 민차연(21.여.영문1)씨는
   "장애인이라면 비슷한 감정을 느끼기 마련" 이라며
   "다리가 불편한 데다 암까지 앓고 계신 교수님이
   밝은 모습으로 강의하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고
   말했다.

   장 교수는 "짧게는 빨리 병을 이겨내는 게 가장 큰
   목표이고 길게는 퇴임 후 영어 장편소설을 한 번
   써 보고 싶다"며 특유의 밝은 미소를 지었다.

      연합뉴스 - 조성현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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