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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짧은 주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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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초 서강대 법학과 왕상한 교수와 KBS 변우영 아나운서의 결혼식. 20년 전에 했던 법정 스님과 왕 교수와의 ‘약속’이 지켜지는 자리다. “오늘 이 주례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며 이야기를 시작한 법정 스님은 이 부부에게 두 가지 ‘숙제’를 냈다. 첫번째는 “한달간 산문집을 두 권씩 읽고, 시집 한 권을 꼭 읽으십시오.” “다른 이의 사람의 체취가 묻어난 글이 산문이며, 그 글을 읽는
것은 곧 삶을 공유하는 것입니다. 각자 고른 책을 교환해 읽는 것도 서로에 대한 공감대를 넓혀가는 일이지요.”
“같이 고른 한 권의 시집은 소리내서 낭랑한 목소리로 읽으라”고 당부했다.
“시는 삶이 메마르지 않도록 촉촉하게 적셔주는 역할을 합니다. 거친 삶은 의미도 재미도 없습니다.”
두 번째 숙제는 “쓰레기를 줄이십시오.” 신혼 때라 여기저기서 선물이 들어오거나 물건을 집안에 들여놓을텐데 들여놓는 만큼 ‘물건의 노예’가 된다는 이야기다.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니면 집안에 두지 말고 다른 사람에게 주십시오. 적게 가지되 풍요롭게 사십시오. 삶의 풍요는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닙니다.”
오래오래 두고 풀어야 할 이 두 가지 ‘숙제’는 분주한 일상에, 헛된 욕심에 메말라버린 우리 마음을 토닥여주는 ‘따뜻한 손’과 같은 느낌을 전해준다. ‘사람의 무게’를 줄이라는 법정 스님이 이 부부에게 준 결혼 선물은 스님이 가장 아낀다는 다기와 녹차였다. ‘맑고 향기롭게’라는 뜻을 담지 않았을까. 선물과 함께 전해진 글귀는 ‘서로 사랑은 하되 사랑에 얽매이지는 말라.’
- <동아일보> 2002년 6월 20일자 ‘쉼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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