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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이한규의 사랑칼럼) 하늘바람이 깃드는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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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5.22 (제 20호)        http://www.john316.or.kr

하늘바람이 깃드는 영혼

  미국에서 공부할 때 랜디 비비고스(Randy Bibighaus)라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키가 아주 크고 친절하고 상냥하고 착한 친구였습니다. 어느 날, 그가 약혼한다는 얘기를 듣고 약혼녀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약혼녀는 홍콩 여성이었는데 처음에 그녀를 보고 너무 스타일이 없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얼굴은 거의 네모였고, 눈은 와이셔츠 단추 구멍만 했고, 키는 어림잡아 145센티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랜디는 185센티가 넘었습니다.

  그 이상한 커플에 대한 궁금증으로 그날 저녁 팀 스티만(Tim Stiemann)이란 룸메이트에게 물었습니다. "미국인이 보는 관점에서 랜디가 잘생긴 얼굴이냐?" 한국인이 보기에는 랜디가 괜찮아 보여도 미국인들의 관점에서는 전혀 다를 수 있고, 그런 이유로 스타일이 없는 동양 여자와 결혼할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팀 스티만의 말에 의하면 미국인의 관점에서도 랜디는 잘생긴 편에 속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잠깐 혼란에 빠졌지만 곧 그들의 관계 속에서 사랑의 실체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사랑은 거룩한 소경을 만듭니다. 사랑하면 허물이 보이지 않습니다. 허물을 드러내면 서로 불행해지지만 허물을 덮어주면 서로 행복해집니다. 서로의 허물에 대해 거룩한 소경이 되는 것! 이것이 사랑의 첫 단계입니다.

  또한 사랑하면 과거의 불행이 기억나지 않게 됩니다. 기억력이 좋은 것이 꼭 축복만은 아닙니다. 행복한 일은 오래 기억하고, 불행한 일은 쉽게 잊는 것이 축복입니다. 과거의 불행에 대해 거룩한 건망증 환자가 되어 불행의 원인 제공자에 대한 미움을 날려버리는 것! 이것이 사랑의 둘째 단계입니다.

  우리는 남보다 특별히 바르고, 특별히 떳떳한 존재가 아닙니다. 우리는 다 부족한 사람들이고, 다 실수하면서 사는 사람들입니다. 사실상 사람에게는 부족함과 허물이 있어야 매력도 있습니다. 그 점을 이해하고 서로의 허물과 서로의 과거를 덮어주면서 살아야 합니다. 우리가 타인의 허물을 들춰내기를 좋아한다면 그 행동은 결국 자신의 영혼과 행동과 앞날을 스스로 사슬로 묶는 불행을 자초하게 될 것입니다.

  사랑은 망원경으로 보는 것이고 미움은 현미경으로 보는 것입니다. 겉으로 멀쩡한 것도 현미경으로 보면 세균이 득실득실합니다. 현미경으로 보면 어느 누구도 예외 없이 허물이 크게 보이지만 얼굴에 큰 점이 있어도 망원경으로 보면 그 점은 보이지 않게 될 것입니다. 그처럼 상대방의 허물을 덮어주는 넉넉한 마음을 가질 때, 그 영혼은 하늘바람이 깃드는 행복한 영혼이 될 것입니다.

ⓒ 이한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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